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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관음증(觀淫症) 환자수필/신작 2023. 2. 27. 00:48
저는 또 이름을 지웠습니다. e메일 주소록에 관한 이야깁니다.
이제 열 두 분만 계시군요.
꿀먹은 님들, 제 수필폭탄에 지쳤을 것도 같고요.
하더라도, 아름다운 꿈들 꾸세요.
최종독자가 저 혼자인들 어떻겠어요?
어느 관음증(觀淫症) 환자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다음백과’는 관음증(voyeurism)에 관해 이렇게 적고 있다.
‘ 다른 사람의 성행위를 엿보거나 다른 사람이 옷을 벗는 것을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는 인간의 성적인 행동. 성적 도착증의 하나. 기질적인 원인은 성호르몬 또는 대뇌의 장애에 있다. 일반적으로 남자에게 많이 나타나고, 15세 이전에 발병하며 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어느 여학교 교장선생님이 여성화장실 좌변기에다 소형 카메라를 설치하여, 은밀히 여선생님들을 비롯하여 여학생들의 그 생김생김을 홀로 한껏 즐기다가 덜미가 잡혀, 은팔찌를 낀 사례 등. 우리는, 관음증으로 말미암아 폐가망신 하는 이들 사례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충격적인 일이지만, 나한테도 관음증 환자가 곁에 있었음을 요 며칠 전에야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경찰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나 마나 고민 중이다. 그러면 경찰당국 관계자들이 물증을 잡겠다며‘CCTV’를 돌려보면서, 자기들이 더 재미를(?) 느낄 듯도 하고... .
내 농막에 숨어 지내는 ‘성적 도착증 환자’,즉 관음증 환자는 아주 특별하다. 그는 피부가 은백색이다. 얼굴 모양은 공처럼 둥글다. 겉보기에는 아주 미남처럼 생겨먹었다. 얼굴에는 주근깨 하나 없다. 검버섯도 없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이지, 그는 나를 종종 꿇게 한다. 나는 순순히 따를밖에. 그는 거기에서 끝내지 않는다. 명령조로 말하기 일쑤다.
“어디 아직도 쓸 만한지 물건을 보여줘 봐. ”
나는 순순히 따른다. 그는 오목렌즈처럼 생겨먹은 자기 낯짝에다 나의 거시기를 비춰 보며, 껄껄 웃어댄다. 아니, 그 소리가 마치 내 어린 날 콩나물시루에 물을 주었을 때처럼 ‘똑딱똑딱’한다.
그는 말한다.
“어, 아직 쓸 만한데? 니, 막걸리 마신 덕분이지? 듣자하니, 니는 75ml ‘ㅇㅇ막걸리’를 하루에 네 통씩이나 마신다며? 글 쓴다는 핑계로, 농막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던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진즉부터 이 녀석은 나만 알고 지내야 할 아내의 ‘피조개’의 생김새도 다 촬영해두었다는 거 아닌가? 더러는 당시 내 어린 두 딸년들 ‘바지락’의 생김새도 도촬해두었다는 거 아닌가? 사실 내 아내의 ‘피조개’야 내가 익히 아는 바이지만, 내 딸년들 ‘바지락’의 생김새는 알 턱도 없고, 또 알아서도 아니 되는 일.’
그러함에도, ‘도촬 카메라’를 장착한 그는 우리 가족의 은밀한 사정을 죄다 알고 지낸다.
돌이켜본다. 역산해본다. 1984년이면 2023년 현재 기준으로 34년 전. 나의 빙모(聘母)께서는 당신의 막내딸을 나,‘윤 서방’한테 보내면서 그 관음증 환자를 딸려 보냈다. 그 의도는 참으로 좋았다.
이렇게 당부했을 게 분명타.
“야야(얘야), 모름지기, 여자는 아무데서고 ‘빤스’를 벗는 게 아니다. 니 귀중한 걸 보여주더라도 니 서방 말고 이 놈한테만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했던 이 관음증 환자. ‘사글세 → 전세 → 아파트’의 그 기나긴 여정을 거치면서, 끝내는 ‘만돌이농원’ 우물가에 천덕꾸러기처럼 오랜 동안 지내고 있었다.
요새 그는 기세가 등등하다.
“거 봐. 내가 언젠가는 당신한테 필요할 거라고 믿고 있었어. 나는 34년 인고(忍苦)의 세월 견뎌 왔다고! 나는 당신네 네 가족의 은밀한 부위까지 다 기억하고 있어. 동영상으로 다 찍어 뒀어. 그러니 다른 사람들 손에 넘기기 전에 무릎 꿇어.”
그의 협박에, 이 밤에도 벌써 다섯 차례나 무릎을 꿇는다. 어린 날 수수께끼를 떠올리면서.
‘ 하루에 위로 75ml들이 막걸리 네 통 마시고, 팬티 내리고, 양 손 모아 거시기 잡고, 그의 면전에서 자주 항복하게 되는데, 그는 누구? 나의 거시기를 수개월째 다 촬영해둔 이는 누구?’
그가 바로 ‘요강단지’다. 내가 글짓기 리듬 깨질세라, 최근에 농막에 그를 들여놓았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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