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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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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8) - ‘눈보라’ -
    수필/음악 이야기 2023. 4. 14. 00:04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8)

           - ‘눈보라’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꼽히며, 근대 러시아 문학의 창시자로 여긴다. 그는 연적(戀敵)과 무리한 결투 끝에, 38세 나이로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그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는 우리들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가 쓴 <벨킨 이야기>란 5편 단편소설집 두 번째 작품은 <눈보라>. 그 내용을 간략하게 적어본다.

        때는 1812년 초 어느 겨울밤. 영주의 딸 마리야와 가난한 소위보(준위) 블라디미르는 영주가 결혼을 반대하자, 자기들끼리 몰래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인근 마을 교회로 각자 길을 떠난다. 마리야는 이미 도착했는데, 갑작스런 눈보라로 블라디미르는 길을 그만 잃고 만다. 인근을 지나던 기병대 대위, 부르민 역시 눈보라에 길을 헤매다 교회에 잘못 들어선다. 순간, 사람들은 부르민을 블라디미르로 착각하고 결혼식을 진행한다. 사실 새벽까지 약혼자를 기다리다 지친 마리야도 혼절하여 누구가 누군인지 몰랐다. 촛불마저 희미해, 얼굴을 구분할 수도 없었다. 부르민은 장난으로 결혼에 응했고. 혼인서약이 끝나서야, 정신이 돌아온 마리야는 남자가 바뀐 것을 알게 됐고, 부르민은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이튿날 새벽, 결혼식장에 가까스로 도착한 블라디미르는 설상가상 전장에 강제징집되어 가게 된다. 블라디미르는 마리야와 헤어져, 1812년 전쟁에 참전해 숨을 거두고 만다. 마리야는 오랜 동안 슬픔에 헤맨다. 마리야는 4년이 지난 후에야 한 남자와 다시 사랑에 빠졌는데, 기억을 더듬다 두 사람은 깜짝 놀란다. 눈보라가 치던 그 날, 결혼서약을 했던 당사자가 바로 자신들이었으니까.

        위 단편소설은 1964년, 푸시킨 200주년 기념으로, 동명(同名)의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야말로 러시아 특유의 눈보라가 배경이 되어, 청춘남녀의 엇갈린 운명을 제대로 보여준다. 눈보라가 비극을 연출한... . 그 영화 줄거리보다도 우리들 가슴가슴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당해 영화음악이 있으니... .

       그 영화 음악은 ‘푸시킨의 소설에 기초한 음악적 삽화’라는 꽤 긴 제목의 9곡 관현악 모음곡. 그 가운데에서 < Old Romance >. 그 영화음악을 맡아 지은 이가 바로 ‘스비리도프(Georgy Sviridov, 1915~1998)’이다. 그는 평소 푸시킨을, 푸시킨의 문학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영화 제작진이 그에게 영화음악을 의뢰하자, 쌍수를 들고 반겼다고 한다. 시쳇말로, 그는 푸시킨의 열광자였던 셈. 그가 그 영화 9개 스코어(score,總譜), 곧 ‘관현악이나 관악 합주와 같이 여러 가지 악기로 연주하거나 합창이나 중창처럼 여러 사람이 다른 가락으로 노래를 부를 때 한눈에 전체의 곡을 볼 수 있도록 적은 악보’ 가운데에서 < Old Romance >는 너무도 아름답다. 눈물이 절로 나오는 곡이다. 특히, 나는 김지연 바이올리니스트(1970~, 서울, 줄리어드 스쿨 음악학교 졸업)’의 연주로 들을 적마다 눈물짓곤 하였다. 지난 한 해 동안,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심야 순찰 때에는 스마트폰으로, 그 <눈보라>를, 김지연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로 들으며, 내 그리운 이를 내내 생각하였다. 하기야, 나는 더 이상은 ‘시작도 끝도 없는 예술가로서만 사랑’을 즐기지만... . 지난 해, 30년 지기 의누님한테 그 ‘김지연 연주자’의 연주실황을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링크해드렸더니, 너무 슬픈 음악이라고 하기는 하였다.

       사실 나는 스비리도프의 그 영화음악도 영화음악이지만, 당해 영화의 장면을 한 컷 한 컷 보면서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눈보라가 지어낸 비극이여! 러시아 작곡가인 스비리도프는 그 < Old Romance > 한 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모름지기, 예술가는 ‘무언가에 꽂혀(?), 단 한 작품으로 성패가 갈린다.’

     

    관련 음악 듣기)

    https://cafe.daum.net/csgagocmt/LFNo/1136?q=%EA%B9%80%EC%A7%80%EC%97%B0%EC%9D%98+%EC%98%AC%EB%93%9C+%EB%A1%9C%EB%A7%9D%EC%8A%A4&re=1

     

       작가의 말)

       속을 썩일 대로 썩이는 나의 뮤즈들 가운데에서 한 여인. 그녀로 말미암아 이처럼 단숨에 한 편을 ‘뚝딱!’ 해치웠다. 그 점은 무척 고맙다. 그녀는 나사산이 무너졌다. ‘내지(나사)’가 넘었다. 그녀는 ‘테프론 테이프(teflon tape)’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테프론이란, 미국 회사 ‘듀퐁’에서 개발한 테이프다. 어느새 일반명사화 하였다. 그녀는 고단수이다. 능글능글하다. 약발을 전혀 받지 않는다. 해서, 이 글을 그녀한테 바칠밖에.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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