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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 쓰임 ‘하다(Do)’수필/신작 2024. 5. 20. 22:39
두루 쓰임 ‘하다(Do)’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미리 말한다. 나는 한 편의 수필작품을 적기 위해서도 꽤나 많은 나날 고민한다. 어떻게 적으면 애독자님들께서 ‘한 눈 팔지 않고’ 내 글 끝까지 따라올까 하고서.
농부이기도 한 나. 농약방에 종종 들른다. 거기서 나는 살충·살균제를 때맞춰 잘도 산다. 사실 작물에 따라, 이른바 ‘병충(病蟲)의 라이프 사이클(life)’이 제각각인 이유로, 때맞춰 그렇게 농약을 사다가 작물에 방제를 할밖에. ‘살충·살균제’가 여러 작물에 ‘두루 쓰이면’ 얼마나 편리하겠냐만, 안타깝게도 막상 그러하지 못하다. 요컨대, 농약은 ‘종합비타민’ 따위로 두루 쓰임이 아니 되어, 농약병 잔글씨 읽기도 어려운 농부들을 자주 골탕 먹인다. ‘Case by case’만이... .
‘그래, 농약은 두루 쓰임이 아니 되어.즉, 범용(汎用)이 아니 되어. 그렇지만 정치적 성향 등으로, 결코 경상도가 아닌 전라도 사람인 나는, 그 범용의 어휘인 ’거시기’를 너무도 좋아해. 갖다가 붙이면 말이 다 되어.’
실제로 그분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거시기 해서 거시기해. 껄쩍지근해.”
그분들의 ‘거시기’란 어휘는, 특히 영어권 언어에서 일컫는 대동사(代動詞)와 맥이 닿는다는 거. 사실 영어권 언어에서는 이미 적었던 위 문장 따위를 되받을 적에는 거의 신경질적으로(?) 동일 어휘를 피해, 대동사 ‘do’로 되받는 경향이 있다.
오늘 나는 되짚어본다.
‘정말로? 코쟁이들만이 그러한 대동사를 부려 쓸까?’
우리한테도 대동사 ‘하다’가 널리 쓰인다는 사실에 새삼 흠칫 놀라고 만다. 국어사전을 펼쳐본즉, 엄청 다양하게 ‘하다’ 혹은 ‘-하다’가 쓰인다는 것을.
나의 신실한 애독자님들께는 따로 ‘하다’ 혹은 ‘-하다’를 살펴보시길 바라며... .
지금부터는 성적(性的)인 이야기로 급발진. 사실 남녀간 성행위를 ‘하다’· ‘(한 번)하자’, ‘해봤다’ 대동사 하나만 부려 쓰면 다 통하지 않는가. 성인유머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우리말의 의미로움이여!
‘차 안에서 해 봤어?’
이는 ‘해[日]’를 일컫기도 하지만... .
대동사 ‘하다’를 더욱 의미롭게 해석. 해서, 우리말은 아름답다.
지금부터 막힘 없이 좔좔.
‘아가씨는 아가의 씨를 지닌 여자, 처녀는 처음 해 보는 여자, 어머니는 어마어마하게 해본 여자, 할머니는 할 만치 해본 여자. 덤으로, 아저씨는 아기씨를 저장한 남자. 마누라는 마주 보고 누워라의 준말. ’
어디 그것뿐? 남자 기준으로 ‘하다’의 발전사.
‘이십대는 이판사판, 삼십대는 삼삼하게, 사십대는 사족을 못 써, 오십대는 오기로, 육십대는 육갑을 떠네, 칠십대는 문(門)에 칠(漆) 만 해, 팔십대는 팔뚝으로라도 하고 싶어, 구십대는 구멍만 쳐다봐, 백대는 백골난망.’
우리 순수언어 ‘하다’의 두루 쓰임이여! 우리네 조상들 지혜여! 언어 구사력이여!
끝으로, 나는 죽는 그날까지 글을(수필을) 하고 싶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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