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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든 둘! 맨발의 신문배달 할아버지'
    수필/신작 2015. 2. 1. 11:32

    여든 둘! 맨발의 신문배달 할아버지‘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경비실 근무수칙상(?) 일과 중에는 인터넷을 즐길 수가 없다. 자리에서 멀리 뜰 수도 없다. 자연히 낮 동안에는 창작활동을 할 수가 없다. 대신, 텔레비전은 종일 틀어두어도 된다. 어제 낮에도 습관인양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바꾸게 되었는데, 어느 방송사가 SBS에서 방영되었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 두 번째 이야기는 위 제목 대로 여든 둘! 맨발의 신문배달 할아버지였다. 그 감동적인 이야기 쉬이 잊히지 않아, 이 수필작가는 그 방송 내용을 재편집 내지 재구성(restructure)’하게 이르렀다. 사실 인터넷의 도움으로, 우리네 지식이나 교양도 평준화 된 터라, 최근 들어 빚어내는 대부분 나의 수필작품을 재구성(restructure)’에 지나지 않음을 이미 여러 차례 애독자 여러분께 고백한 바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재구성에 들어간다. 무대는 6.25 때 피난민들이 모여 달동네를 이룬 부산의 감천동. 그 동네에 35년째(SBS에서 방영했던 201487일 기준.) 가파르고 좁은 계단길을 달리며 신문배달을 하는 82오광봉어르신이 사신다는데... . 노인은 늘 헤드폰을 끼고 달린다. 헤드폰을 통해 클래식을 듣는다. 담당 PD가 궁금해 헤드폰을 빌려 꼈더니, 마침 라밤바가 흘렀다. 노인은 본디 가내수공업을 하였으나, 오른손을 손가락 모두를 잃을 만치 심하게 다쳐 그만 두게 되었다. 그분은 결혼을 꽤나 늦게 하였으며, 슬하에 두 따님을 둔 것으로 밝혀졌다. 젊었던 시절에 술을 어찌나 좋아했던지,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 잔 일도 잦았다. 경찰 순찰차가 지나다가 태워 집에까지 데려다 준 적도 많았다. 그분의 아내 되시는 분은 제발 술 덜 잡수시라고 애원도 많이 했다는데 통하지 않았다. 결국은 술과 담배 등으로 인해 황혼이혼을 당하고 만다.

          그분이 취재진 앞에서 눈을 지긋이 감고 회한에 젖어 말한다.

         아내와 이혼한 후 한 2년이 지나서 얘기 들었는데, 아내와 두 딸이 비구니가 됐다고 해요.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고 아내에게 할 말이 없어요. 용서를 빌어야 해요. 죄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에.”

           노인은 담당 PD도 따라잡을 수 없으리만치 오르막 계단길을, 신문을 겨드랑이에 낀 채 달린다. 숫제 날다람쥐다. 노인은 신문 구독자가 배지시 열어둔 2층 창문 안으로 정확히 신문을 던져 넘기기까지 한다. 신문 배급소에서 받은 신문에다 찌라시 즉 전단지를 넣는 데도 거의 기계 수준의 손놀림을 자랑한다. 사실 성한 손으로도 어려울 성싶은 그 일을, 다쳐서 손가락이 없는 오른손으로 그렇게 한다. 하여간 신문배달에 관한 한 달인(達人)이다. 어둠 속 계단길을 달리다가 정강이를 깨는 일도 잦은데, 노인이 바지가랭이를 걷어올리자 성한 데가 없었다.

          수필작가인 내가 더욱 감명 받고, 또 한 녘으로는 무척 부끄러워지는 사항은 지금부터다. 그분이 새벽 세시부터 저녁 여덟시까지 뛰어 신문배달로 받는 월급은 50~60만원. 그 가운데 40만원은 생활비로 쓰고, 나머지 20만원은 책을 사는 데 몽땅 쓴다. 그분 좁은 방엔 그렇게 사서 읽은 책이 무려 2300여권. 그 가운데는 <<로마제국 쇠망사>>, <<서양미술사>>, <<사기>>,<<몽테뉴 수상록>> 등도 있다.

          노인은 담당 PD한테 질문을 한다.

          플라톤 전집 41권 중에서 <<향연>>, <<국가>>, <<파이톤>> 읽어 보았습니까?”

          그러자, PD가 부끄러워하며 읽은 적 없다고 고백한다.

          이에, 노인은 거침없이 말한다.

         정신이 가난하네요.”

          담당 PD가 언제부터 책읽기를 생활화하였냐고 질문한다.

         원래 젊었을 적엔 이렇게 책에 많이 애착을 안 느꼈는데 결혼을 늦게 하고 난 뒤에 내가 가족한테 잘못 한 거 너무 많아서... .”

          노인은 담당 PD의 호기심어린 질문에 말을 이어간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때) , 담배 모두 다 끊었어요. 내 삶을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는 책에 의지하는 것밖에(없어요). 그리고 눈 감을 때까지 책을 읽을 겁니다.”

          노인은 그 좁은 방에 따로 모아둔 신문을 어디에다 쓰느냐고 PD가 묻자, 이렇게 답한다.

         날짜 지난 신문을 모아서 팔면 보통 12만 원 정도가 되어요. 그 돈으로 독거노인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한테 생활필수품과 쌀을 사서 주고 있어요.”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라면 한 봉지로 끼니를 때우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PD가 그처럼 중노동을 하시면서 라면으로 요기가 되느냐고 묻자, 노인이 답한다.

         많이 못 먹는다고, 좋은 음식 못 먹는다고 해서 일 못하는 거 아닙니다. 알맞게 먹으면 됩니다.”

          PD는 그 좁은 방에 빼곡 진열된 책을 둘러보며 다시 탄성을 지른다. 그러자 노인이 답한다.

         책은 정신을 살찌게 하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나쁜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절대로.”

         PD정말 멋 있으시다.” 고 추임새를 넣자, 노인은 경건하게 대꾸한다.

        인생은 아름다워요.”

          사실 이 수필작가가 덧보탤 이야기도 없다. 그저 독서량이 에 가까운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나아가서, 환갑을 목전에 둔 터라 제법 초조해 했는데, 부산의 그 달동네 오광봉어르신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새롭게 가져본다. 특히 그분의 끝 말씀너무도 감동적이다.

          인생은 아름다워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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