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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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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러짐'에 관해
    수필/신작 2015. 10. 2. 00:53

     

     

                                  스러짐에 관해

     

     

                                                    윤요셉(수필가/수필평론가)

     

     

           이미 내가 적어 인터넷 매체에 올린 수필작품 가운데는 ‘Sunset at ()’이 있고, 그 작품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하루 가운데서 해질녘 내지 황혼녘을 가장 힘들어 한다. 그 즈음이면 서산에 걸린 태양은 하루 중에서 가장 장렬하게 불타고, 그 광경을 바라보노라면 나는 영문 모를 슬픔으로 눈물을 짓곤 한다. 엄밀히 말하면, 낮이 밤한테 모든 지상의 지배권(?)을 넘겨주고 스러져 가는 찰나다. 참말로, 그것은 쓰러짐이 아닌, ‘스러짐이다. ‘(그 존재가) 희미해지면서 사라져 없어짐을 일컫는 스러짐이다. 그 스러짐에는 언제고 못내 아쉬운, 못다 이룬 그 무엇에 대한 미련 같은 게 남은 듯하다.

           이러한 낮과 밤의 바통터치에 종종 쓰이는 말이 더러 있다. ‘땅거미(지다)’가 있다. ‘해가 진 뒤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의 어스름을 이른다. ‘어스름도 있다. ‘날이 저물 무렵이나 동이 트기 전에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아 어둑어둑한 상태를 말한다. ‘시나브로란 말도 있다. ‘(정말) 몰라보게 차츰차츰 혹은 천천히를 일컫는다. 그런가 하면, ‘실루엣(sihouette)’이란 말도 자주 쓴다. 가령, 들길 어둠속으로 걸어가는 이가 어둠으로 인하여 복장 등 세부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 윤곽만 무채색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형태를 일컫는다. 사실 그러한 내 고운 손님의 뒷모습은 늘 쓸쓸하게만 보이곤 하였다. 섭섭함과 함께 말이다. 이 실루엣이란 말은, 18세기 중반 인색한 프랑스 재무장관 에티엔 드 실루에트가 경제를 살리겠다며(?) 무채색으로 그림을 그리고 옷감을 만들도록 주문한 데서 비롯되었다지 않던가. 그 이후 ‘à la silhouette’라는 말은, ‘경제적으로로도 통용된다고도 하였다.

          다시 말하거니와, 낮과 밤의 그 흐밋한 경계에 이르면, 나는 영문 모를 서러움 내지 슬픔을 느끼곤 한다. 나의 그러한 심정을 극대화하고 나의 심금(心琴)을 더욱 울려주는 연주곡도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독일 출신 세계적 음악 거장(巨匠) ‘제임스 라스트(James Last)’ 가 이끄는 제임스 라스트 오케스트라의 음악여행 실황 동영상 중에 연주된 ‘Sunset at Flamingo park’. 살펴본 바, ‘플라밍고 공원은 미국 어느 곳에 자리한 공원이었다. 어느 단원의 리코더 연주가 이끌어 가는 애잔한 곡인데, 해질녘 내가 느끼는 그 기분을 그대로 표현한 듯하다. 나의 애독자님들께서도, 그 연주실황을 하이퍼링크로 처리하였으니, 바로 여기를 클릭하시어 그 연주곡을 한번 들어보시길. 노파심에서 하는 말인데, 저작권 침해 운위하면서 누군가가 나를 책망해도 도리가 없다.Sunset at Flamingo Park - JAMES LAST

          해질녘 내지 황혼녘은 영화나 시나리오 용어로 종종 쓰이는 ‘fade out’로 바꾸어 표현할 수도 있을 듯. ‘(화면이) 점점 희미해지거나, (화면을) 점점 희미하게 하는 걸두고 이르는 기술로서, ‘fade in’의 반대개념인 것은 두루 아실 터. 한편, ‘fade out’은 음악 용어로도 쓰인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음향이 차츰 작아지는 걸 이른다. 사실 화면이든 음향이든 점점 소실해 가는 과정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fade out’은 가슴에 여운을 남기는 일, 귀에 여음(餘音)을 남기는 일, 귀에 쟁쟁(錚錚)함을 남기는 일, 귀에 쟁쟁(琤琤)함을 남기는 일, 귀에 쟁쟁(斯斯)함을 남기는 일... . 마치 말없음표(........) 같은 일.

           참말로, 나는 하루 중에서 가장 힘들어 하는 때가 해질녘이다. 내 속을 나조차 빤히 알 수는 없으나, 가뭇없이 사라져간 연인의 옷자락과 그의 음성 때문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니면, 이승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스러져간 모든 이들을 그리워해서 그리 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참말로, 많은 이들이 내 곁에서 스러져갔다. 내 양친, 셋째누이, 둘째 매형, 절친했던 친구... . 그들은 모두 마치 말없음표(........)처럼, 내 시야에서 ‘fade out’ 되었다는 것을. 그러나 다시 내일이면 태양이 솟구칠 거라는 믿음만은 끝내 저버리지 않고, 어둔 밤을 맞곤 한다. 아니, 우리네 삶은 언제고 해가 지면 잠시 멈추는 ‘suspended game(일몰정지게임)’같은 거라서... . 정녕, 나는, 나는 산 이들 못지않게 홀연히 떠난 이들을 너무도 사랑하고 너무도 그 숨결을 그리워한다.

     

        * 랑데부 작품 : Sunset at ( ) ... 클릭하시면 글 열립니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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