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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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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딴지
    수필/신작 2018. 2. 24. 07:23

    하단 '작가의 말'에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    작가의 말)


    무엇이 되었든, 거듭거듭, 쉼없이, 줄기차게 적는 것만이 나의 몫이다. >


     


    오늘 새벽에 숨도 거의 제대로 쉬지 않고(?) 단숨에 또 적었어요.


     


     


     

     


                                            뚱딴지


     



     


                            윤근택(수필작가/ 문장치료사/ 수필평론가)


     


       이번에는 뚱딴지같은소리로부터 이야기를 출발해야겠다.


     ‘올해도 나의 뚱딴지 농사는 망쳤어. 멧돼지 녀석들이 겨우내 온 밭을 주둥이로 뒤집어 거의 다 캐먹고 갔어.’


       대체, 이 무슨 말이냐고? 흔히 돼지감자로 일컬어지는 뚱딴지재배를 하고 있는데,


       겨우내 멧돼지들한테 네다바이[netabai]’또는 갈취(喝取) 당했다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이따가 따로 하기로 하고... .


       우선, 우리가 자주 쓰는 뚱딴지같은 소리의 어원을 살펴볼까 한다. ‘뚱딴지, ‘엉뚱한 행동이나 생각을 이른다. ‘-’엉뚱의 줄어든 말 혹은 변한 말 같다. ‘-딴지, ‘어떤 일에 이의나 의문을 제기하거나 그 일에 반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데 몇 해 전 요당(僚堂)’ 수치가 높다는 내 넷째 누님 내외분이, ‘살아있는 자연산 인슐린으로도 알려 있는 돼지감자를 나한테 위탁재배하고(?) 캐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 누님은 돼지감자를 캐면서 똥단지똥장군처럼 생겨먹었다고 말했다. 누님은, 그렇게 생겨먹었기에 돼지감자똥단지로 아마 부르게 되었을 거라고 했다. 누가 수필작가의 누이가 아니라할까 봐서? 참말로, ‘똥단지처럼 생겨먹은 뚱딴지’. 그날 나는 뚱딴지를 함께 캐는 동안,‘오카리나(ocarina)’라는 악기를 연상하고 있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 사람 도나티가 고안해 내었다는 오카리나. 흙으로 구워 만든 구적(鳩笛)이며 오카리나라는 말은 작은 거위를 뜻하며 형상은 이름대로 새를 닮았다. 하더라도, 내가 독학으로 한 동안 배우던 오카리나는 흡사 우리네 똥장군처럼 생겨 있었다.


    , 이쯤 해두고서, 내가 해마다 겨우내 멧돼지들한테 도적질당하는 뚱딴지이야기로 접어든다. 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귀화식물(歸化植物)’. 다년초이며 높이 1.5~3m 자라고, 줄기와 잎에 털이 있으며 8~10월에 노란색 해바라기 모양의 꽃을 피운다. 괴경(塊莖; 덩이뿌리)은 적자색, 노란색, 흰색 등을 띤다. 특히 자주색 돼지감자가 골절, 당뇨, 양혈, 열성병, 청열 등에 뛰어난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서, 다소 수확량이 적고 알도 잔 자주감자도 흰 감자와 섞어 심었던 게다. 러시아, 인도, 이집트, 터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많이 재배하며, 우리 나라에서도 구황 식물로 이용되었다는데... . 아내도 그것으로 물김치를 담가 먹곤 한다.


       돼지감자의 괴경은 일반 감자와 달리, 한겨울에도 땅속에서 얼지 않아 그대로 월동한다. 번식력도 뛰어나 한번 심은 밭에서는 그것들 씨를 일부러 지우려 해도 아니 되는 편이다. 알뜰히 수확했다싶어도 이듬해 또 새싹들을 수북 내어놓는다. 해서, 따로 해마다 심을 필요도 없으니, 이만한 생력농업(省力農業)도 없는 편이다. 사실 나는 초여름 괴경에서 더북 올라오는 새순을 괴경에서 떼서 심어보기도 하였다. 이른바 분주(分株;뿌리나무기)를 통한 영양생식(營養生殖)’도 잘 되는 식물.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덤으로 알려드릴 게 있다. 돼지감자가 아닌 감자도 부리나누기로 심어도 되더라는 거. 다시 돼지감자 이야기. 100여 평 밭에다 그렇게 하여 개체수를 늘려 온 밭 가득 돼지감자로 채웠거늘... . 나의 실수는, 그 영양가가 최대치에 달하든 말든 겨울이 오기 전에 수확을 했어야만 옳았다. 물론, 올 가을부터는 그리하겠지만... .


       마을 어른들 말씀에 따르면, 돼지감자는 멧돼지들이 캐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막상 그러하지 않았다. , 야생동물들은 감자와 들깨만은 해코지하지 않는 걸로 경험상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나는 갖은 계략을 다 꾸며 보았다. ‘문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녹슨 쇳덩이도 밭 군데군데 갖다 놓아 보았고, 태양광 경광등도 사다가 여러 군데 번쩍여 보았다. 땀내 나는 헌 일복도 군데군데 걸쳐놓아 보았다. 모두가 그것들 멧돼지들 습격에 도움이 전혀 아니 되었다. 멧돼지들은 마치 당신네들이 그 식물을돼지감자라고 불러대니, 오롯이 우리네 것 아니겠소?”하며 시위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갓진 산골 내 농장 근처 산야에는 멧돼지들이 우글대고 야음(夜陰)을 틈타 온갖 짓을 다하는데, 돼지감자 습격은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손발도 없는 멧돼지들이 오로지 주둥이 하나만으로도 쟁기나 로터리만치 훌륭하게 밭갈이를 하다니! ‘저돌(猪突;豬突)’-’멧돼지를 이르고 있으니, 그 돌격성을 쉬이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참말로, 그것들은 물러섬이 없다. 순치(馴致)된 집돼지일지라도 야생으로 돌아가면, 주둥이가 길어진다고 들은 바 있다. 바꾸어 말해, 짐승들 가운데 곧바로 야성(野性)으로 돌아가는 짐승이 돼지. 그것이 생존전략인 까닭에. 멧돼지들은 황토 머드팩(mud pack)의 창시자들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용케도 황토를 찾아, 주둥이로 목욕탕을 만들어 물을 가두고 목욕을 하더라는 거. 산중(山中)에 들어서면, 여러 곳에 그들이 황토목욕을 한 자리가 심심찮게 보인다. 들은 바에 의하면, 온몸에 붙은 기생충들과 병균들을 그렇게 황토목욕을 함으로써 떨궈 낸다고 한다. , 멧돼지들은 자가치유의 연고도 바른다고 한다. 포수의 실탄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멧돼지는, 철철 흐르는 피를 멎도록 하기 위해 소나무에 몸을 부비어 송진이라는 연고를 바른다지 않던가. 고구마와 막걸리를 유난히 좋아한다는 멧돼지들. 막걸리 내음에 도취하는 멧돼지들은, 어쩌면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농주(農酒)로 막걸리를 마셔대는 나와 비슷하기까지 하다. 멧돼지들의 습성 가운데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게 있는데, 그것들이 겨우내 보양식을 먹는다는 사실. 이 무슨 이야기냐고? 멀쩡하고 농작물도 전혀 없는 밭도 주둥이로 잘 갈아엎더라는 거. 밭갈이에는 대가(大家). 그것들은 그 밭에 사는 지렁이를 잡아먹으려고 밭을 갈다시피 한다는 거 아닌가. 고단백질을 그렇게 섭취하다니! 밭갈이를 힘 아니 들이고 하자면, 지렁이가 우글대는, 살아있는 토양을 만들면 된다?


       다시 내 이야기는 해마다 망치는 뚱딴지 농사 이야기로 돌아간다. 내가 멧돼지들과 어쩔 수 없이 같은 산골에서 너무 가까이 지내면서 살 수는 없더라도, 이 청정지역에서, 그것들과 뚱딴지만이라도 적정하게 그 수확물을 나눠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내 아내 몫, 내 누님의 몫은 그래도 남겨두어야지 않냐고? 아무리 돼지감자라고 이름지어졌다 하더라도 그렇지.


     


    작가의 말)


    무엇이 되었든, 거듭거듭, 쉼없이, 줄기차게 적는 것만이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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