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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테(myrtaie)의 꽃’수필/신작 2018. 11. 18. 08:54
‘미르테(myrtaie)의 꽃’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나는 지금 슈만의 연가곡 <미르테의 꽃; Myrthen Op.25> 가운에서 제 1곡인 ‘헌정(Widmung)’을 듣고 있다. 그는 상심에 빠져 작품활동을 아니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클라라’와 결혼승낙을 스승으로부터 받았고, 26개의 가곡으로 이뤄진 연가곡을 짓게 되는데, 그 가운데에 ‘헌정’을 클라라한테 결혼선물로 결혼 ‘안날에’ 헌정했다는 거 아닌가. 그가 얼마나 클라라를 사랑했으면, 이러한 열정적인 음악을 만들었겠는가. ‘헌정’은 ‘뤼케르트’의 시를 가사로 한 노래. 연인에 대한 열정과 진실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잠시, 슈만과 클라라한테는 그 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던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슈만에 관한 나의 또 다른 작품,‘아라베스크(Arabeske)’의 한 단락은 이렇게 적고 있다.
< 자, 이제 잠시 미뤄뒀던 ‘슈만의 아라베스크 18번’에 관해 이야기하겠다. 우선, 독일 낭만파 음악가 슈만(1810~1856)의 생애를 간략히 살펴보는 게 좋겠다. 그는 당대 유명한 피아노 선생이었던 ‘프리드리히 비크’한테서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웠고, 비크의 9세 된 딸 ‘클라라(1819~1896)’를 알게 되었다. 그때가 슈만이 18세 되던 해다. 우리쪽 말로 ,‘머리에 소똥도 벗겨지지 않은 녀석’이... . 그는 클라라의 18번째 생일에 그녀의 아버지이자 스승인 비크에게 둘의 결혼승낙을 졸랐다. 스승은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상심한 슈만은 술과 방탕한 생활로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슈만이 28세가 되던 1839년, ‘아라베스크 18번’을 적게 된다. 그는 자신의 곡 ‘아라베스크’에 대해,‘섬세하며 숙녀를 위하여’라고 정의했으며, 매혹적인 우아함이 가득한 서정적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당시 그는 빈에서 음악잡지를 내려 했고, 빈의 부인들로부터 관심을 사기 위해 그러한 곡을 적게 되었다고 한다. 이 ‘아라베스크 18번’은 당시 육군 대령 ‘프리드리히 폰 제레’의 부인한테 헌정했다고 한다. 이는, 어느 장르의 예술가든 이성(異性)에 대한 사랑 없이는 훌륭한 작품을 결코 빚어낼 수 없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상 본인의 수필 ‘아라베스크(Arabeske)’의 한 단락임.)
이제 내 이야기는 조심스레 ‘미르테꽃’으로 옮겨간다. 미르테는 천인화(天人花) 혹은 도금양(桃金孃) 등으로 번역되고, 향기 좋은 하얀 꽃이 피며, 신부의 장식으로 사용되고, 처녀의 순결을 나타낸단다. ‘다음백과’는, 이 꽃나무가 13과(科) 400여 속(屬) 1만여 종(種)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세계 열대와 온대 지역에 퍼져 있다고 적고 있다. 우리가 흔히 공원 등에서 볼 수 있고,하얀 꽃을 피우는 ‘유칼리나무’는 ‘도금양과>유칼리속’에 속한다.
한편, ‘모현성당성바오로축구선교회’ 카페에는 아래와 같이 ‘미르테’를 소개하고 있다. 미리 말씀드리겠는데, 예수님을 믿지 않는 애독자들께서도 ‘참을성 있게’ 읽어주시길.
<산에 가서 올리브나무가지, 지중해 소나무가지, 도금양나무 가지, 대추야자나무가지, 참나무 가지를 꺾어다가 책에 있는 대로 초막을 지어 만들어라. (느헤미야 8, 15)
사막에 향백과 아카시아와 도금양나무와 올리브나무를 심고 황무지에 스닐젓나무와 버즘나무와 방백목을 함게 심으리라.(이사야 41,19)
도금양은 옛날 그리스에서는 의식, 예술, 사회 등에서 중요시하였기 때문에 사랑과 미의 상징으로 삼았다. 사제, 영웅 및 뛰어난 위인에게는 그들을 숭배하는 뜻에서 이것으로 만든 관을 씌워주었는데, 이것은 후에 월계관으로 발전하였다. 히브리명의 ‘하닷사’는 ‘귀엽다’ 또는 ‘아름답다’는 뜻이다. 속명(屬名)은 향기가 몰약(沒藥; myrrh)처럼 향기롭다고 하여, 그리스어의 ‘몰약’을 뜻하는 ‘미론’을 라틴어화한 것이다.
가지가 많이 갈라지고 상록이며 향기가 좋기 때문에 현재는 흔히 살울타리나무로서 가꾼다. 습지나 건조한 곳에서 모두 잘 자라며 지중해 지역에 널리 퍼져있다. 유다인이 축제에서 쓰는 4가지 수종 중에 하나이다.
열매도 향기가 있어 향료로 활용된다. 유다인들은 장막축제 첫날에 이 가지를 모아다가 장막 지붕에 올려서 놓았다. 이때 특히 잎이 3개씩 윤생한 것을 좋아한다. 창세기에서 아담이 쫒겨날 때 곡식 중에서는 밀, 과일 중에서 대추야자, 꽃 중에서는 도금양을 갖고 나오도록 허락을 받았다는 전설이 있다. 또 추울 때도 시들지 않고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하는 상록성을, 사랑과 죽지 않는 표지로 삼게 되었다. 로마인은 전쟁에서 살상 없이 승리하였을 때는 월계수 나무 가지와 더불어 이것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이상 한 단락은 ‘모현성당성바오로축구선교회’의 카페에서 거의 그대로 옮겨옴.)
자, 이렇게 적고 보니, 정작 수필작가인 나의 몫은 거의 없어져버렸다. 슈만은 자기 예비신부인 클라라한테 ‘미르테의 꽃’을 지어 헌정하였고, 천주교 교우(敎友)들은 위와 같이 ‘미르테’를 개략적으로나마 다 설명해주었다. 다만, 명색이 수필작가인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 탐내는 어휘가 있으니, 누군가가 그 이름을 ‘挑金孃’으로 번역했다는 사실. 풀이하면, 그 꽃이 ‘복사꽃[挑]처럼 금같이[金] 피어나는 아가씨[孃]’가 된다는 거.
실제로, 항간(巷間)에는 이런 말이 떠돈다.
‘복숭아나무를 정원에 심지 마라. 그러면 딸들이 봄바람 나서 집 나간다.’
그런가 하면,‘ 도화살(桃花)’이란 말도 있다.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여러 남자와 상관하거나 남편과 사별하도록 지워진 살’을 일컫는다.
위 두 말은, 봄날 피어나는 복숭아꽃은 어찌나 화려한지, 아가씨가 봄바람나기 딱 좋은 꽃임에서 비롯된 듯.
하여간, 이미 환갑·진갑 다 지났건만, 나는 아직도 슈만이 그랬듯, 그 어느 여성한테 ‘미르테의 꽃’ 아니, 수필작품을‘헌정’하고 싶다. 그래서 요즘도 끊임없이 수필작품을 적고 있노라고... . 슈만이 클라라한테 그랬던 것처럼. 또, 그들 가정에 기숙(寄宿)하던 註1)브람스가, 자기 스승 슈만의 아내이자 자기보다 무려 14세 연상이었던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를 죽는 그날까지 사모하며 독신으로 살았던 것처럼.
註1) 브람스(브람스의 눈물)
‘클라라는 브람스보다 14살 연상. 브람스는 스승의 아내 클라라한테 연정(戀情)을 품는다. 그리하여 26세가 되던 해부터 그 이듬해까지 클라라를 사모하는 정을 담은 현악6중주곡을 적게 되고, 제2악장을 피아노 3중주곡으로도 편곡하게 된다. 그리고는 그녀가 34돌 생일을 맞는 날 그 곡을 헌정하게 된다.’ [이상은 본인의 수필, ‘농부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 - 브람스의 눈물’가운데에서 발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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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 오늘의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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