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4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40)
- 시칠리아(Sicilia, Sicily)섬은 -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일찍이 이탈리아 서남단에 있는 시칠리아 섬은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으로 알려져 있고, 화산의 조산활동(造山活動)으로 만들어진 섬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세월 동안 “내 땅입네, 네 땅입네.“ 다툰 적도 많은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마치 동양의 어느 두 나라가 사이에 놓인 부속도서를 두고 옥신각신 다투듯.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그 섬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른 게 뭘까? 바로 ‘마피아(Mafia)’가 아닐까 싶다. 마피아의 사전적 의미도 이렇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하는 거대한 범죄조직.’ 그래서인지, 그곳은 명화(名畵)인 <<대부>>의 배경지이기도 하였다. 물론 <<시네마 천국>>의 배경지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적기에 앞서 자료를 챙기다가 이 ‘마피아’의 어원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자못 놀라웠다. “이탈리아는 외친다, 프랑스에 죽음을(Morte alla Francia, Italia anela)!”의 각 어휘의 첫 자를 조합한 거란다. 일설에 의하면, 당시 술 취한 프랑스 점령군 병사로부터 희롱당한 신부(新婦)의 어머니가 딸을 두고 탄식하던 말, “마 피아, 마 피아(내 딸아,내 딸아)!”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한다.
대체, 그곳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시칠리아와 관련된 곡을 적은 삼인(三人)의 음악을 차례차례 소개하는 동안 소상히 밝혀질 것이다.
1. 요한 세바스찬 바흐( 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
그는 살아생전 시칠리아 섬과 관련된 작품을 한 편 빚었다. 바로 ‘시칠리아노(Siciliano)’가 그것이다. 1730년, 그는 본디 ‘플룻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3개의 소나타’를 적었는데, 그 세 악장 가운데 두 번째 악장이 ‘시칠리아노 G단조’다. 여기서 말하는 ‘시칠리아노’란, ‘시칠리아의 무곡(武曲)’을 뜻한다. 17~18세기 시칠리아에서 유행했던 무곡인데, 바흐는 아주 느린 박자로 곡을 지었다. 그 이후 여러 버전, 즉 여러 악기로 연주하게 되는데, 어느 버전이든 들을수록 감미롭다.
2. 가브리엘 포레(Gabriel -Urban Faure‘, 프랑스, 1845~1924)
그의 이름 ‘가브리엘’이 나타내는 바, 성모 마리아께 날아와서, “성령으로 (아기를) 잉태하셨나이다.” 외고 돌아간 가브리엘 천사를 따르고자 한 세례명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몇몇 세계적인 레퀴엠(Requiem ; 진혼미사곡; ‘주여, 고인에게 안식을... .’로 시작되는 게 상례임.) 작곡가들의 레퀴엠과 다른 레퀴엠을 적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레퀴엠은 ‘온화한 레퀴엠’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화도 흥미롭다. 그가 레퀴엠을 몇 해에 걸쳐 적어야겠다고 마음 다잡아먹고 작업 중일 적에 그의 부친이 타계하였다. 그러고 이어 모친도 세상을 뜨게 되었다. 그러한 분위기에서 너무 장중한 레퀴엠을 적을 수 없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는 거 아닌가.
그러했던 그는 가곡(歌曲)을 만드는 데도 발군(拔群)의 실력을 발휘하였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인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가 죽음에 이르자, 프랑스 정부장(政府葬)의 영예까지 누렸다는 사실을 덤으로 전한다.
그도 위에서 소개한 ‘요한 세바스찬 바흐’처럼 교회(성당)를 거의 떠난 적 없이, 오르간니스트로, 성가대 지휘자로 교육을 받았다. 아울러, 바흐와 마찬가지로 시칠리아 섬에 관한 곡을 적었다. 그것이 바로 ‘시칠리안(Sicilienne) 작품번호 78’이다. 밤늦게 들으면 묘하게도 전설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기분이 드는 곡이다. 한마디로, 몽환적이다. 본디는 ‘몰리에르’라는 이의 코미디 발레,‘서민귀족(Le Bourgeois Gentilhomme)’의 삽입곡으로 적은, 피아노와 첼로(혹은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었으나, 실제로는 사용된 적이 없다고 전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이 지금은 여러 버전으로 연주되고 있다.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그의 대표작으로 이 곡을 뽑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느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겨 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흐르는 곡은 ’Acoustic Cafe‘ <<For Your Loneliness>> 앨범의 수록곡으로 원곡의 느리고 마냥 중후한 느낌보다는 빠르고 화려한 색채를 더 강조하여 마냥 밝고 따스하다. 즉 사랑에 대한 슬픔보다는 사랑의 감미로움, 사랑 그 자체에 대한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한 편곡이다.’
3. 주세페 베르디(Giuseppe, Verdi,이탈리아,1813~ 1901)
그는 가히 ‘오페라의 왕’이라고 일컬어질 만한 작곡가이다. 그는 내가 이미 첫 단락에서 살짝 소개한 대로, 자기 조국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시칠리아의 비극(?)’, 그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허구를 가미하여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란 오페라를 적게 되는데... .
사건이즉, 이렇다. 시칠리아 섬은 프랑스의 ‘앙주(Anjou) 왕가’의 ‘카를로(Charles) 1세’의 지배하에 있었다. 자연 프랑스군의 점령지였던 것이다. 때는 1282년 부활절 날(3월 31일). 군중들이 모인 곳에서 프랑스 점령군 병사 하나가 술에 잔뜩 취해 시칠리아 신부(新婦)를 희롱하게 된다. 이에, 분개한 어떤 이가 프랑스 병사를 죽이는 한편, 군중들은 벌떼같이 일어나 프랑스 군복을 입은 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보이는 족족 살해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짧은 기간 안에 3000여 명. 그 길로 시작해서 20여 년간 민중봉기로 이어지고, 시칠리아는 독립을 쟁취하기는커녕 또 다른 외세(外勢)에 속박을 당하고 만다.
베르디는 그 사건을 떠올리며 제 20번째 오페라로 <<시칠리아 섬의 지녁기도>> 혹은 <<시칠리아 섬의 만종(晩鐘)>>을 적었다는 거 아닌가. 사실 그의 오페라는 워낙 수효가 많아서, 이 오페라는 대표작에 꼽히지도 않지만, 제 5막 ‘에레나의 아리아(Elena’s aria)‘ 즉 ’고맙습니다, 여러분(Merce, dilette amiche)‘ 의 뒷부분은 이렇다.
‘ 시칠리아의 해안에/ 조용한 날만 오기를/ 우리들의 마음에 더 이상 끔찍한 복수가 없기를!/ 희망으로 가득 차고 마음의 상처는/ 잊어가기를/ 내 기쁨의 날이 당신에게는 영광의 날이 되기를/ 나는 아름다운 꽃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네! 그래요! / 사랑스런 꿈... . 사랑이... .//’
자, 별도로 여행가방도 챙기지 않고 노자(路資)도 한 푼 챙기지 않았던 나. 위 삼인의 음악을 통해 이탈이아의 부속 도서 ‘시칠리아’를 아주 쉽게, 아주 편히 다녀올 수가 있었다. 사실 위 ‘3’에 관해서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음악 애호가의 마지막 단계는 오페라를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단계라던데, 아직 나의 귀가 거기까지는 열리지 않은 게 분명하다. 대신, 위 ‘1’의 곡과 ‘2’의 곡은 귀에 퍽 익은 편이다. 그것도 아주 여러 버전으로 번갈아가며 듣는 맛 ‘쏠쏠하다’는 것을.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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