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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Secret Garden)수필/신작 2021. 4. 25. 23:19
제 2신)
오늘밤에 잠시잠깐 적어보았습니다.
시크릿 가든(Secret Garden)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깊은 밤, 산속 외딴 농막에 호젓이 지내는 나. 혼성 듀오(duo)‘시크릿 가든’의 ‘시크릿 가든(풀 네임은 ‘Song From A Secret Garden ’임.)’을 거듭듣기 하고 있다. ‘시크릿 가든’은 아일랜드의 여성 바이올린 연주가 ‘피오뉼라 쉐리(Sherry, F.)’와 노르웨이 남성 작곡가 ‘러블랜드(Løvland, R.)’로 구성된 뉴에이지 듀오 그룹. 그들 양인이 연주하는 ‘시크릿 가든’은 같은 이름의 영화, ‘시크릿 가든’의 배경음악이다.
자, 조심스레 동명(同名)의 영화 이야기로 옮겨가보겠다. 영화 ‘시크릿 가든’의 간략한 줄거리다.
때는 1947년. 영국의 어느 소녀한테 벌어진 이야기. 졸지에 부모를 동시에 잃고 혼자가 되어 이모부의 대저택에 보내진 메리. 근엄한 이모부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허락 없이는 다른 방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다. 그러나 천방지축인 메리는 저택을 돌아다니다 비밀의 문을 발견하게 되고, 그 문을 열자 아름다운 정원이 숨겨져 있었다.
한편, 메리의 또래인 이종사촌 남자아이는 자기 방 침대에만 누워 지내는 자폐아(?) 환자. 메리의 이모부는 메리가 자기의 아들 방을 자기 허락 없이 들락날락하는 걸 알고서 집에서 내보내겠다며 으름장까지 놓게 된다.
메리는 수시로 그 ‘비밀의 화원’을 들락날락 온갖 꽃들을 키우는 한편, 병석에 누워 지내는 이종사촌을 휠체어에 태우고 그 ‘비밀의 화원’에 데려간다. 메리의 도움으로, 이종사촌마저 그처럼 아름답게 꾸민 화원에서 치유받고 거짓말처럼 거뜬히 일어서게 된다. 뒤늦게 그 ‘비밀의 화원’의 광경을 보게 된 이모부마저 행복감을 되찾게 된다.
요컨대, 메리가 행복 전도사였던 영화다.
다소 장황했으나, 나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다. 나한테도 ‘시크릿 가든’이 있다. 아니, 시크릿 가든을 꾸미고 있다. 벌써 20여 년째. 나한테 도움을 주는 이는 아내이다. 아내는 내가 괭이로 호미로 곡괭이로 캐낸 돌들로 돌둑을 쌓되, 아주 예술품으로 쌓곤 한다. 이미 그 시크릿 가든에는 직립백도·능수청매·홍도·국화도(菊花桃)·대석자두·포모사자두·은율밤나무 등이 들어서 있다. 대략 20살 되는 꽃나무들이다.
거기에 더해, 요즘은 또 다시 돌멩이들을 주워내고 아예 옥토로 바꾸어 꽃밭으로 20~30평 평수를 늘였다는 거 아닌가. 그렇게 매만진 꽃밭에다 아내는 수시로 이런저런 야생화를 캐다가 심어댄다. 특히 아내가 자랑하는 야생화는 깽깽이풀과 우산나물이다. 깽깽이풀은 한약재로서 ‘황련(黃蓮)’을 일컫는데, 희귀 멸종 위기종이라 정부가보호식물로 지정하고 있다. 용케도 이곳에는 꽤 있다. 우산나물은 마치 우산을 접은 듯한 식물. 아내와 달리, 나는 그렇게 힘들여 만든 밭 한 켠에다 더덕씨앗과 도라지씨앗을 꽤나 갈았다. 둘 다 ‘초롱꽃과’에 속하는 식물이니, 꽃도 보고 뿌리도 캐먹을 수 있으니... .
오늘 다시 내 농장에 찾아온 아내가 나를 꽤나 나무랐다.
“당신, 이런 데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으로 야생화를 틈틈이 심으면 될 텐데... .”
사실 나는 어제 시내에 나가서 여덟 종류의 화훼식물 씨앗을 사 와서 ‘플러그묘판’에 ‘피트모스[床土]’를 담아, 모조리 씨앗을 갈아둔 상태다. 육묘를 하여 본밭에 내다 심을 요량으로. 공심채(空心菜)·금계국·어수리·금잔화(메리골드)·꽃양귀비·수레국화·고수·왕곰취 등. 어찌되었든 아내의 도움을 받아가며 내가 올 봄에 넓힌 시크릿 가든은 온갖 꽃들로 들어찰 것이다.
나의 시크릿 가든은 어디에 자리하는지 다들 궁금하실 터. 5평 남짓한 농막을 앉힌 바로 뒤편. 그 소유주가 어느 문중의 산이고,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한 분 두 분 차례로 오시어 묻힌 곳. 사실 20여 년 전 우리 내외가 이 골짝의 토지를 샀을 때를 다시 돌이켜보면, 숫제 황무지였다. 저 아랫녘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이 둔덕에 농막을 앉힌 것은 썩 잘한 일이기는 하지만, 뒤가 문제였다. 10위(位)가량의 묵묘[古墳]는 봉분에마저 아름드리 참나무류가 들어차 있었던 모양이다. 어느 부지런한 농부는 그 참나무류를 땔감으로 베갔으되, 그 그루터기들을 지상고(地上高) 30여 센티씩 흉물스레 남겨놓는 등 ‘마련’이 없었다. 나는 꾀를 내어 염소 한 쌍을 샀다. 녀석들을 개간에 이용했다. 녀석들한테 목줄을 채우되, 고삐를 달아 이 곳 저 곳 옮겨 매었다. 부지런한 염소들은 기특하게도 잡초와 잡목을 먹어치워댔다. 본디 염소는 성마른 짐승이라 고삐가 장애물에 걸리면 자칫 죽을 수도 있다. 해서, 녀석들이 빙빙 돌 수 있는 공간을 매일매일 마련해주었다. 그러면 그만큼씩 나의 시크릿 가든은 넓혀져 나갔다. 이제금 생각해보니, 그 염소들은 ‘지뢰제거반’이었던 셈.
아내의 평소 말대로라면 나는 땅 욕심이 대단히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하더라도, 나한테도 염치라는 것은 분명히 있다. 고인들의 유택(幽宅) 그 봉분만은 전혀 훼손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유택 봉분마다에 잔디를 입혀드렸다.
참, 여기서 잠시.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덤으로 알려드릴 게 있다. 우선, 느닷없는 질문이다.
“선생님께서는 조상 묘 벌초를 언제 어떻게 하시는지요?”
당연히 ‘잡초생장이 멈추게 되는 처서(處暑) 전후, 추석명절이 오기 전에, 낫 또는 예초기로.’라고 하시겠지. “땡!”이다. 경험이 많은 내가 여러분께 정확히 알려드리겠다.
“벌초는 여름날에, 방법은 ‘파란들’혹은 ‘반벨’제초제로 한 두 차례.”
위 두 종류의 잔디 전용 제초제 사용에 관해 구체적으로 알려드릴 테니, 주의를 요한다. 조상의 묘가 들 가운데 자리하면 ‘파란들’, 묘가 산 속에 자리하면 ‘반벨’이다. ‘반벨’은 풀은 물론이고 어린 나무마저 사정없이 죽이는 제초제이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심지어 큰 소나무까지 죽이게 된다. 나의 충고를 달리 들으실 애독자님들도 계실 터.
“그래도 그렇지. 윤 작가, 조상님의 유택에 제초제를 칠 수야 없지!”
일단 한 해만 실례를 범하면 된다. 봉분과 뻘(벌)에 잔디만 남기고 잡초들을 일제히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사실 조상의 유택에 잔디가 거의 아니 자라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 내가 뒤편 고인들 유택에 행했듯, 줄잔디(띠처럼 기어가는 잔디)를 군데군데 심은 후 물을 충분히 주고 복합비료를 뿌려주면 한 해 아니 가서 잔디로 입히게 될 것이다.
다시 나의 시크릿 가든 이야기로 돌아간다. 내가 무단점유한(?) 농막 뒤편 야산은 그 크기가 300 평은 넘을 것이다. 아니, 뒷산 전체를 내가 부치고 있다. 그 산에 저절로 자라는 밤나무를 바탕나무[臺木]삼아 알이 굵은 밤나무 접수(椄穗)로 접을 붙인 그루 수도 많다. 해마다 꽤 많은 양의 알밤을 줍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야생벚꽃나무를 바탕나무 삼아 서양버찌(체리)도 접붙여 꽃을 피우곤 한다.
언젠가 어느 풍수 어른이 일러주었다.
“윤 과장, 저기 뒷산을 찬찬히 보게나. 저건 거북의 등이야. 그리고 자네 농막을 앉힌 곳은 거북의 머리 오른편이야. 거북이가 저 아래 합수머리의 물을 마시고자 목을 주욱 뺀 형체인 걸. 명당이야. 기당(基當) 몇 억씩은 될 묘터들인 걸. 요즘은 이런 자리가 없다구.”
어쨌든, 나의 시크릿 가든 가꾸기는 죽는 그날까지 주욱 이어갈 듯하다. 위에서 소개한 영화 속 메리 소녀처럼.
끝으로,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서도 윤 수필작가의 시크릿 가든에 좋은 때에 한번쯤 다녀가셨으면 하고서.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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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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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저는 요사이 '비밀의 정원'을 만들고 있어요.
제 농막 바로 뒤 야산에는 10여 분 고인들이 누워 계시는데요.
그 고인들 음택( 묘; 마을 어르신들 말씀에 의하면, 묘를 쓴 지가 100여 년도 넘었댔요.)에다 잔디를 입혀드렸어요.
그것도 벌써 여러 해 전에요.
올해는 아내와 함께 이쁘게 '봉분'마다에 새로 잔디를 심어드릴 겁니다.
대신,고인들의 '뻘(벌)'은 제가, 100여 년 후에 이 세상에 온 제가, 다듬어 '비밀의 정원'을 만들고 있다는 거 아녜요?
이미 '피트모스(플러그묘를 키우는 묘상토)'에 다양한 채소와 화훼를 따로 키우고 있고요.
혹시라도, 님들께서 길 엇들어서라도(?) 이곳에 오신다면,
제가 꾸민 '비밀의 정원' 내지 '비밀의 화원' 보실 텐데요.
물론, 제 다음 작품은요,
'비밀의 화원'이겠죠?
저는 님들께 종종 말씀드리지 않던가요?
'생활이 수필이요, 수필이 곧 생활이다.'라고요.
탁상맡의 글은 제가 아주, 매우, 무척 싫어하고 숫제 경멸한다는 것도 잘 아실 테고요.
부디, 아름다운 나날!
1) 당해 영화 줄거리 :
2021.02.03
2020.08.19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환상의 정원이 펼쳐지는 영
2) '시크릿 가든'의 '시크릿 가든' 듣기 :
[시크릿 가든 Secret Garden] Song from a Secret Garden (19960416...
2021.04.03
Song from a Secret Garden - Secret Garden ♪ 1996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Song Fro
시크릿 가든 Secret Garden - Song From A Secret Garden COVER
2021.01.28
지지 않습니다. 상업적 이용은 불가합니다. ) 첨부파일 시크릿 가든 Secret Garden - 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