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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귀(當歸)
    수필/신작 2022. 4. 7. 02:40

     

                                                                        당귀(當歸)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내 아내가 ‘오미크론 코로나’에 걸려 목이 몹시 아픈 등 고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화상으로 접한 그. 그는 기다렸다는 듯 나한테 강권(强勸)하여 ‘헤모0’이란 종합 약재 추출약을 부쳐주었다. 사실 그는 나랑 통화할 적마다 그야말로 ‘기승전헤모0’였다. 숫제, 짜증나고 지칠 정도로.

      “윤 선생님,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제가 지난 해 신장에 물혹이 생겨 수술한 후 큰 고생을 하였는데요, 아들아이가 수소문하여 구해 갖다다 준 ‘헤모0’ 복용하여 ‘힘’이 되살아났다고요. 그 이후 저는 그 제품을 취급하는 쇼핑몰 열광자가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아예, 제가 다녔던  여고의 교훈인 ‘홍익인간’ 실천차원에서 그 쇼핑몰 홍보대사가 다 된 걸요!”

      공히 작가인 터에, 그가 나랑 문학에 관한 이야기만 나눴으면 참 좋겠는데, 공들이고 8년 여 발품팔아 적었다는 그의 수필집들은 이웃들한테 강매해드릴 수는 있어도... .

      어쨌든, 그이한테서 소포로 도착한 약. 그가 꼼꼼하게, 여성스레 테이프로 밀봉한 겉포장을 뜯어 얼핏 내용물에 적힌 광고문을 읽게 되었다. 그제야  ‘당귀’가 주성분임을 알게 되었다.

      當歸, 나는 그 식물에 관한 추억이 있다. 내 이웃 윤정이네 온 밭에 심겨 있던 약초 . 그 좁은 농로(농로). 도로변 그 밭에서 당귀들은 향수(鄕愁)를, 향수(香水)를 물씬 풍기며 나를 귀히 맞아주었다. 그곳 영양의 ‘압시골’. 나는 그 어떤 열병(熱病)을 앓으며 가족을 대구에 팽개친 채 직장 핑계대며 그곳 한갓진 압시골에, 누가 버려둔 농가(農家)에 은둔 아닌 은둔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양 - 영덕 - 울진 - 영양’  돌고돌아 그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는 과장으로 승진하여 그곳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 나를 추억에 잠기도록 한 그 당귀.  그때 나는 ‘當歸’란 약초의 이름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다.

      當歸, ‘마땅히 돌아가리니.’란 말이 된다. ‘응당 돌아올 줄 알았어!’란 말이 된다. 그가 나한테 증정한 책에서 비문(非文) 등을 지적하고 페이지마다 새까맣게, 속된 말로 ‘돼지꼬리 땡땡’해서 되붙여줌으로써 2년 여 삐쳐 달아났던 그.  나는 그가 내 곁으로 결국은 돌아올 줄 알았다. 그랬던 것이, 오늘 당귀 추출약제로까지 돌아왔으니, 나한테는 두말 할 나위없고, 내 아내한테까지 그가 약제로 화(化)해 돌아왔으니... .

     

     

      (창작 후기)

     

      사실 작가는 당해 작품을 적기에 앞서, 작품과 관련된 많은 자료를 챙기게 됩니다. 하더라도, 이번 글은 최소의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이른바 ‘미니멀리즘(minimalism)’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이란, 장식적인 요소를 일체 배제하고 표현을 아주 적게 하는 문화 예술 기법이나 양식을 일컫습니다. 현대미술에서 ‘저드’가 조각조각 판자로 도미노처럼 새워최초로 구현한... .

     

     ( 덧붙임)

     

      이 밤 내내 내가 인터넷 셔핑 등으로 새롭게 알게 된 아래 사항들은 아예 본문에 적지 않았다. 글의 담백한 맛을 떨어뜨릴세라 그리하였다.

      당귀는 전설에서 온 이름. 중국 명나라 사람 왕용이 아내를 위해 약초를 캐러 갔다가 3년 여 돌아오지 않았다. 그의 아내는 가난에 지쳐 개가(改嫁)를 하고만다. 사실 왕용은 자기 아내가 월경이 불규칙하고 몸이 아파 견디지 못하자, 매번 그 약초를 캐 와서 먹여 낫게 하였다는데... .

      기다림에 지친 왕용의 아내가 남의 여자가 되어 떠나면서 안타까이 남긴 말. ‘將(次)夫當歸(?) [장차 돌아올 사람은 돌아온다].’뒤늦게 돌아온 왕용이 탄식한 말은 ‘當歸(나 마땅히 돌아가리니).’였을 테고.

      당귀의 주성분은 정유·자궁흥분성 성분·자당·비타민e. 당귀는 한방에 없어서는 아니 될 약초. (코로나에 걸린 내 아내) 면역향상과 (위 작품 속 그의) 신장 건강에 만판인 약재.

      ‘참당귀’와 ‘사이비 당귀’인 ‘개당귀(지리강활)’를 잘 구별하여야 한다. 개당귀는 맹독성 식물이니 멋모르고 채취해서는 아니 된다. 마치, 언젠가는 마땅히 돌아올 이만 기다리듯, '개당귀'만은 결코  취해서는 아니 된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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