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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1) - 간주곡(間奏曲) 등에 관해-수필/음악 이야기 2022. 7. 3. 14:58
일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하지감자' 다 캤어요.
오전에는 '관리기'로 그 밭자리 장만하여,
'멀칭버닐'을 여섯 이랑 깔았어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요.
아니지요.
라디오에서는 계속 클래식 음악 내지 '세상의 모든 음악' 흘러서,
큰 도옴 되었는 걸요.
장맛비 맞추어, '포트 묘'료 키우는 참깨 모종 이식할 겁니다.
그 참깨 수확한 후에는 그 자리에다 김장배추, 김장무 심을 테고요.
잠시.
개여울에 나가서 멱감고, 팬티며 신발이며 양발이며 온갖 걸 빨고... .
농막으로 들어와, 막걸리 두 병 마시고,
컴퓨터 잎에 정좌하여 밀린 숙제인 양 키보드를 토닥였어요.
보아가며,
밤에는 제 82화와 제 83화 이어갈 게요.
두루두루 사랑해요.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1)
- 간주곡(間奏曲) 등에 관해-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음악 ’애호가인 이 농부 수필가. 이 농막에서는 24시간 내내 ‘KBS1 FM’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으며, 격일제 24시간 동안 근무하는 어느 아파트 경비초소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리하고 있다. 성한 고막 한 장이면, 가장 밑천 적게 들이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예술 장르가 바로 음악.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제야 ‘오페라’ 등의 극음악을 집중탐구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들 하지 않던가. 최근 들어 웬만한 오페라의 대본, 즉 ‘리브레토(libretto)’를 거의 매일 집중공부하고 있다. 그 쓰이는 음악용어들이 새삼스럽다. 이참에 내 신실한 애독자들과 함께 공부하는 기분으로, 확실히 더듬고 넘어가기로 하자.
1. 간주곡(intermezo)
미사(예배)음악이나 극음악 등의 중간에 삽입된 기악곡. 원래 가톨릭 미사에서 찬미가 등의 절과 절 사이에 연주된 오르간곡에서 출발. 막간에 서정적인 음악을 삽입함으로써 듣는 사람의 기분을 전환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짐. 특히, 나는비제의 < 카르멘>과 마스카니의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촌뜨기의 기사도’란 뜻임.)>을 좋아한다.
2. 부수음악
연주,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음반 등의 매체에서 행위나 분위기를 보조 혹은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극음악. 그야말로 ‘막간을 이용해서’ 막과 막 사이에서 사전의 진행을 나타내거나 극 전체의 시작이나 끝을 넌지시 알리는 역할 함. 괴테 극의 부수음악인 베토벤의 <에그몬트>, 셰익스피어 극의 부수음악인 멘델스죤의 <한여름밤의 꿈>, 알퐁스 도데의 극 부수음악인 비제의 <아를의 여인> 등을 나는 늘 좋아하는 편.
3. 모음곡 [組曲,suite]
17~18세기에 가장 발전했으며, 당시에는 주로 춤곡 악장들로 이뤄졌음. 19~20세기에 와서는 소나타보다 작은 형식의 기악 모음곡 경향을 띰.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지 인형> 시리즈물이(?) 여기에 해당함. 내가 좋아하는 ‘솔베이지의 노래’가 들어있는 그리그의 <페르 귄트 조곡> 도 여기에 해당함. 요한 세바스찬 바흐에 이르러 절정을 이룸.
4.아리아[咏唱, hymn, 유절 노래]
오페라 따위에서, 반주가 있는 서정적인 가락을 주로 한 독창곡. 오페라에서 극의 흐름을 주도하지는 않으나, 앞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등장인물의 정서적 반응 담고 있음. 오페라의 줄거리는 ‘레치타티보’가 주도하지만... .
1602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대다수 ‘진지한 노래들’을 일컬었음. 1607년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를 통해 오페라에 받아들임. 특히, 이 농부 수필가가 좋아하는 아리아는, 비제의 <진주 조개잡이> 가운데에서 ‘귀에 익은 그대 음성’.
자,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더 궁금한 사항 있으면, 인터넷 검색창에다 대고 키보드로 머리통이 깨질 정도로 글자 때리면(?), 금세 익힐 수 있을 터. 다만, 이 농부 수필가는 어느 음악인이 말년에 이르러, 위 ‘1. 간주곡(intermezo)’에서 소개했던 대로가 아닌, 하나의 독립된(?) ‘피아노 소품’으로 만들었다는 데 주목한다. 나는 님들께서 나의 이 글 마지막 문장까지 한 눈 팔지 말고 따라오시라고, 그의 정체에 관해서 부러 금세 밝히지 않으련다. 마치 스무 고개 넘듯이.
그는 한낱 ‘길거리 음악인’에 불과했던 이다. 나이 20세에 당시 바이올린 연주대가였던 ‘요하임’의 눈에 띄어, 그의 소개장을 들고 열차를 타고 슈만의 댁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당시 슈만은 그이보다 23살 위. 슈만 부인인 슈만 클라라는 그이보다 14세 위. 클라라는 당시 최고로 잘 나가던 여류 피아니스트. 클라라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회 때마다 청중들한테 낯선 곡을 연주하여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청중들이 입모아 묻곤 했다.
“그 곡은 누구가 썼죠?
클라라는 자기 집 기숙생(寄宿生)인 그이의 이름을 청중들한테 소개하곤 하였다. 그이의 이름은 나날 빛나게 되었다. 그들 삼인(三人)은 그러한 사이였다. 그이는 진실로 슈만 부처(夫妻)를 하늘같이 섬겼다. 그런데 러시아 음악여행을 다녀온 스승 슈만은 정신병을 앓게 되고, 결국 정신병원에서 46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만다. 슈만의 유가족은 아내 클라라와 자녀 7명(8명 가운데에서 하나는 일찍이 사망한 듯.), 그리고 제자인 이 글의 주인공.
이 글의 주인공은 스승 내외분의 은혜를 ‘기워 갚고자’ 물심양면으로, 37세로 청상과부가 된 클라라와 그 일곱 자녀들을, 40여 년 동안 돌보아주게 된다. 스승의 부인인 클라라를 한 평생 사모한 그. 그는 40 여 년 동안, 스승의 부인인 클라라와 편지도 주고받았다는데... . 오로지 플라토닉 사랑. 미혼으로 생을 마감한 이.
그는 64세로 간암 혹은 췌장암으로 세상을 뜨기 5년 전인 59세에 이르러, 마치 예감이라도 한 듯, 생을 마감하는 준비라도 하는 듯, 간주곡 3곡을 적게 된다. 그런 다음 스승의 부인이자 40여 년 동안 짝사랑하는(?) 여인인 클라라한테 그 곡을 헌정하고, 연주해달라고 부탁한다.
클라라는 감탄하여 일기장에다 이렇게 적는다.
“도대체, 그가 이런 작품을 어떻게 썼는지 매우 신기하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이시여, 더는 늦기 전에 이 작품의 주인공 이름을 밝히겠다. 그가 바로 브람스(1833~1897)이다.
브람스는 말년에 이르러, 위에서 이미 이야기하였듯, 세 곡의 간주곡을 적게 된다. 그 1번(작품번호 117번)은 스코틀랜드 자장가 내용에서 모티브를 얻고, 헤르더의 시, <어느 혜택 받지 못한 어머니의 자장가>를 바탕으로 삼은 곡. 그 곡은 태교음악으로 임산부들이 좋아하는 곡이라는데... . 특히, 제 2번 간주곡(작품번호 118번)은 많은 이들이 아끼는 곡이다. 이 글을 적기에 앞서, 그 피아노 소품을 거듭 들어본 바, 정말 브람스 말년의 쓸쓸함과 고독이 그대로 묻어나는 곡이었다.
브람스 자신도 친구한테 편지로 이렇게 적었다.
“ 나의 ‘고뇌의 자장가’일세.”
사실 독신이었던 브람스는 말년에 이르러, 가까이 지냈던 둘레의 사람들이 하나, 둘 세상을 뜨는 등 이별·아픔·쓸쓸함·고독을 느꼈던 것으로 음악사는 기록하고 있다. ‘고뇌를 다독여주는 자장가’가 어울리는 별칭일 듯.
브람스는 그 세 간주곡을 쓴 후 이렇게 말했다.
“장인정신이 없으면 영감은 바람 속에 흔들리는 단순한 갈대에 지나지 않는다.”
그는 ‘패시지(passage)’, 즉 시에다 곡을 붙인 음악성이 풍부한 곡을 그렇듯 적었다.
요컨대, 위 세 간주곡은 고뇌를 잠재우고 차분하고 평정심을 찾아주는 곡들. 문득, 그의 간주곡 세 곡을 차례차례 듣노라니, 문득‘관조(觀照)’라는 말이 떠오른다. ‘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을 뜻하는... .
브람스는 갔다. 그의 스승 슈만을 일찍 여의고, 슈만 클라라를 40여 년 간 사모했던 그. 클라라가 뇌졸중으로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후, 그 이듬해에 그도 갔다. 그가 이승에서 누린 나이는 64세.
그는 클라라가 세상을 뜨자, 탄식했다.
“ 나의 삶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체험이요, 가장 위대한 자산이요, 가장 고귀했던 의미를 상실했다.”
브람스. 그의 말년작 <세 개의 간주곡>을 두고서 그렇게 갔다.
그를 두고, 어느 음악평론가는 이렇게 요약한다.
‘ 자유롭게, 그러나 고독하게(Frei aber Einsam).’
작가의 말)
이 글의 랑데부 작품이 있으니...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
http://blog.daum.net/yoongt57/64‘에서 읽어보시길.
‘자료 챙김’은 몇 몇 날. A4용지에 ‘4B 연필’로 적은 게 10여 장. 완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함. 그리고 ‘쓰기’는 잠시.
요체는 영감!
윤 수필작가는 5,000여 편 글을 써오는 동안, 미리 알아서 쓴 글 거의 없음. 쓴 후 관련된 ‘토막 지식 ’얻었음. 그것이 줄잡아 5,000개. 왜? 내가 쓴 글이 그 정도 편수이까. 그러함에도, 숨어 얼굴 내밀지 않는 나의 애독자님들, 님들은 양심에 솜털 났어요?
그리고 이 글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그이한테 바쳐요. 이 ‘농부 수필가... ’를 이어가도록 한 데는 님의 역할이 커요. 님은 ‘모티브’를 준 거에요. 저한테 글 쓸 수밖에 없는, ‘동기(動機)’를 주는 분이시까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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