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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2) - ‘Summertime’이란 노래의 비밀-수필/음악 이야기 2022. 7. 3. 20:41
이러다가 석 달 채 아니 되어 책 한 권 분량 적겠는 걸요.
하기야, 저는 1990년대 말에, 시작한 지 석달 만에 두번째 수필집 <이슬아지>
한 권 거뜬히 적은 적 있지요.
부디, 아름다운 밤!
모기에 그 고운 피부 뜯기지 말고요.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2)
- ‘Summertime’이란 노래의 비밀-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한여름. 내가 24시간 틀어놓는 KBS 1FM. 라디오에서는 심심찮게 ‘Summertime’이란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 음악에 관해서 때늦게(?) 호기심이 최고조에 도달한 이 농부 수필가. 마구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노랫말은 이렇다.
Summertime
한여름의 어느 날, 삶은 여유롭고
물고기가 뛰놀고 목화가 높이 자라네.
오, 네 아빠는 부자이시지. 네 엄마는 고우시지.
그러니 쉿, 우리 아가, 울지 말렴.
어느 날 아침이면 넌 일어나 노래하겠지.
날개를 펼치고 저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겠지.
그런 아침이 올 때까지, 아무 것도 널 해치지 못할 거란다.
엄마 아빠가 곁에 있으니 말이야.
(후렴)
한여름의 어느 날, 삶은 여유롭고
물고기가 뛰놀고 목화가 높이 자라네.
오, 네 아빠는 부자이시지. 네 엄마는 고우시지.
그러니 쉿, 우리 아가, 울지 말렴.
이 호기심 많은 농부 수필가가 더욱 파고들어본즉, 미국의 작곡가인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의 오페라인 <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에 나오는 자장가. 작중인물 엄마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자장가로, 흑인들의 삶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이 글 주인공인 ‘조지 거슈윈’은 정상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느 극장에서 아르바이트생 수준의 피아노를 연주했다는데, 제법 돈벌이가 되었다고 한다. 이에, 고용인에 해당하는 이가 그를 부추겨,‘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복합된, 이른바 ‘심포닉 재즈’를 작곡하길 요청했던 모양. 그래서 만든 작품이 <랩소디 인 블루>. 한마디로 대박이었다. ‘조지 거슈윈’은 그 거대한 자본시장인 미합중국에서 돈벌이가 대단하였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미개국이나 진배없고 온갖 잡놈들이 모인 미합중국. 정체성조차 희미하던 그 시절. 대신, 그의 <랩소디 인 블루>를 비롯한 몇몇 음악은 하나의 서광(曙光)이었다. 그가 취택한 재즈(jazz). 유럽음악의 화성구조와 아프리카 음악의 복잡한 리듬이 합쳐져 만들어진, 지극히 미국적인 음악양식.
위 <랩소디 인 블루>는 그가 26세가 되던 해에 작곡했다. 그제야 음악에 대한 배고픔을 알게 된 그. 그는 30세가 되던 1928년에 프랑스 파리에 가게 된다. 체계적으로 음악 공부를 하기 위함이었다.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3)’에 소개할 ‘나디아 블랑제(Nadia Boulangererie, 1893~1918, 프랑스)’ 교수한테서 지도받기 위해서. 사실 ‘나디아 블랑제’는 600여 명의 현대 음악인들을 저마다 개성 있게 육성한 인물.
그는 제자로 받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나, 블랑제 여제(女帝)는 거절한다. 그녀의 심중(心中)은 참으로 깊었다. 사실 나는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49),’‘리베르 탱고’의 창시자인 ‘아스토르 피아졸라’ 편에서도 나디아 선생 이야기를 이미 적은 바 있다. 그 일부를 따다붙이겠다.
<(상략) 마치 FBI 요원 같았다니까요. 나는 탱고음악을 했다고 말하려니 너무 창피했어요. 결국은, ‘저는 카바레에서 일을 했어요.’를 암시했죠. 그래도 나디아의 심문은 계속 이어졌죠. “피아니스트가 아니라고 했지? 그럼 무슨 악기를 연주했어? ”
‘ 나는 반도네온을 연주한다고 죽어도 말하고 싶지 않았어요. 만약에 그 이야기를 꺼내면 반도네온을 창밖으로 휙 내던질 것만 같았어요. 선생님이 하도 집요해서 결국 모든 걸 자백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나디아 선생님은 탱고를 연주해보라는 것 아니겠어요? 내가 몇 소절을 연주하자,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면서 내 손을 꼭 잡고 이렇게 소리질렀죠. ‘어휴, 이 멍청이! 진작에 이야기 하지 않고서… . 바로 이게 피아졸라야!’ 그 순간, 내가 10년 동안 작곡한 악보들이 단 몇 초만에 버려진 거죠.”(하략)>
사실 나디아 선생이 거슈윈을 제자로 이내 받아들이지 않은 속내.
‘서유럽 음악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재즈에 바탕을 둔 그의 음악적 개성을 해칠 수 있다.’
‘조지 거슈윈’은 스승의 그 깊은 뜻도 모르고, 이번엔‘가브리엘 포레’한테서 나디아 블랑제와 동문수학한 ‘라벨’를 찾아간다. 라벨도 블랑제 여제와 마찬가지로 제자로 받아주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 충고는 정말 감동적이다.
“당신은 저절로 샘처럼 솟아나는 듯한 멜로디를 가진 사람이오. 일류의 거슈윈이 되는 편이 이류 라벨이 되는 것보다 낫지 않겠소?”
거슈윈은 두 선배 음악인의 충고를 온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37세가 되던 해에 결국 큰일을 해내었다. 그게 바로 위에서 소개한 오페라 <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지극히 미국적인, ‘최초 재즈 오페라’다. 오페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죄다 흑인들. 그들 삶의 애환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오페라. 등장하는 20여 명 배우들 가운데 백인은 고작 한, 둘. 그것도 백인 등장인물은 단역배우로만 채워진... . 절름발이 젊은이인 ‘포기’와 마약중독자이며 의지박약한 여성‘베스’가... . 사실 위 ‘Summertime’이란 자장가는 주인공들이 아닌, ‘제이크’와 ‘클라라’가 부르는 노래다.
문화적으로 낙후되어 있다고 여긴 미합중국. 그러나 조지 거슈윈의 출현으로 나름대로 문화적 자존심을 한껏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고무 타는 내음이 난다는 등 호소하게 된다. 진료 결과, 악성 뇌종양이었다. 국보급 작곡가를 살리기 위해, 백악관까지 나서게 된다. 군함까지 동원해서, 휴가지로 낚시를 떠났던 신경외과 전문의를 수배하여 수술까지 하였으나, 그는 끝내 깨어나지 못하였다. 그는 39세 젊은 나이에 이승을 떴다. 하더라도, 그의 대표작인 < 랩소디 인 블루>와 재즈 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남으리.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자장가 ‘Summertime’은 영원히 남으리. 특히나, 이 폭서기에는 자장가로 남으리.
작가의 말)
이 글의 랑데부 작품이 있으니...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
http://blog.daum.net/yoongt57/64‘에서 읽어보시길.
다음 이야기는 ‘나디아 블랑제’가 될 것임.
‘자료 챙김’은 몇 몇 날. A4용지에 ‘4B 연필’로 적은 게 10여 장. 완전히 나의 것으로 소화함. 그리고 ‘쓰기’는 잠시.
요체는 영감!
윤 수필작가는 5,000여 편 글을 써오는 동안, 미리 알아서 쓴 글 거의 없음. 쓴 후 관련된 ‘토막 지식 ’얻었음. 그것이 줄잡아 5,000개. 왜? 내가 쓴 글이 그 정도 편수이까. 그러함에도, 숨어 얼굴 내밀지 않는 나의 애독자님들, 님들은 양심에 솜털 났어요?
그리고 이 글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그이한테 바쳐요. 이 ‘농부 수필가... ’를 이어가도록 한 데는 님의 역할이 커요. 님은 ‘모티브’를 준 거에요. 저한테 글 쓸 수밖에 없는, ‘동기(動機)’를 주는 분이시까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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