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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5)수필/신작 2022. 10. 3. 15:18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5)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평소처럼, 새벽 어느 아파트 경비실에서 퇴근한 나. 농주(農酒)부터 한 사발 이마에 갖다붙였다오. 의식은 비몽사몽. 그러했으나, 낮 동안 내가 놓치지 않은 일들이 몇 있다오. 고구마 알 훔쳐가길 너무도 좋아하는 멧돼지를 물리치려고 진종일 매어둔 ‘똘이’와 ‘진순이’한테, 너무 고마워,‘펠릿’ 형태의 사료를 듬뿍 주었다오. 갈증 덜어주려고 맑은 개울물도 퍼다주었다오. 그 경비비용은(?) 20킬로그램 포대에 일 만원이 넘소. 정말 그 경비 비용 만만치는 않소. 그리고 닭장의 ‘청계들(푸른 알을 낳은 닭들)’한테도 사료와 물을 넉넉히 주었다오.
한숨을 돌린 그대의 윤쌤. 뒷동산 참나무류 밑으로 갔다오. 가을비를 맞아 ‘우두둑’ 떨어진 도토리를 주워야했기에. 경쟁사인(?) 다람쥐와 경쟁에서 질 수는 없잖소? 내 사랑하는 그대한테 묵 해 먹으라고 주워 보내고 싶어서. 사실 지난 날 내가 임학도(林學徒)였으나, 나는 그들 참나무류의 그 많은 갈래 이름을 아직도 잘 모른다오. 학기 중간고사에, 지금은 작고한 ‘수목학 ’은사님은 칠판에다 이렇게 적었다오.
‘ 졸참나무와 갈참나무의 식별점은?’
아주 간단하오. 그대도 지금 내 연상작용 대로만 답을 하기만 하면 되오.
‘졸참은 말 그대로‘졸병’, ‘갈참’은 제대를 목전에 둔 고참을 일컫는 말. 졸병은 앉으나 서나 졸음에 겹다. 해서, 졸참나무의 이파리 뒤편의 보풀은 늘 누워 있다. 대신, ‘갈참’은 제대하여 무얼 해먹고 살아야 하느냐 고민하며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해서, 그 잎 뒷면의 보풀은 늘 바짝 서 있다.’
그렇게 적어서, 그대의 애인인 나는 당시 수목학 A학점을 받아다오. 사실 ‘참나무’란 나무는 없다오. 통칭일 따름이오. 나와 마찬가지로, 수필작가인 그대께서는 이러한 오류를 앞으로 범하지 마시길. 분류학상 ‘참나무류’라고 해야 할 정도로 참나무류는 잡종이 심하오.
어쨌든, 나는 그대가 묵이라도 해먹으라고, 벌레들 범접을 막으려고, 한 나절 그댈 생각하며, 그렇게 주운 밤알들과 도토리 알들을 양파주머니에 넣어, 내 농장 앞 맑은 개울물에 담가 두었다오. 오늘과 내일은 ‘빨간 날’. 면 소재지 유일한 ‘우편취급소’도 쉬는 날이라서, 이미 내 애마 ‘90조 9115’ 트렁트에, 내가 근무하는 아파트에서 주워서 실어온 이쁜 종이박스도 ‘빨간 날’만은 피해야 하오. 택배를 부칠 수 있는 날에 관한 이야기요.
그대께서는, 얼굴도 단 한 번 본 적 없는, 이 시골의 ‘농부 수필가’가 또 어떤 농작물을 택배로 부쳐올는지 그게 궁금한 게 또 따른 낙이었으면 좋겠소. 이것은, 내가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에 대한 색다른 사랑법이라오.
어쨌거나, 한 번 맺은 인연, 내 죽는 그날까지 소중하오. 소중하게 간직하겠소.
다시 이야기하지만, 나는 수필작가가 아니라오. 단지, 내가 쓰는 글들은 한평생, 습관대로, 주욱 적어온 연서일 따름이오.
부디, 다음까지 내 사랑,‘안뇽’.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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