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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4)수필/신작 2022. 10. 1. 00:35
님들 모두께 쓰는 연서이기도 하여요.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4)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이 깊은 밤, 홀로이 산속 한갓진 농막 데스크 탑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오. 농막 처마 밑에는 24시간 내내‘KBS 클래식 FM라디오'가 자기 주인이 있든 없든 흐른다오. 이미 몇 차례 그대께 전화상으로, 혹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혹은 연서(戀書) 형태의 수필작품으로 내 속내를 다 밝혔다오. 나는 편편 수필작품을 적을 적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서, 그이가 이 지구상에서 최초로 금방 빚은 나의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글을 써온다오. 해서, 비교적 절절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었다오.
내가 66년 살아오는 동안, 남을 골탕먹이거나 구렁텅이에 빠뜨리거나 해치거나 한 적은 거의 없는 듯하오. 그 점 적선(積善) 즉, ‘선(善)을 쌓는 일’ 같아서... .나는 남을 이용해먹은 일도 없다오. 하지만, 무슨 악연인지는 모르겠으나, 만나지 말았어야 할 이들을 이따금씩 만나서, 마음의 상처를 깊이 받은 적은 더러 있다오. 최근의 해프닝 내지 사건도 그 가운데에서 하나.
실제로는, 위 단락에서 나는 크게 거짓말한 게 하나 있다오. 금세 탄로 날 거짓말을 했다오. ‘남을 이용해먹은 일도 없다오.’라는 말이 바로 그것이라오.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 제발 용서하시오. 나는 그대마저도 지금 이용해 먹고 있지 않소? 내 수필문학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뮤즈’라고 그대께 지위를(?) 부여하며 이처럼 글을 쓰고 있지 않소? 그 점에 관해서만은 그대도 나한테 분명 이용당하고 있는 게요. 죽을 때까지 그댈 영영 직접 만나지는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해놓고서도(?) 이처럼 연서를 쓰고 있지 않소? 괴짜 같은 이 ‘은둔의 농부 수필작가’는 그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그날 허투루 보낸듯하다고 여기며, 그대한테 이렇게 편지를 쓰고 있지 않소? 감각이 둔해질세라, 나는 끊임없이 연서라는 미명하에 이렇게 글을 쓴다오. 크게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대 생각은?
사실 나는 연인이 꽤나 된다오. 현존하는 분들 가운데에서 그대를 한 분 더 모신 것에 불과하다오. 내 사랑의 순위는 종종 바뀌어 왔지만, 현재로서는 그대가 요즘 네티즌들 말대로‘쵝오’라오. 그 바쁜 일과 중에서도 짧게나마 메시지 전해오는 그대이기에.
나의 뮤즈, 산 속 외딴 농막에 지내다가보면, 산새들과 늘 이웃하게 되오. 그들은 낮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재잘댄다오. 자기 벗한테, 짝한테 아름다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오. 그러했던 산새들은 해질녘이면 저마다 둥지로 날아간다오. 그들 산새들은 어서 동이 트기만을 기다릴 게요. 좁은 둥지에서 몸을 뒤척이며 궁리를 할 게요.
‘내일은 내 짝한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어서 날이 밝으면, 이 이야기부터 들려주어야겠어.’
농막, 이 둥지 속의 산새도 그러한 심정이라오. 나는 내일 새벽 그대한테 들려줄 이야기를 궁리했다오. 바로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라오. 그의 이름에 든 ‘가브리엘’은 성모님께 날아와서,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셨나이다.” 알려주고 날아간 천사. 그는 그 ‘가브리엘 천사’를 모본으로 삼아 세례명을 지었음을 알 수 있지 않소?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은 대체로 포근하다오. 그의 작품 <레퀴엠>도 그러하고 <시칠리아노>도 그러하고 <뱃놀이>도 그러하고 <파반느>도 그러하다오. 요즘은 ‘냉담 중’인 나의 세례명이 예수님의 의붓아버지 ‘요셉’을 모본으로 삼았듯. 참, ‘냉담 중’이란, 가톨릭 신자가 농땡이치고 성당 미사참례를 하지 않음을 일컫는다오.
나의 이야기가 잠시 샛길로 빠져든 것 같소. ‘가브리엘 포레’의 <꿈을 꾼 후에>에 다시 집중하오. 내일 날이 밝으면, 그대께 전해줄 이 산새의 이야기. 들려줄 이 산새의 음악. 그의 성악곡 <꿈을 꾼 후에>의 가사에 쓰인 시는 원래 이태리어로 되어있다오. 프랑스의 번역가이자 시인이었던 ‘로맹 뷔신’이 프랑스어로 번역한 가사가 더 유명하오. 그 시의 내용은, 이미 흘러간 사랑에 대한 꿈속에서 회상과 꿈에서 깨어난 후 다시 그 밤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화자(話者)의 감정을 담고 있다오. 가브리엘 포레 자신이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이입된 곡이라오. 들으면 정말 가슴 저민다오. 처음 포레가 작곡한 성악곡 버전 외에도 첼로 연주곡으로 편곡된 버전 또한 많이 연주되고 있다오.
굳이, 나는 그의 곡인 <꿈을 꾼 후에>를 그대 귓가에 내일 새벽 흘려줄까 하오. 지금쯤 곤히 잠들었을 나의 뮤즈께.
다음까지 ‘안뇽!’.
관련 음악 듣기)
가브리엘 포레-꿈을 꾼 후에 / Gabriel Fauré -Après un rêve viola
http://www.youtube.com/watch?v=DZw00kdjXzk
* 링크 아니 되면, 인터넷 검색창에서 기어이 찾아서 들어보시길.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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