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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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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3)
    수필/신작 2022. 9. 29. 02:24

    아름다운 꿈들 꾸세요.

    제 '긍정적 마인드'를 만나보세요.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3)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우선, 그대께 다시 한 번 말해둘 게 있소. 나는 나이 서른둘에, 어느 수필전문잡지를 통해 수필문단에 정식 데뷔하였고, 이 글을 쓰는 2022년 기준으로, 33년째 수필작가 행세를(?) 하고 있소. 하더라도, 나는 이날 이때까지 수필작품을 빚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오. 다만, 아직도 못다 쓴 연서(戀書)를 쓰고 있노라고.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나는 편편 글을 적을 때마다 그것을 ‘변형된 연서’로 생각해왔으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서, ‘이 글을 최초로 그이한테 보여주어야지!’하면서, 헌정하는 기분으로 써왔다는 뜻이라오. 그러기에 나름대로 늘 절절하고 진실된 목소리였다오. 그대는 그러한 분들 가운데에서 가장 최근에 얻은(?) 연인이고 뮤즈라오. 용서하시오. 얼굴도 본 적 없고 만난 적도 없는 그대.

      그대는 내가, 아주 최근 내가 심적(心的)으로 아주 고통스러워할 적에 혜성같이 나타난 사람이라오. 20년지기이며 친형제 이상이었던 이가, 무슨 옹졸한(?) 생각이었던지, 나의 등 뒤에다 비수를 꽂은, 아니 ‘차도살인’한 사건으로 말미암아서 상처 깊은데... . 그대는 그 바쁜 일과 중에도 나의 e메일이나 휴대전화 메시지에 거의 빠뜨리지 않고 대꾸를 해온다오. 심지어, 과로로 응급실에 누워서, ‘링거액’ 주사를 맞고 있다는 그 사진을 나한테 전송까지 하지 않았소? 정작 그러면서도 환자로(?) 누운 그대 실물 얼굴사진은 나한테 전송하지 않았소. 다행이오. 나는 영원히 그댈 직접 만나지는 않을 테니까. 내가 더 이상 미룰 것도 없이, 그대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할밖에. 그대의 그러한 점이 얼마나 나한테 힘이 되는지 알기나 하오? 사실 그 많은, 내 숨은 애독자들은 나의 수필폭탄으로(?) 말미암아 하나같이 꿀 먹은 벙어리가 차례차례 되었지만, 그대는 단 한 사람 예외적인 인물이라오. 앞으로는 또 모르겠으나, 현재까지는 그렇다오. 그 점이 얼마나 기특한지 아시오? 얼마나 이쁜지 아시기나 하오?

      이 깊은 밤, 나는 또 다시 그대한테 수필작품을 빙자하여 연서를 쓰오. 우린 둘 다 수필작가 아니오? 글벗이 된 게요. 서로 ‘수필문학’이라는 중매쟁이가 맺어준... .

       지금부터 나는 주절주절 생각나는 대로 지껄여야겠소. 이미 농주로 즐겨 마시는 막걸리 세 통을 비운 상태라오. 시간은 자정을 훌쩍 넘어섰지만... .

      오늘 새벽, 나는 애마 ‘50조 9115 투싼’을 몰고서, 이 농막에서 30여 분 거리에 자리한, 대구직할시 수성구 사월동 어느 아파트 경비실을 향했다오. 새벽안개 짙은 길에, ‘윈도 브러시’로 내 애마의 앞 유리창을 연거푸 닦으면서요. 얼마나 기분 상쾌했는지 아시기나 하오? 1967년, 내가 열 살 안팎이었을 적에 당시 가수, ‘남정희’는 영화 <새벽길> OST를 이렇게 불렀다오. 아직도 나는 그 노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부를 수 있다오. 애석하게도, 그대는 내가 이 노래를 손위 형님들과 누님들로부터 따라 배워 부를 적에는, 막 태어나‘앙앙’대며 기저귀를 차고 있었을 게요.

     

     

                             새벽길

     

     

      사랑은 하늘가에 메아리로 흩어지고

      그이름 입술마다 뱀 돌아서 아픈데

      가슴에 멍든 상처 지울길 없어라

      정답던 님의 얼굴 너무나도 무정해

      울면서 돌아서는 안개짙은 새벽길

      꽃잎은 눈처럼 창가에 내리는 밤

      기러기 날개끝에 부쳐보는 사연은

      사랑이 병이 되어 찾아온 가슴에

      뜨겁던 님의 입김 너무나도 차거워

      울면서 돌아서는 안개짙은 새벽길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실직 이틀 만에 새로이 얻은 그 아파트 경비실에 무사히 닿을 수 있었소. 물론, 그곳은 기항지(寄港地)일 따름이오. 또 반듯한 자리로 기어이 옮겨갈 테니. 아파트 경비원으로 8,9년차. 나는 경비원 제복을 무려 15회 갈아입었다오. 내 잦은 이직을 두고, 그대는 내 고약한(?) 성질머리로만 인식할는지 모르겠소. 하지만, 결코 내 탓만은 아니라오. 아파트마다 독특한 아파트법이 있다오. 굳이, 나는 그대께 흔히들 말하는‘갑질 어쩌고 저쩌고... .’ 따위로 말하지 않으려오. 다만, 이골이 나서 그야말로 ‘cool’하게 보따리 잘도 챙기곤 했으니까.

       낮 동안 그 아파트의 내 담당구역 낙엽을, ‘made in china ’대빗자루로 두어 시간 쓸면서 감회 대단하였다오. 혼잣말을 했다오.

      ‘나는 내 가족이 사는 아파트도 아닌, 남들이 사는 아파트의 경내를, 그것도 15회 옮겨 오며, 낯선 곳을 매년 가을마다 쓸고 있네. 참으로 흥미로워. 가을은 ... .’

       사실 오늘 조회 때에 그 많은 동료들한테 ‘블맥 유머’를 하여 한바탕 웃게 했다오.

       “가을은 □□□의 계절입니다. □□□에 채울 말은요?”

       그랬더니, ‘낙엽의 계절’이라고 일제히 답하데요? 과연 내가 원한 답은 뭐였을까요?

       ‘가을은 경비의 계절.’

       집의 나이로 66세인 나는, 본디 한 자리에 연연하지 않았다오. 자의반 타의반 매너리즘을 극복할 수 있었다오. 나는 ‘안일(安逸)’을 애써 떨쳐왔다오. 한 자리에 2년 정도 머무르고 홀연히 짐을 싸곤 하였다오. 어쩌면 어쩌면 그 점이 그 많은 대한민국 수필작가들과 내가 다른 점일 게요. 예전 반듯했던 직장,‘KT(예전에는 ‘한국전기통신공사’라고 불렀다오.)’초급사원 1기생이었으며 300:1 공개채용에 당당히 합격하여 과장자리까지 올랐다오. 어느 시골 전화국 총무과장을 하다가, 노조 관리 잘못하였다고 보직박탈의 수모를 겪고, 유배를 간 적도 있다오. 거기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일선창구 원탁을, ‘고객접점부서’인 그 자리를 굳이 원해다오. 그대께서는 이 말 다소 생소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케팅학에서 이르는 ‘M.O.T.’를 내가 안 때문이라오. ‘진실의 순간’을 이르는 말로써, 고객접점부서 직원의 첫인상을 나타내며, 스페인 투우사가 투우의 등에 창을 꽂는 순간을 이르는 데에서 비롯된 말이라오. 쉬이 말해, 손님을 최초로 만날 자리에 있어야 장사가 제대로 된다는... . 해서, 그 전화국 전체 직원 60여 명 일년치의 휴대전화 판매목표를 혼자서 500여 대 달성하여, 그 판매수당 일천 오백 만원을 종자돈 삼아 이 농장 농토 780여 평을 샀던 사람이오. 내가 얼굴도 모르는 그대께 이렇듯 자랑하오. 이처럼 그대께 인터넷으로 연애편지를 쓰는 곳이, 그 어느 곳도 아닌 나의 농막이라오. 이미 40대 중반에 780여 평을, 그때 그렇게 번 돈으로, 눈물겹게 번 그 돈으로 산 그 농토에 자리한 농막.

       과연 어떻소? 그대는 왜 여태껏 수필작가이며 생활인인 윤쌤을 이제야 알게 되었을꼬 하면서 아쉽지 않소?

    나는 절대 굴하지 않소. 세상 두렵지 않소. 긍정적 마인드만이 나의 것이라오. 죽는 그날까지 나와 끊임없는 싸움을 즐길 게요. 중국산 대빗자루로, 남들이 사는 아파트 경내 낙엽을 쓰는 것이 돈벌이이기도 하지만, 자기수양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오. 마치 동자승이, 훈련병이 새벽마다 경내 마당과 연병장 마당을 쓸 듯.

       요컨대, 내 사랑, 그대께 오늘의 교훈이라오.

       ‘농부는 인위적으로 수목에 상처를 내는 일이 종종 있다오. ‘꺾꽂이’나 ‘휘묻이’를 하여 개체수를 늘일 적엔 수목한테 그처럼 상처를 입힌다오. 그러면 그 수목들은 상처 난 부위를 속히 아물게 하려고, ‘옥신(auxin)’ 따위의 생장물질을 그 상처부위로 ‘삐오!삐오!’보냄으로써 물사마귀처럼 생겨먹은 ‘칼루스(Kallus)’를 형성한다오. 그 칼루스가, 상처를 아물게 한다는 것이, 그만 뿌리가 되어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난다오. 그 메커니즘이 인간한테는 꽤나 이롭지 않소?’

       사실 위 교훈적인 이야기는 줄잡아 5,000편 (종이책 50권 분량)되는 나의 수필작품들 여러 곳에 들어있다오.

       용서하오. 그댈 한없이 사랑하오. 그대가 맹추가 아닌 이상, 이는 예술가의 사랑고백임을 아실 터.

       나의 뮤즈, 다음까지 안녕.

     

     

       작가의 말)

     

       그 무엇이라도 쓰지 않으면, 나는 죽은 목숨. 수필작가가, 30년 넘게 진솔하게 써오는 글은 편편 그 모두가 수필작품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글은, 두말 않고 1:1경쟁이기는 하였만, 나를 경비원으로 뽑아주신 아리땁고 친절한 ‘이 은숙’ 관리소장님께도 헌정합니다.

       또한, 내 오해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의 등 뒤에 비수를 꽂은 20년지기 선배님께도 이 글 헌정합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아마도 성님께서는, 내 삶의 의지를 평소 너무 아는 터라, 부러 나를 곤경에 빠뜨려 이같은 명작을 낳도록, 눈물겨운 배려를 하신 걸 테죠?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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