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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1)수필/신작 2022. 12. 16. 00:35
하단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
나는 종종 많은 이들한테 말해왔다.
‘잘 쓰인 편지가 아주 훌륭한 수필작품입니다.’라고.
하지만, 위 글은 잘 쓰인 편지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결코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더라도, 작중 화자(話者)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음악에 대한 열정 등이 군데군데에서 묻어나리라고 믿는다.
온 국민이 휴대전화기를 들고 있고, 문자메시지 주고받음이 생활화된 터. 하더라도, 연인간의 절절한 대화도 그 저장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기록으로 남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에, 33년째 수필작가 행세를 해온, 재치 있는 윤 수필작가는 새롭게 시도한다. ‘휴대전화기 메시지 주고받음’을 이처럼 문자화하면 되겠다고. 이 대한민국 수필계에서 내가 창시자라고 자부하면서. 나아가서, 이 글은 두 수필작가가 힘 합쳐 적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이다.
당연히 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을, 작중인물인 여류 수필가 그분한테 헌정한다. 그가 ‘거들어 쓴’몫도 절반 정도 있기에. 아무쪼록, 새로운 수필 장르를 개척토록 해준 그대께 경의를 표한다.
새롭게 얻은 나의 뮤즈(muse)께(11)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거의 매일 그대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주고받음’을 하여온다오. 그야말로 실시간대 소통. 아주 자질구레한 일상에 관한 사항이라도 서로 문안인사를 그렇게 곁들여서.
어제 내가 그대한테 띄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들이오.
<마침 ‘KBS 클래식 FM’‘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 가운데에서 ‘솔베이지의 노래’. 그리그는 입센으로부터 청탁을 받았다오, 자기의 환상희곡에다 곡을 입혀달라는. 노르웨이 어느 산골 마을 가난한 농부의 아들 페르 귄트는 이웃의 소녀 솔베이지와 장래를 약속한 사이. 돈 벌러 외국에 갔다가 방탕한 생활을 하고, 귀국 하던 중 선박이 침몰하여 그나마도 지녔던 돈과 패물 다 잃어버리고 빈털터리가 되어 백발이 된 채 고향으로 돌아와요. 연인 솔베이지는 시댁으로 가서 그때까지 노시부모를 모시고 페르 귄트를 기다려요. 기진맥진 돌아온 페르 귄트는 연인의 품안에서 숨을 거두어 가요. 솔베이지는 페르 귄트를 쓸어안고 애절하게 불러요. ‘그 겨울이 지나 또 봄은 가고 또 봄은 가고 그 여름날이 가면 더 세월이 간다 세월이 간다 아 그러나 그대는 내 님일세 내 님일세 내 정성을 다하여 늘 고대하노라 늘 고대하노라’ 그 노래 링크시켜드리니 열어서 들어주어요. 이어서 리스트의 ‘위로3번’도 링크시켜드리니... .>
나는 목디스크와 척추협착증 후유증으로 고통스러워한다는 그대를 ‘위로’코자 부러 위 두 곡을 골라 음악선물로 보냈다오. 나는 이어서 또 문자메시지를 보냈다오.
<컨디션은? 윤쌤은 밤 아홉 시 퇴근. 머릿속엔 이미 그대께 바칠‘새롭게 얻은 뮤즈께(10)’ 다 쓰였다오. 농막으로 가서 키보드 토닥이다가 보면 생각이 정리될 게요. 언젠가 그대께 알려주었던 대로, 나는 독수리타법 키보드가 내 생각보다 먼저 나아가곤 한다오. 그걸 그대는 신기하고 신비스럽다고 한 적 있소. 그대는 내일 새벽에 나의 신작(新作) 읽게 될 거요.>
그대는 답신을 문자메시지로 이내 보내왔소.
<오른팔과 오른손 손가락까지 굳어져서 댓글달기가 쉽지 않네요. 미안해요.>
나는 농막에 도착하자마자 금세 뚝딱 한 편의 수필작품 적어 그대를 비롯한 스무 분가량 애독자들께, 늘 그랬듯 e메일로 보냈다오. 그리고는 습관적으로 나의 e메일을 어느 분이 맨 먼저 읽으시는지 수시로 확인해보았다오. 몇 해 전까지만 하여도 전주의 김학(金鶴) 수필가님이 늘 1등이었지만, 그분은 이미 고인이 되셨고... . 나는 그대한테 감동먹고 아래와 같은 문자 메시지 보냈다오.
<새벽 5시 2분에, 나의 oo뮤즈는 벌써 e메일 몰래 읽으셨네. 컨디션은? 윤쌤은 쓸쓸해서, 농막 아궁이에 장작을 지핀다? 기발표작 ‘장작불을 지피며’는 여기 링크. 구들은 이렇게 놓았다? ‘윤 수필가, 허튼고래구들을 놓다’도 여기 링크. 차례차례 읽어보시길. 무척 추워요, 밖은요. 밝고 맑은 맘으로 하루 열어가시길. 문자메시지로라도 곧바로 답하고 싶을 텐데, 오른손이 그 지경이 되어 얼마나 안타까울까?>
그랬더니, 그대는 곧바로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었다오.
<다른 병원으로 가고 있어요- TMAPx NUGU로 보냄>
나는 안타까워 곧바로 문자메시지 보냈다오.
< 나는 어떡하라고? 그리고 그 암호문은 대체?>
그대가 다시 답해왔소.
< 문자 칠 수 없어 말로 전송하는 거예요- TMAPx NUGU로 보냄>
이 늙은이는 그것도 여태 모르지만, 손가락이 아닌 음성으로도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모양인데, 그 성의가 가상하오. 그것까지도 알아 지혜롭게 연서를(?) 보내오시다니! 감격이오. 그 불편한 몸으로도 나한테 매번 꼬박꼬박 메아리 보내오는 이는 그대뿐이오.
내가 다시 근심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자, 환자인 그대는 오히려 성한 나를 위로하고 있었소.
<뭐 별일이야 있겠어요? 윤쌤 권고대로, 너무 불안해하시어 가급적 수술 안하고 통증만 없애는 방법 찾고 있어요 - TMAPx NUGU로 보냄>
그대가 부산의 어느 척추·목 디스크 전문병원에 도착하여 전문의와 상담했고, 그 병원에 입원하여 다시 치료할 거라는 문자 메시지는 그런대로 안심이 되오. 장기 입원이면 병원명이라도 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한사코 맘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사양하니 ... .
그대의 오늘 아침 문자 메시지는 그대와 마찬가지로 작가인 나한테 또 큰 힘이 되오. 누군가가 남의 글을 마지막 문장까지 읽어준다는 거, 그건 작가로서 행복한 일임을 그대도 종종 말씀하시지 않았소? 심지어, 그대의 작품을 읽어준 독자한테 밥까지 사주었노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소? 여기 그대의 문자메시지 그대로 옮기려오.
<새벽에 팔 통증이 너무 심해 깨어나 휴대폰 열어보니, 윤쌤 새로 쓰신 글도 있고 해서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지나 간 글 가운데에서 이건 고쳐 쓰시라고 해야겠다 싶어서요. ‘새로 얻은 뮤즈께(9)’에 제가 받은 아르코 창작기금은 2,000만원이 아니라 1,000만원이 최대금액이니 수정하시고, 그 경쟁률이 20대 1이 아니고 약 200대 1이었으니 바로잡아주세요. 새벽에 읽은 윤쌤의 ‘싸가지 없는 여편네’는 난데없이 날아온 짱돌에 맞은 기분.ㅋㅁㅋ, 음담패설도 이 정도면 수준급. 이디서 들었던 기억도 솔~솔... . 살면서 요런 것만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나봐요. 통증이 또 심해지네요. 간호사 불러서 진통제 주사 놔달라고 해야겠어요. ㅠㅠ 이 시간에 근무 아니 서시면 조금 더 주무세요~~^^>
그대는 내가 그대와 관련된 아르코 창작기금 내용 곧바로 수정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문자메시에 이내 답해왔소. 정말로, 정을 내는 문자 메시지였소.
<그래요. 윤쌤! 항상 깨어있어 잠은 언제 주무실까 건강이 걱정돼요. 글도 좋지만, 좀 쉬엄쉬엄 하세요~~^^>
나도 질세라, 이내 답했다오.
< 고마워. 그 에너지는 모두 나의 뮤즈들이 주었어. 주고 있어. 요즘은 그대가 내 최고 강력한 에너지원인 걸!>
작가의 말)
나는 종종 많은 이들한테 말해왔다.
‘잘 쓰인 편지가 아주 훌륭한 수필작품입니다.’라고.
하지만, 위 글은 잘 쓰인 편지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결코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다. 그렇더라도, 작중 화자(話者)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 음악에 대한 열정 등이 군데군데에서 묻어나리라고 믿는다.
온 국민이 휴대전화기를 들고 있고, 문자메시지 주고받음이 생활화된 터. 하더라도, 연인간의 절절한 대화도 그 저장의 취약성으로 말미암아 기록으로 남지 못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에, 33년째 수필작가 행세를 해온, 재치 있는 윤 수필작가는 새롭게 시도한다. ‘휴대전화기 메시지 주고받음’을 이처럼 문자화하면 되겠다고. 이 대한민국 수필계에서 내가 창시자라고 자부하면서. 나아가서, 이 글은 두 수필작가가 힘 합쳐 적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이다.
당연히 이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수필’을, 작중인물인 여류 수필가 그분한테 헌정한다. 그가 ‘거들어 쓴’몫도 절반 정도 있기에. 아무쪼록, 새로운 수필 장르를 개척토록 해준 그대께 경의를 표한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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