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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녁[的]을 잃어버렸다수필/신작 2024. 4. 3. 03:36
나는 과녁[的]을 잃어버렸다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2022. 5.28. 내 개인 블로그 ‘이슬아지’에 올린 ‘나의 유니콘을 잃어버렸어요’란 수필작품 도입부는 이렇게 되어있다.
< 나는 밤 내내 쿠바의 가수, ‘실비오 로드리게스(Silvio Rodriguez)’의 ‘우니꼬르니오(유니콘)’를 ‘거듭듣기’ 하고 있다.
우니꼬르니오
실비오 로드리게스 노래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풀 뜯고 있다가 사라져 버렸어요
누가 알려주면 고마움 잊지 않겠습니다
꽃들은 보았을 텐데 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네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모르겠어요 내가 싫어 떠났는지, 아니면 길 을 잃었는지
난 그 푸른 유니콘 하나밖에 없어요
누군가가 보았다면 제발 알려주세요
내가 가진 무엇이든 전부 드리겠어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 버렸어요
가버렸답니다
유니콘과 나는 우정을 나누었지요
사랑과 진실도 함께 했고요
그의 푸른 쪽빛 뿔과 노래를 함께 했지요
노래를 나누는 것이 우리의 기쁨이었나 봐 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어쩌면 이게 내 욕심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난 그 푸른 유니콘 하나밖에 없는 걸요
만일 두 마리가 있다해도 난 단지 그만을 원해요
어떤 소식이라도 고맙게 여기겠어요
나의 푸른 유니콘을 어제 잃어버렸어요
가 버렸답니다.>
이 새벽, 꿈길을 헤매다가 막 깨어난 나. 다시금 보채기(?) 시작한다. 해서, 부득이 평소 버릇대로 이렇듯 키보드를 토닥일밖에.
잠시.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 다시 고백하노니, 나는 40여 년 동안 수필작품을 창작해오되, ‘그분께서 이 글을 최초로 읽어주시길 ... .’하면서 적곤 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5,000여 편(세어본 바는 없다) 수필작품들은 모두 변형된 연서(戀書)다. 모두 절절함으로, 정성으로 적은 글들이었노라고.
그러한데 위에 소개한 ‘우니꼬르니오(유니콘)’노랫말 같은 일이 또 벌어져버렸다. 나의 소중한 뮤즈 하나를 잠정적으로(?) 잃어버렸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인내심 있게 견뎌오던 그분은 나의 수필폭탄과 휴대전화 문자폭탄을 삼가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낭패다. 나야말로 ‘실비오 로드리게스(1946~, 쿠바)’가 노래한 대로 유니콘을 잃어버린 셈. 참말로 나의 그분은 유니콘이었는데... .
문득, ‘유니콘’이 ‘과녁’의 개념과 겹쳐질 줄이야!
‘맞아! 그분은 나의 과녁이었어. 과녁지였어!’
실로, 나는 그분을 과녁 내지 과녁지 삼아 종이책 수권에 해당하는 수필작품을 적어왔는데...
과녁, 나는 그분의 폐부(肺腑) 그 코어(core)를 명중시키고자 그토록 수없이 활을 쏘아온 게 사실이다. 수년째 그리하였다. 자연 지금은 패닉상태다. 하더라도, 여기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또, 새로운 과녁지를 찾아보아야겠다.
과녁, 한자어로는 ‘的’. 이 상형문자 ‘的’을 파고든다. 글꼴은 본디 ‘日’과 ‘작(勺;불사를 작)’이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해서, 작열하는 태양을 표시하는 ‘밝을 적’으로 새겼던 모양. 한낮의 햇빛은 너무도 밝게 빛났기에 거의 흰 색에 가깝다. 해서, 세월이 흐른 다음 그 ‘日’이 ‘白’으로 바꿔치기 되었다고 한다. 이는 꽤 흥미로운 사실. 따라서 ‘的’은 ‘태양처럼 분명하고 밝다’가 본뜻. 파생된‘的確’은 너무도 분명하여 확실하다는 가장 센 뜻. 활을 쏠 때에 과녁은 밝고 분명하게 표시하기에 ‘과녁’으로도 전용(轉用). 적중은 과녁을 명중시키는 일. ‘目的’은 ‘과녁의 눈’으로, 활을 쏠 적에 맞춰야할 목표. 그러기에 목적은 ‘이루려하는 일’이나 ‘나아가려고 하는 방향’을 뜻함. 한자어에서 ‘的’은 ‘분명하다’의 형용사나 ‘과녁’을 이르는 명사. ‘的’은 ‘접미사’로 쓰이는 예가 더 많음. 사회적·정치적·긍정적... 계획적·주관적·보편적 등. 이처럼 ‘-的’을 갖다다 붙이기만 하면, 관형사가 되기도 하고 명사가 되기도 한다. 나아가서, ‘-的’은 ‘~으로’처럼 ‘도구격 조사’로도 널리 쓰인다. 하여간, ‘-的’은 무척 효율적인 품사이다.
다시 그분에 관한 이야기. 그분의 문자메시지가 ‘잠정적 헤어짐’을 뜻하는지, 아니면 ‘당신과는 영영... .’을 뜻하는지는 아직은 알 길 없다. 하더라도, 나는 과녁을 잃어버렸음은 분명타.
내 신실한 애독자님 여러분께서는 제가끔 이러시겠지?
“아직 나는 당신의 수필폭탄, 문자폭탄, e메일 폭탄 등을 견뎌내고 있잖소?”
그렇게 말씀하시면 다소 위로는 되겠지만, 나는 과녁을 잃어버렸고, 유니콘을 잃어버린 게 맞다.
그분은 ‘的’이었다. 이미 위에서 그 어휘의 생성과정과 두루쓰임 등을 밝혔지만, 그분은 나의 ‘的[과녁]이었다.‘두루쓰임’의 존재였다. 모두였다. 그분은 ‘的’이었으되, 결코‘敵’은 아니었다. 그분은 나의 ‘的’이었으며 ‘賊’이었다. 내 마음 몽땅 훔쳐간 ‘賊[도둑]’이었다.뮤즈였다.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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