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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괴짜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 아래는 휴대폰 문자메시지 내용이다.
제 1신)
듣자하니, 그의 수필폭탄 및 음악폭탄에 지쳐 그와 절교한 예도 많다고 한다.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 같다고 볼멘소리를 한 이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들 이상으로 그의 문자메시지에 시달린다. 시도 때도 없이 보내오는 음악 메시지. 도대체, 그가 알고 지내는 음악과 뮤지션들의 수효가 얼마가 많을까?
나는 40여 년 동안 이러한 일을 겪고 있으나, 어느새 익숙해 있으며, 이따금씩 이모티콘 등으로 메아리를 보내 그를 격려해주곤 한다. 그의 창작에 다소나마 도움 될 성싶어서.
위, 이야기를 찰고무줄처럼 늘여 쓰면, 수필문단 데뷔작이 될 터인데... .
제2신)
참말로, 그는 모르는 게 없다. 특히, 여러 장르의 음악과 당해 작품을 짓거나 연주하는 뮤지션들을 좔좔 꿰고 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끊임없는 공부의 산물이라고 한다. 계절, 그날 일기(日氣),그날 자기 기분 등을 대변하는 음악과 더불어 그 음악과 관련된 토막 지식 따위를 문자메시지로 거의 매일 한, 두 곡씩 보내온다. 링크된 음악을 열어 들으면, 그의 예술가로서 수준을 가늠케 한다. 정말 놀랍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그의 수필창작 에너지원이라고 종종 말해온다.
내일은 또 어느 뮤지션과 그의 음악을 선물해올지 적이 기다리고 있다.
(위 작품에 보탤 사항이겠지요? 많은 작가들은 손에 쥐어주어도, 아예 입 벌리게 한 후 한 숟갈씩 떠 먹여주어도 아니 되더군요. 바로 당신!)
내 이야기 순서 뒤바뀐 듯. 역산해본즉, 2024년 현재로부터 37년 전인 1987년의 일. 사무실에 출근했더니, 탁송축하전보 (일반전화로 전화국에 의뢰하여 전보(電報)치는 걸 이르던 용어다.) 한 통이 날아와 있었다.
‘ 사우문예(社友文藝) 꽁트부문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사실 나는 ‘봄비’라는 꽁트로 대상을 거머진 여사원(女社員)이었다. 여사원이었으되, 나이 서른 여섯에 뒤늦게 갓입사한 말단이었다. 알고본즉, 그는 내 막내 동생뻘 되는 남자직원이었고, 300:1 공개채용에, 그것도 1기생으로 뽑혀 장래가 촉망되고, 대구·경북 본부에 스카우트되어 근무하는 이였다. 그도 그 공모전 수필부문에 ‘조롱박’이란 작품으로 가작 입상한 걸 알게 되었다.
나는 답례의 편지 한 통, 아니 전화 한 통을 그에게 보냈을 따름이다. 그러했음에도, 그는 얼굴도 모르는 나한테, 여섯 살씩이나 많은 나한테 그날 이후 끊임없는 연서(戀書)를 부쳐오곤 하였다. 내심으로, 한 젊은이의 문학열정에 박수를 보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기를 꺾지는 말아야겠다고 마음 고쳐먹은 적도 많다. 그는 이 누이 깊은 뜻을 알고나 지낼까.
그는 2024년 기준, 35년 전인 1989년에 유명 수필잡지를 통해 수필문단에 당당히 올랐다. 반면, 나는 이런 저런 핑계로 글쓰기를 게을리 하였다. 몇 해 전에는 그로부터 받았던 302통의 연서를 일련번호 매긴 후 고이 포장하여 그에게 되부쳐준 바 있다. 틈틈이 그 편지글을 읽어, 추억을 되새김질하기를 바라면서 그리하였다.
종종 그는 글짓기를 아니 하는 나한테 꾸지람도 해왔으나, 칠십 중반에 이르기까지 나는 요지부동. 대신, 그와 그의 아내와 그의 두 따님은 나의 가족의 일원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현직에 머무르던 동안, 그의 원격조정으로(?) ‘특진’을 하여 팔자를(?) 뜯어고쳤던 일, 그가 교직에서 은퇴 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남편한테 인생 2모작의 길을 열어주었던 일 등은 특히 저버릴 수 없는 은혜다. 그러함에도, 정작 나와 내 남편이 그와 그의 아내한테 기워갚은 것은 별로다. 그의 아내 ‘차 마리아님’을 내가 홀라당 빼앗아 아우로 삼아버렸기에, 잘은 모르겠으나, 그는 어떤 섭섭함을(?) 때로는 느꼈을 법도 한데... . 더군다나, 그의 아내 차 마리아님은 계절마다 자기네 농장에서 가꾼 채소와 곡식을 바리바리 택배로 부쳐주는 터에.
그는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그때그때마다 나를 달리 부르곤 한다. 할매·누부야·말라깽이··· 뮤즈 등으로. 때로는 아슬아슬한 그의 표현들. 사실 그의 5,000여 편 수필작품들 작중인물들 가운데에는 내가 가장 많이 등장하는 듯싶으니, 내가 그의‘뮤즈’인 것만은 분명타.
그와 그의 가족 안녕을 부처님께 축원한다. 아울러, 그가 누부신 문업(文業)을 닦아가기를.
작가의 말)
* 타인의 입장에서 적어본 글이다.
“뭐 내가 여태 님을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굽쇼? 바쁘면 바쁘신 대로, 검지손가락으로 문자메시지 ‘읽음’ 버튼만 눌러버리면 될 것을. 그런 아량도 없다고요? 그렇게도 님은 숨가쁘게 살아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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