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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귀고리
    수필/신작 2025. 6. 26. 15:43

     

                                         황금귀고리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유월 초순이다. 내 ‘만돌이농장’뒷동산에는 ‘왕보리수’와 ‘슈퍼오디’열매가 한창이다. 사실 며칠 전 아내가 왕보리수와 슈퍼오디를 바구니바구니 따서 성당교우 자매님들한테 집집이 배달했다. 나는 그때 아내의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 동안 고추밭, 옥수수밭,부추밭 등을 돌보느라 두 과일에는 태무심했는데...  오늘은 날 잡아(?) 뒷동산에 올라, 왕보리수와 슈퍼오디를 내 몫으로 따로 따고 있다. 이것들이 이렇게 이쁘게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을 줄이야!

      잠시 이들 두 종류의 과일나무를 소개함이 좋겠다.

      우선, 왕보리수.

      외래종이다. 우리의 산야에 자라는 보리수는 가을에 그 자잘한 열매가 서리를 맞으며 빨갛게 익는 데 비해, 왕보리수는 유월에 익으며 알이 새끼손가락 한 마디쯤 될 정도로 굵다. 나는 야생보리수를 대목(臺木)삼아 왕보리수 접수(椄穗)로 쪼개접을 해서 여러 그루를 만들어 심었다. 꺾꽂이도 잘 되기에 꺾꽂이로도 개체수를 늘였다. 정말 가지가 찢어질 정도로 많이 달린다. 여느 과일나무와 달리, 내병성·내충성이 강해 따로 농약을 아니 쳐도 된다. 다만, 여름과일이다 보니 저장성이 약해 생과(生果)로, 설탕에 쟁여 먹을 밖에 없다.

       다음은 슈퍼오디.

       나는 20여 년 전 이곳에 들어와서, 왕보리수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야생 뽕나무를 대목삼아 슈퍼오디를 접하였고, 여러 그루가 우람하게 자란다. 여태 슈퍼오디농사는 왕보리수 농사와 달리, 재미를 보들 못하였다. 오디에 하얀 솜같이 생겨먹은 균핵병(菌核病) 포자가 생기거나 뽕나무이[-虱(슬)]가 일어서다. 그런데 어인 일로 올해는 슈퍼오디가 대풍년이다. 슈퍼오디는 새끼손가락 두 마디 크기다. 사실 내가 오디나무를 여태 베어내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인디언 추장 모양의 깃털을 지닌 ‘후투티새’가 날아오기를 기다리기에. 계절새인 “후투티!후투티!후투티!”노래하기에 후투티로 부른다는데... . 오디를 좋아하여 ‘오디새’로도 부른다는 후투티. 내 고운 이도 인디언 추장 모습을 하고서 후투티처럼 와 주기를 바라며, 여태껏 서너 그루 슈퍼오디나무는 베어내지 않았다는 것을.

    나는 뒷동산 왕보리수 아래에 있다. 가지를 올려다보니 탐스럽기 그지없다. 내 고운 이가 곁에 계신다면 참 좋겠는데... . 왕보리수는 흡사 ‘황금귀고리’ 같다. 길쭉한 과병(果柄) 즉, 열매꼬투리가 바람에 흔들려 거기 매달린 보리수알이 달랑거린다. 내 고운 이는 아주 멀리 계시고... . 문득, 내 고운 이한테 황금귀고리를 치여 부쳐드리고 싶다는... . 해서, 미리 준비해온 ‘담금주’ PET병에다 열매꼬투리째 알뜰히 따 담고 있다. 어디에서 들은 바는 있어, 따로 준비해온 설탕도 1:1 비율로 채울 요량이다. 그렇게 쟁여야겠다. 정말로, 내 고운 이한테 한 쌍의 예쁜 황금 귀고리를 치여 주고 싶다. 내가 굳이 황금 귀고리를 치여 선물코자 하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2018.11.20.에 내가 빚어 개인 블로그‘이슬아지’에 올려 둔 ‘Golden earrings’란 수필이 오버랩되기에. 그 글은 이렇게 되어 있다.

     

       < (도입부)나는 벌써 여러 날 밤에, 내 귓전에 벨기에 태생,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 고야(Francis Goya)’의 연주곡, ‘Golden Earrings(황금 귀고리)’를 ‘거듭듣기’로 틀어둔다. 사실 내 잠버릇이(?) 그러하다. 아름다운 음악 한 곡을 밤 내내 ‘거듭듣기’로 틀어놓고서, 자는 둥 마는 둥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여기를 클릭하시면, 그의 연주곡을 거듭 들으실 수

    있다.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011gilbut&logNo=220971463271

     

    U 프란시스 고야 - Golden Earring

    프란시스 고야 Golden Earring 기타              제  목...

    blog.naver.com

     

       (중략)

       위 노랫말에서 보여주듯, 집시여인들한테는 ‘황금 귀고리를 하게 되면,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황금귀고리는 집시여인들한테는 일종의 부적(符籍) 같은 거.

    (중략)

       아직도 이 농막에는‘프란시스 고야’의 기타연주곡,‘ Golden earrings’이 흐른다. 불현듯 이런 독백을 하게 될 줄이야!

      ‘어느 귀부인한테(?) ‘황금귀고리’ 를 치여, 선물로 바치고 싶은 밤이야!’(끝)>

     

       이어서, 나는 슈퍼오디를 따서 담금주병 절반을 마저 채우고 있다. 손가락은 온통 오디물이 다. 오디물이 대수랴! 설탕에 1:1 배합으로 쟁여넣은 이 황금귀고리가 성히, 속히 택배로 내 고운 이한테 배달되기만 하면 될 일. ‘뽕도 따고 임도 보고’라고 했는데, 내 고운 이는 멀리에 계시고... . 뽕나무 아래에서 그 고운 입술이, 그 섬섬옥수가 온통 오디물이 든 모습을 곁에서 바라보면 좋을 터이지만... .

       인디언 추장 치장을 하고서 내 고운 이가 후투티처럼 날아오기만을 내심 기다리며, 자전거짐실이에 택배물품을 싣고 면소재지 우편취급소를 향해 달려가야겠다. 뙤약볕이 무슨 상관? 밀짚모자를 쓰고 자전거핸들을 잡고 ‘씽씽’ 달려가면 되는 것을.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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