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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수필가, 시리아에 오다(2)- ‘안티오키아(Antioch)’에서 -수필/신작 2025. 4. 29. 06:55
윤 수필가, 시리아에 오다(2)
- ‘안티오키아(Antioch)’에서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사랑하는 당신,
미리 당신께 말씀드려야겠어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천주교인인 나는, 요새 성경 속 옛 지명을 좇아 이곳저곳 인터넷으로 검색도 일삼고 있다는 것을요. 그러한 맥락에서, <신약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곳 ‘안티오키아’도 당신께 소개해야겠네요. 지금은 튀르키에(구 터키)의 ‘오론테스강’하구에 자리하며, 지중해를 낀 곳이지요. 본디는 이곳이 고대 시리아의 수도였대요.
보고 싶은 당신,
지난 번 당신께 부친 편지, ‘윤 수필가, 시리아에 오다(1)’에서 예고해드린 대로, 이곳 안티오키아는요, ‘사도 바오로’와 외과의사 ‘루카’와 순교자 총대주교 ‘이나시오’의 주활동무대였어요.
사랑하는 당신,
나와 마찬가지로 천주교인이신 당신께서 모르실 리가 없겠지요?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12 제자들 가운데에서 한 사람이 아닙니다. 즉 , 예수님이 지명하여 선교 등 특명을 내린 사도가 아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는 히브리인 즉, 이스라엘 핏줄 가운데에서도 으뜸에 해당하는 ‘레위 지파’사람이었지요. 거슬러서, 그는 이스라엘 본토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었어요. 그의 고향은 현 튀르키에 남단 해안 ‘타르수스(다소)’였다는 거 아시는지요? 그는 ‘디아스포라(diaspora)’즉, ‘특정 민족이 자의적이나 타의적으로 기존 살던 땅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여 집단을 형성한 이들’의 후예인 걸요. 그러했음에도, 예수님을 살아생전 한 번도 뵈온 없고, 모신 적도 없는 그가, 그처럼 엄청난(?) 일을 했다는 거 아녜요? <신약성경> 29개 문서들 가운데에서 13편의 편지.
사랑하는 당신,
열혈 바리새이였던 바오로는 동족인 이스라엘 그리스도인들을 잡으러 ‘다그닥다그닥’ 이 나라 시리아의 현재 수도인 다마스쿠스로 오고 있었어요. 중도에서 그는 날벼락 맞아(?), 졸지에 앞 못 보는 소경이 되었지요. 그때 그는 하늘나라에 가 계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지요. 환상을 보았지요.
“사울아, 사울아, 너는 왜 나를 박해하느냐?”
동행자가 그를 병원에 데려갔고, 신심(信心)갸륵한 그의 동행자 ‘하나니아스’가 간절히 기도를 드렸어요. 그리하여 사흘 만에 앞을 보게 된 바오로. 그는 그길로 개심(改心)하여 예수님의 증거자로 나선 겁니다.
그는 이곳 안티오키아에 있는 ‘ 안티오키아교회’에서 출발하여, 세계 방방곡곡 선교의 길을 떠나게 됩니다. 세 번의 선교 여행, 총 20,000킬로미터. 늘 출발지점은 이곳 안티오키아였고, 귀환지는 언제고 이곳 안티오키아였지요. 그는 가는 곳곳마다 타락한(?) 이들한테 깨우쳐주게 되지요.
사랑하는 당신,
나는, 그가 예수님의 12 제자들과 달리, 당시 ‘할례’즉, 포경수술을 비롯하여 율법의 그 ‘딱딱한’ 규범을 훨씬 뛰어넘어, ‘믿음만이 구원’이라고 강조하며, 기독교를 ‘인류 보편적 종교’로 확산한 그 위업은 이야기하지 않으렵니다. 왜? 우리네 천주교인들은 그 스토리를 너무도 잘 알고 지내기에요. 해서, 당신께는 그 ‘비하인드 스토리’는 과감히 생략하겠어요. 그런데요, 그런데요, 나는 이곳 안티오키에 머무르면서, 바오로 사도를 떠올리자니, 짚이는 게 딱 하나 있다는 거 아녜요? 이는요, 지구상 그 어느 누구도 초점을 맞추어 제대로 이야기한 적 없었다는 거. 대체 내가 무슨 이야기를 당신께 하고자함일까요?
내 사랑하는 당신,
잠시 엉뚱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당신께서도 대충 아시다시피, 나는 유소년 시절부터 ‘편지 쓰기’에 익숙해있었어요. 그렇게 쓴 편지글들은 1.5톤 용달차 한 대 분량일 걸요? 나는 그렇게 쓴 연애편지의 변형이야말로 수필작품일 거라고 믿었고... . 덕분에, 젊은 날 나이 32에 수필문단에 거뜬히 데뷔했고요.
사랑하는 당신,
이 글의 주인공인 바오로 사도야말로 나 못지않게 편지를 잘도 썼다는 점. 나는 당신께 꼭히 이 점을 이야기해요. 정말로, 바오로는 편지를 자주 썼어요. 자기가 선교여행 중에 보고 느낀 점을, 세련된 문장의 편지글로 적어, 자기가 곳곳에 세운 당해 교회 신자들 등한테 호소조로 부치곤 했어요. 그렇게 간절한 맘으로, 충만한 신심(信心)으로 적은 13편의 편지가 <신약성경> 가운데에서 주요부분 차지한다는 점.
무척이나 사랑하는 당신,
나는 지금 시리아의 옛 수도, 안티오키아에 머무르고 있어요. 바오로 사도가 여러 교회 신자들한테, 제자 ‘티모테아’한테 절절한 맘으로 편지를 적었던 걸 다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요, 핵심은요, 편지에요. 늘 내가 수필작가 지망생들한테 일러준 말이기도 하지만, ‘정성들여 쓴 편지가 수필작품이요, 훌륭한 문학작품이다’를 다시금 당신께도 알려드려요.
보고싶은 당신,
바오로 사도, 그가 적은 편지가 <신약성경>에서 주요부분임을 위에서도 이야기하였어요. 거듭 말씀드리지만, 사도 바오로의 종교 활동 근거지는 바로 이곳 안티오키아였어요. 그런데요, 그가 3차에 걸친 선교활동 20,000킬로미터 가운데에서 죽을 고비도 얼마나 많았겠어요? 지난 번 당신께 띄운 편지 한 구절을 베낍니다.
< 그는 어느 날 수술가위를 내던져버리고서, 예수님의 증언자로 나섰지 않겠어요? <신약성경> 가운데서 27.5%를 차지한다는 그가 적은 <루카복음서>. 주일미사 때에 종종 듣는 그 복음은 여타 복음서에 비해 비교적 문장이 세련되고 깔끔하데요? 그가 그리스어에도 능통했고 문학적 재능도 충만했던 것으로 짐작되어요. 앞으로 일주일가량 그곳 시리아에 머무를 겁니다. 편지를 써서 당신께 부치겠어요. 안뇽.>
사랑하는 당신,
이곳 안티오키아에는 위 단락에서 소개한 외과의사가 있었어요. 그가 바로 루카. 사도 바오로가 루카를 만나게 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어요. 사도 바오로는 1차 선교여행 중 돌팔매를 맞아 몸이 망가졌고, 그 피멍을 고치려 루카의 병원에 들렀고... 그길로 루카는 수술가위를 내던져버리고 사도 바오로 2차 선교여행부터 동행하게 되어요. 루카가 적은 <루카복음서>와 <사도신경>은 사도 바오로와 동행에서 오롯이 얻은 셈이지요.
사랑하는 당신,
이곳 안티오키아는 사도 바오로와 루카가 처음 만난 곳. 양인(兩人)은 공히 예수님을 직접 모시지도 않았건만, 전승되어 오던 예수님의 행적을 그처럼 실감나게 생생히 그려내었던 겁니다. 양인은 이스라엘 국내에만 머무르던, 유대교의 한 종파(宗派)로 여겨지던 그리스도교를 전 세계에 보편적 종교로 퍼트린 위대한 업적을 남겼어요. 사실 ‘그리스도교’라는 말도 이곳 안티오키아에 자리한 ‘안티오키아 교회’에서 맨 처음 쓰게 되었다는 점이 퍽이나 인상적입니다.
보고싶은 당신,
루카는 사도 바오로가 순교하는 순간까지 동행했다는군요. 사도 바오로는 여러 서간문에서 3번씩이나 루카를 칭송했어요. 그래요, ‘동행’은 그처럼 아름다운 겁니다. 수필작가인 나도 그들처럼 시인인 당신과 영원한 동행자이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당신,
사도 바오로는 그 많은 ‘편지’라는 형식을 통해, 복음을 전해와요. 다시금 힘주어 말하지만, 나는 수필작품을 적는 게 아니라, 아직도 못다 쓴 연서를 적고 있노라고. 지금 내가 당신께 쓰는 편지도 그러한 맥락에서.
사랑하는 당신,
다음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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