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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수필가, ‘요르단 왕국’에 오다(1)- 페트라(Petra) 시크(Siq)에서-수필/신작 2025. 4. 13. 17:52
윤 수필가, ‘요르단 왕국’에 오다(1)
- 페트라(Petra) 시크(Siq)에서-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사랑하는 당신,
이번에는 나, 요르단 왕국에 와 있어요. 일반적인 여행 개념을 훨씬 뛰어넘는, 역사기행 겸 성지순례 겸 인류 유적지 탐방의 일환인 걸요.
내 이야기를 풀어가기에 앞서, 작곡가‘펠릭스 멘델스죤’의 스토리부터 들려드려야겠군요. 그는 유복했기에, ‘펠릭스(Felix;행운아)’라는 이름이 붙어있어요. 그의 다섯 살 위 누나는 ‘파니(Fanny)’였고요. 사실 음악적 재능은 그의 누나 ‘파니’도 만만찮았다고 해요. 오히려 더 뛰어났을 거라고들 해요. 그들 나라 독일에서도 당시 여성천시 풍조로, “여자가 무슨 예술을?”했던가 보아요. 해서, ‘파니’는 결혼 이전에는 자기 이름을 내세워 음악활동을 차마 못하고, 동생 ‘펠릭스’ 이름으로 발표한 작품도 꽤 되었을 거라고들 전해요. 이 편지글이 너무 길어질세라, 세세하게는 다 들려 드리지 않겠어요. 하지만, 꼭히 이 이야기만은 당신께 들려드려야겠어요. 유복했던 ‘펠릭스 멘델스죤’은 20대 초반에, ‘해외 음악여행’을 떠났어요. 그래서 빚은 명곡들이 ‘스코틀랜드 교향곡’, ‘이탈리아 교향곡’, ‘핑갈의 동굴’,‘무언가(無言歌) 베네치아 뱃노래’등이지요. 이들 작품들은 그의 짧은 생애 38세에 빚은 명작들인 걸요. 그의 음악세계에 관해서는 기회 닿으면 따로 틈틈이 ‘음악 칼럼니스트’답게 당신께 전해드릴 테고요.
내가 당신께 위와 같은 ‘멘델스죤가(- 家)’이야기를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겠죠? ‘펠릭 스 멘델스죤’은 그처럼 20대에 해외여행 중 영감을 얻어 악보에다 옮기고, 편지글로 가족한테, 특히 음악적 동반자였던 ‘파니 누나’한테 자기가 스케치한 악보와 함께 편지를 종종 적어 보냈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나도 보고 싶은 당신,
이제야 ‘펠릭스 멘델스죤’의 사례에 빗댄 나의 맘 짐작하실까요? 나는 당신한테 소소한 나의 여행담(?) 빠뜨리지 않고, 여행수첩에 적어두었던 것들을 재합성하여(?), 낱낱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왜? 당신을 영원한 나의 문학적 동반자로 ‘꽁꽁’ 묶어두기 위해서이지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나는 뒤늦게 ‘ 예비신자 교육’ 과정을 거쳐 세례를 받고서, 당신과 마찬가지로 ‘천주교인’이 되어있지요. 하더라도, 워낙 농땡이인데다가 의심까지(?) 많은 터라, 성경에 의구심이 자주 생겨났던 게 사실입니다. 그로 인하여 우리 쪽 표현으로 ‘냉담교우’가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반면에, 나의 아내 ‘차 마리아님’과 큰딸 ‘요안나 프란체스카’와 작은딸 ‘미카엘라’는 신심(信心)이 대단한 듯하더군요. 특히, 아내 차 마리아님은 벌써 두 차례 성경필사를, 구약성경과 신약성경 끝까지 또박또박 하고 지내는군요. 그 양반, 아내 차 마리아님은 그것이 일과이네요.
사랑하는 당신,
가뭄에 콩 나듯, 당신께서 보내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는 그 숱한 말 대신, 성모님을 모시고 기도드리는 사진이 대부분이더군요. 이에 열받아(?), 반발심에, 반동(反動)으로, 이곳저곳 해외 성지순례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 아닙니까?
사랑하는 당신,
성경에 적혀 있던 인물들과 지명(地名)들에 관해 하나하나 인터넷 검색창에다 ‘때려보기(?)’를 수개월째. 그러자 안개 속 같았던 사실들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 수확이(?) 쏠쏠하네요. 성경에서 이르는 ‘가나안’이 ‘카나안’이며, 지금의 ‘팔레스타인’임을 알게 된 것은 그 수확물들 가운데에서 대표적이지요. 그 무슨 놈의 ‘젖과 꿀이 흐르는... ’곳? ‘기독교’든 ‘이슬람교’든 본디는 그 신앙의 출발점이 하나였으며, ‘팔레스타인’을 성지(聖地)로 삼고자, 서로 ‘땅 따먹기’에서 그 지리한 싸움이 오늘날까지 벌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뭡니까?
보고싶은 당신,
‘모세의 계곡’ 즉, ‘와디무사(Wadi Musa)’와 모세 형 ‘아론’의 무덤이 있다는 ‘호르산’을 내 눈으로 생생히 보고 싶어(?),이곳 요르단왕국에 이를 악물고 온 걸요. 아니, 와디무사와 ‘아론의 무덤’이 자리한 페트라에 가고자, 시크(siq;협곡) 앞에 막 닿았어요. 문득, 스위스 출신, 여행가 겸 지리학자 겸 동양학자였던‘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크 (Johann Ludwig Burckhardt, 1784~ ~ 1817, 향년 33세)’가 떠오르네요. 다음 호에 적겠지만, 모험심 많은 그가 우리네 인류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지요. 그도 지금의 나처럼 ‘아론의 무덤’이 보고싶다고 ‘베드인족(Bedouin族)’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둘러대며, 온갖 고초 겪으며, 잊혀진 도시인 페트라를 탐험코자, 이슬람교 믿는 배타적인 베두인족 사람들을 설득했다지요. 그렇게 하여 그는 ‘외침(外侵)파괴’와 ‘지진’과 ‘무역로 변경’ 등의 이유로 수 세기 동안 폐허가 되었던 ‘붉은 사암(砂巖)의 나라’인 페트라를 찾아내어 세상에 빛을 보게 하였어요. 그의 호기심은 어지간하였네요. 이 점은 당신의 남자, 윤 수필가의 호기심과도 맥이 닿아있네요.
사랑하는 당신,
길이가 1.2km, 높이가 80m 내지 200m,폭이 3m인 ‘Siq’ 곧, ‘협곡’ 앞에, 겁도 없이, 싹아지도 없이, 이교도(異敎徒)인 내가 서 있어요. 이 좁은 길을 베두인족 후예들이 부리는 낙타를 타고 가면, 장엄한 도시 페트라가 나타날 겁니다. 이 시크는 ‘외침 방어시스템’이 아주 잘 갖추어진 셈이지요.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암 도시국가’를 건설한 ‘나바테아인’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있는 걸요. 사막의 무역제국 창조자였던 나바테아인들. 이 좁은 협곡의 길은 ‘유럽 - 아라비아 - 인도’로 이어지는 무역의 통로였대요. 특히나, 향료무역의 길이었다는 게 아닙니까?
너무나도 보고 싶은 당신,
이 좁은 통로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겁니다. 유목민인 베두인족 사람들은 무역상들한테 통행세도 받았을 것이고, 대상(隊商)들한테 숙박비도 받았을 것이며, 심지어 강도질도 일삼았을 것입니다.
내 사랑하는 당신,
나는 지금 요르단의 숨겨진 고대 도시인, ‘페트라’의 협곡, 즉 ‘Siq’에 와 있어요. 아직도 서성대고 있어요. 차마 이 협곡을 쉬이 빠져나가 ‘페트라’를 소개하고 싶지가 않다면요? 조바심은커녕... . 내가 당신께, 이곳을 다녀간 그 많은 여행객들과 달리, 보고해야할(?)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감히 상상이나 하실까요?
돌발상황. 내가 젊은 날 너무나도 사랑했던 가수 ‘이수영’의 노래 제목인 ‘그리고 사랑해요’를 당신께 전하면서... .
작가의 말)
다음 호에는 당시 28세였던 그 젊은이, 스위스인‘요한 루드비히 부르크하르트요한 루트비히 부르크하르크 (Johann Ludwig Burckhardt, 1784~ ~ 1817, 향년 33세)’에 초점 맞추어 적을 건데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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