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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 수필가, ‘레바논 삼림(森林)’에 오다- 레바논 개잎갈나무 -
    수필/신작 2025. 3. 30. 17:04

                     윤 수필가, ‘레바논 삼림(森林)’에 오다

                                  - 레바논 개잎갈나무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나한테는 책상 위 지구본이 뱅글뱅글 돌고 있으며, 휴대전화기 유튜브가 수시로 열려 있고, A4용지가 수북 있다. 나는 시대와 나라를 넘나들며 수년째 종횡무진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 중이다. 세상의 그 많은 여행가들 가운데에서 이러한 여행가는 거의 없을 듯, 이번에는 ‘페니키아’ 후손들이라고 자랑하는 지중해 연안 국가인 레바논에 와 있다. 정확히는 ‘레바논 산맥’에 와 있다. 더 정확히는 아름드리 되는 ‘레바논 개잎갈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다. 이곳 레바논 산맥은 레바논 길이와 거의 비슷하게 약 240킬로미터 뻗쳐 있고, 평균 해발고도가 2,100미터로 꽤나 높다. 시골 내 백씨(伯氏)네 전화번호 뒷자리 ‘2744’와 공교롭게도 일치하는 백두산 높이 2,744미터를 감안하면, 진짜로 높은 산이다.

      이곳 레바논을 생각하자면, 레바논 산맥이요, 레바논 산맥을 생각하자면, ‘레바논 삼나무’로 일컬어지는 ‘레바논 개잎갈나무’다. 레바논 국기 문양은 ‘레바논 개잎갈나무’한 그루다. 마치, 봄마다열리는 ‘메이플 시럽 축제’로도 유명한 캐나다의 국기 문양이 ‘캐나다 당단풍나무 잎사귀 한 장’이듯.

       사실 이곳 ‘레바논 개잎깔나무’는 ‘레바논 삼나무’로 알려져 있으나, 학명상 삼나무류가 아니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는, “피곤하게끔 그것까지 우리가 알아서 뭣한대?”하실 수도 있겠으나, 나는 젊은 날 대학에서 <수목학>을 전공했기에... .

       페이지 넘기고... . 이 나라의 ‘레바논 개잎갈나무’를 낱낱이 소개해야할 일이 생겨났다는 거. 그 오랜 역사에서 남벌(濫伐)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지금은 이 나라에서 보호수종으로 되어 있기까지 한 수종(樹種).

    아주 잘 나가던 시절의 ‘레바논 개잎갈나무’에 관한 이야기부터. 그 크기가 40미터가량 자라고, 그 흉고(胸高) 둘레가 4미터 정도 되었다는 거 아닌가. 그 둘레는 어림잡아 성인 남자 두 세 명이 팔을 뻗쳐 안을 만치. 그러했으니 그 쓰임이 오죽했겠냐고?

       성경에도 무려 70 번 ‘향백나무’ 혹은 ‘백향목’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홍해를 지팡이 하나로 뚝딱‘열려라 홍해!’했다던 모세의 기적 가운데에서 하나에도 등장하는 나무라고 전한다. 모세는 그 백향나무에서 나오는 특유의 향기로 문둥이를 깨끗이, 단번에 낫게 했다는 기록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다. 즉, 요즘 식으로 말해, 이 나무 종족은 그 독특한 향기로‘파이톤 사이드’도 뛰어나다는 이야기일 테고... . 참고적으로, 민족성, 자존심도 없는 나의 대선배 임학인들은 일본에서 공부하여 일본어식 표현으로 ‘피톤치드’라고 엉터리로, 모든 교재에다 적어두었다. 각성을 촉구한다. 나는 지금 이 ‘레바논 개잎갈나무’ 그늘 아래서, 보다 많은 전설을(?) 떠올리고 있다. 마치 깨진 사금파리를 알뜰히 꿰맞춰 온전한 항아리의 내력을 알아내는 고고학자들처럼. 이곳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레바논의 과격한‘헤즈블라(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정당조직)’의 탄생비화 및 활동 등 국제적, 정치적 상황 등은 알아갈수록, 파고들수록 가슴 아픈 일이고... . 다만, 나는 이 ‘레바논 개잎갈나무’가 이 지중해 연안 국가들과 세계 문명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관해서만 파고들고 있음을.

       지난 날 이 나무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메소포타미아 도시국가 ‘우르크’에, ‘함무라비 ’가 세운 ‘구 바빌로니아’에 이어, ‘네부카드네자르2세’에 이르러 번성기를 누렸던 신 바빌로니아. 바로 그 ‘네부카드네자르2세’때에 이곳 ‘레바논 개잎갈나무’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 사막길이 대체 얼마인데,300여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까지 일꾼들을 부려, 위에서 이미 소개했듯, 수고(樹高) 40미터가량, 둘레 4미터가량 되는 나무들을 벌채하여 실어갔다는 거 아닌가. 전쟁광이기도 했지만 건축왕이기도 했던 ‘네부카드네자르2세’는 그렇게 실어간 ‘레바논 개잎갈나무’를 ‘파일(pile)’ 즉, 건축과 토목의 기초공사를 할 때 박는 말뚝으로 삼았다는 거. 그는 그 ‘레바논 개잎갈나무’ 말뚝을 기초로 삼아, 그 사막 한 복판에다 ‘바빌론 성전(聖殿)’과 수많은 ‘지구라트’를 지었다. 지금은 그 성전 등이 거의 사라졌지만, ‘레바논 개잎갈나무’의 공로만은 인정해주어야 할 듯.

       이 우람한 나무의 그늘 아래서,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빼어난 수필작가 윤근택이 놓칠 수 없는 기록 하나가 또 있으니... .

    레바논의 전신(前身)인 ‘페니키아’는 지중해 해변에 군데군데 주민들이 모여 사는 ‘도시국가 연합체’였다. 그들은 장사꾼들이었다. 온 세계를 주름잡은 장사꾼들이었다. 그들에 관해서는 앞으로 이 연작물에서 차차 다 이야기 풀어갈 테고... .그들은 이 레바논산맥에서 나는 ‘레바논 개잎갈나무’로 그러한 문명과 부(富)를 한껏 누리고 있었다는 사실. 이들 나무 종족의 나무로 배를 짓기에는 안성맞춤. 그 높이가 40미터, 그 둘레가 4미터이니 배를 짓기에는 넉넉했을 터. 거기다가 쉬이 썩지도 않고, 향기 또한 좋고... . 그들 ‘페니키아 상인들’은 그렇게 지은 배에다 ‘돛’과 ‘노’를 겸하는 배를 인류 최초로 만들 수 있었다. 그게 역사적으로도 기록되는 ‘갤리선(galley船)’.

       지금 내가 쉬고 있는 ‘레바논 개잎갈나무’아래서 저 꼭대기를 다시 올려다 본다. 참으로 훌륭한 수목. 히브리인들은 그 오랜 고초와 분열 끝에 나라를 세운다. 그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카나안’. 지금 세기적 화약고가 되어 있는 ‘팔레스타인’. 사실 팔레스타인은 현 이스라엘과 중동 여러 아랍국가들이,l자기네들이 각각 ‘성지(聖地)’라 여기며 서로 ‘땅 따먹기’하는 작은 곳이다. 거슬러, 제 1차 세계대전 때에 사기꾼 영국이 전쟁자금 충당을 위해, ‘이중 분양 계약서’를 작성한 데에서 비극은 시작되었지만, 그것까지 이야기하자면, 이 글이 너무 늘어질 것 같아서... .

       구 이스라엘이 ‘남’과 ‘북’두 왕국으로 갈려 지낼 무렵, 내가 그늘에서 쉬는 이들 조상인 ‘레바논 개잎갈나무’가 한 몫을 또 톡톡히 한다. 북 이스라엘 2대왕 다윗과 3대왕 솔로몬은 세상천지 모르고 성전 짓기에 골몰하였다. 사실 그것이 얼마가지 않아서, 솔로몬 재위 시절 두 개의 나라로 쪼개지고,‘약탈과 살인의 대명사’에 해당하는 앗시리아에 의해 북 이스라엘 왕국은 결국 패망하게 되지만,,, . 어쟀거나 다윗과 솔로몬은 성전 짓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것만은 사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두 왕의 대를 이은 그 역사(役事)가 결국 나라 패망에 이르게 하였지만... .

       윤 수필가는, 당시 지금의 레바논(구 페니키아)의 ‘레바논 개잎갈나무’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들 부자(父子) 왕들은 오줄없이, 참말로 오줄없이 이 ‘레바논 개잎갈나무’에 매료되었다는 거 아닌가. 성전 건립에 필요한 재목과 정인(匠人)들을 ‘페니키아’에서 수입하는(?) 대가로, 그들로부터 이런저런 고가 상품을 수입하는 대가를 지불하는, 일종의 카르텔을 맺었다고 하니... .

       나는 아직도 꼼짝 않고 ‘레바논 산맥’의 ‘레바논 개잎갈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다.

    지난 날 임학도(林學徒)였던 나. 거슬러 거슬러 따져보니, 모두 다 수목 즉, 나무에서 비롯하여 나무로 끝나는 인류사이겠거니!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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