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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26)
    수필/신작 2014. 9. 24. 18:28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26)                     

     

    - 아예 이름에 Felix(행운아)란 어휘가 들어있었던 작곡가-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나는 지금 핑갈의 동굴(Fingals Cave; The Hebrides)을 듣고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그곳이 눈에 선한 듯하다. 우렁찬 파도소리, 구구대는 갈매미의 모습,휘몰아치는 바람소리 등이 마구 들리고 보이는 것만 같다.

    문득, 그를 떠올린다. 그는 말 그대로 Felix(펠릭스;행운아)였다. 그의 할아버지는 유명한 철학가였고, 그의 아버지는 유능한 은행가(銀行家)였다. 아울러, 그의 어머니는 아마투어 음악인이었으며 문학에도 재능이 있었던 이며 각국 언어를 연구하던 이였다. 그는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라났다.

    그는 9세가 되던 해 이미 피아니스트로 데뷔하였으며, 12돌 생일날엔 아주 특별한 선물을(?) 받게 된다. 그의 양친은 당시 잘 나가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자기네 정원에 초대하여 아들의 생일 축하 연주회를 갖게 한 것이다. 사실 어린 그는, 자기가 작곡한 교향곡 등을 그렇게 바로바로 연주실황으로 즐긴 이다. 한마디로, 보기 드물게 유복했던 작곡가다.

    1829 4, 20세가 된 그는 영국으로 첫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몇 차례연주회를 가진 그는 금세 영국인들로부터 큰사랑을 받게 된다. 사실 그 당시까지만 하여도 영국인들은 헨델과 하이든만 최고 수준으로 여기고 있었으나, 그도 당장 그 작곡가들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같은 해 7, 그는 일행들과 함께 스코틀랜드 여행길에 오른다. 깎아지른 바위 위 아서왕의 자리에 올라 에든버러 지평선 너머 풍경을 감상했던 그. 그는 홀리루드 폐허(廢墟)를 방문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비운(悲運)의 여왕 1)메리 스튜어트를 상상하게 된다. 1829 7 30일자 소인(燒印), 그가 가족들한테 부친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황혼 무렵에 우리는 메리 여왕이 살았고 또 좋아했던 궁전에 갔습니다. 그곳 회전식 계단을 오르면 작은 방이 있는데, 그들은 이 계단을 올라가 그 방에서 2)리치오를 발견하고 그를 끌어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방 세 개쯤 지난 어두운 모퉁이에서 그를 죽였지요. 그 옆에 있는 예배당은 아직도 지붕이 없고 풀과 담쟁이가 무성하지만, 그 부셔진 제단 앞에서 메리 여왕은 스코틀랜드 여왕으로 즉위할 수 있었습니다. 그 주변은 모두 허물어지고 황폐해져서 하늘이 훤히 보이게 구멍이 나 있습니다. 나는 오늘 그곳에서 스코틀랜드 교향곡 의 도입부를 생각해 냈습니다.

     시골 농부 수필가가 대학 재학시절부터 그리도 좋아해 왔던 그의 스코틀랜드 교향곡이 어떤 영감으로 만들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그는 그의 교향곡 제3번인 스코틀랜드 교향곡, 그 이듬해인 1930년에 착수한 교향곡 제 4번인 이탈리아 교향곡보다 먼저 시작하였으나, 그 전곡(全曲)을 완성하기까지는 무려 13년이나 걸렸다. 그러니 세상에 나온 순서로 따지면, 두 교향곡의 번호가 달라진 셈이다. 하여간, 그가 그 교향곡 하나를 완성하는데 13년이나 걸렸다는 점을 수필작가인 나는 놓칠 수가 없다. 자연, 완성도 내지 완숙도가 높은 작품일 수밖에!

    이 즈음에서 그가 누구인지 속 시원히 독자님들께 밝히는 게 예의인 듯하다. 그가 바로 멘델스죤(Jokob Ludwig Felix Mendelssohn 독일,1809~1847)이다. 그는 음악사적으로 큰일도 해낸 이로 유명하다. 100여 년 동안 세상에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작품 악보를 정리하여 세상에 선보임으로써 바흐의 작품을 재조명하게 한 것은 대단한 업적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의 몇몇 작곡가들 작품들도 그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빛을 보게 한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는 위 세 번째 단락에서 소개했던 대로, 1829년에 시작된 영국 여행은 그 이후 9회 더 이루어졌다. 그도 영국을 좋아했지만, 영국 사람들도 그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음도 알 수 있는 점이다.

    그가 첫 영국여행을 했던 1829년에는 스코틀랜드 교향곡 말고도 또 다른 걸작을 착수하게 된다. 같은 해 8 7, 그는 일행들과 함께 배를 타고 스코틀랜드 북서 해안 서북부 헤브리디스 군도(群島) 스타타섬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 바로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이 그곳이었다. 용암이 분출하여 식으면서 부셔져 각양 각색의 육각형 기둥들이 들어찬 곳. 이른바 주상절리(柱狀節理)로 장식되어 전세계 경이로운 자연경관 10 안에 낀다는 그곳. 바이킹의 침략으로부터 스코틀랜드 섬을 지켜냈다는 전설상의 영웅 핑갈의 궁전이 있었다는 곳. 멘델스죤은 그 경관에 그만 압도당하고 만다. 심지어, 동행하였던 그의 친구 클링게만마저도 멘델스죤한테 다음과 같이 읊조린다.

    거대한 오르간의 내부처럼 어둡고 소리가 울리며 아무렇게나 만들어져있고 완전히 고립되어 있어.

    사실 시인 키츠도 일찍이 그 핑갈의 동굴 을 다음과 같이 노래하였다.

    바다가 끊임없이 그곳에서 부셔지고 있다. 장엄함과 웅대함, 그리고 광활함. 그것은 가장 훌륭한 대성당을 능가한다.

    , 어떤 국내 음악 평론가도 그 곡을 해설하면서 그 섬에 관해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파도의 평화로운 정경을 그린 일종의 소나타 형식의 표제음악이다. 핑갈동굴의 쓸쓸한 정경,바다의 광대한 모습, 물결의 조용한 흔들림, 그 사이 갈매기의 울음소리,파도의 비말(飛沫) . 바람소리로 점철된 곡.

     멘델스죤은 그 자리에서 바로 하나의 주제를 떠올려 스케치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가족들한테 편지를 썼고 이번엔 악보까지 동봉하게 된다.

    헤브리디스가 나한테 얼마나 엄청난 감동을 주었는지, 조금이나마 공유하기 위하여 그곳에서 떠오른 악상을 보냅니다.

    이듬해인 1830년에 그는 그 작품의 서곡을 외로운 섬으로 적었고, 이를 개정하여 헤브리디스란 제목으로 만들게 된다. 그리고 런던에서 그 곡을 발표하게 이른다. 영국인들은 그 곡이 바로 자기네 섬을 노래한 거라서 더욱 열광하게 된다. 당장 하이든,헨델에 비견되는 거장으로 대접하게 되었다. 후일 바그너는 이 곡을 듣고서, 음악에 대한 일류의 풍경화라고 극찬하게 된다. 사실 멘델스죤은 아마투어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수채화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남긴 수채화 가운데 피렌체 풍경은 문외한인 내가 보았을 때에 일류화가 작품수준이었다. 내가 그 곡을 들어보아도 그는 () 풍경화가였던 게 분명하다. 그는 그 곡을 몇 차례 고친 후 프러시아 황제께 헌정했다.

     1930 10 10, 그는 이번엔 이탈리아를 생전 처음으로 여행하게 된다. 그는 그곳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영감을 얻어 교향곡 제4이탈리아를 적게 된다. 유복했던 멘델스죤. 그의 거의 모든 작품이 그러하지만, 이탈리아 교향곡도 밝아서 내가 일찍부터 좋아해왔던 곡이다.

     사실 멘델스죤은 내가 위에서 소개한 대로 약관(弱冠)이었던 때에, 그것도 고작 2년여에 걸쳐, 해외여행 덕분에 위와 같은 명작들을 빚었다. 이날 이때까지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명승지 탐방도 거의 해본 적 없는 이 시골뜨기 수필작가. 얼마나 그가 부러운지 모르겠다. 아울러, 부끄럽기까지 하다. 이곳 저곳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또 그곳에서 영감을 순간적으로 얻는다는 거. 그것은 예술가들한테 아주 중요한 자산이며 축복임을, 유복했던 멘델스죤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그나마 내가 위로로 삼을 만한 게 있다면, 멘델스죤도 여행에서만 영감을 얻은 이가 결코 아니었다는 사실. 그는 아주 어릴 적에 누이동생과 함께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아주 흥미롭게 읽곤 했단다. 그러했던 그는 그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같은 이름의 작품, 한여름 밤의 꿈을 적었는데, 그 작품 일부가 온 인류의 가슴에 종종, 아주 종종 울려 퍼진다는 사실. 바로 예식장에서 새 신랑과 새 신부가 팔짱을 끼고 행복하게 행진을 할 적에 나오는 그 결혼행진곡.

     이제 이 글을 마감해야겠다. 그는, 펠릭스(행운아)였던 그는, 위대하고 재능 있었던 작곡가였으나, 하늘에서 내린 에너지와 재능을 너무 몰아 썼던 탓인지,불행히도 요절하고 말았다. 그가 이 세상에서 누린 나이는 38세에 불과했다. 나는 지금 그의 작품 핑갈의 동굴을 거듭거듭 들음으로써 그의 작품세계로 한껏 빨려 들고 있다. 참으로 감사하다. 삼가 명복을 빈다.

     

    1) 메리 스튜어트 : 그녀는 15세 나이에 프랑스 궁정으로 시집을 갔다. 병약한 국왕이 2년 만에 서거하자, 그녀는 17개월간 프랑스 여왕직을  유지하게 된다. 그녀는 다시 스코틀랜드로 돌아가 25년간 스코틀랜드 여왕 자리에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에 의해 처형되고 만다.

     

    2)리치오 : 질투가 심한 메리 여왕의 남편, 헨리 스튜어드가 메리 여왕의 신하였던 리치오와 메리 여왕 사이를 의심하여 그를 살해하고 만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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