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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보람(7)
    수필/신작 2014. 9. 22. 20:50

                             어떤 보람(7)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자전적(自傳的) 수필  연재물은 이제 14()에까지 닿았다. 내 마음 같아서는, 일반 독자들은 물론이려니와 이미 수필작가이거나 앞으로 수필작가가 되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까지도 이 연재물을 흥미롭게 읽어주었으면 좋겠는데, 크게 자신은 없다.

    14. 괴짜를 알아본 괴짜

    모름지기, 예술가는 자기 장르에서 최고(最高)이거나 최초(最初)여야 한다. 그러자면 괴짜스러움도 있어야 한다. 괴짜인 나는 또 다른 괴짜를 만나게 된다. 그는 내 첫 수필집을 발간했던 대웅출판사 사장, ()OO였고, 그는 불행하게도 내 첫 수필집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재판(再版)도 끝난 후 얼마 아니 있어 지병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

    그가 느닷없이 제의했다.

    윤선생, 당신은 본디 아주 특별한 성향을 지닌 수필가이니, <<독도로 가는길>> 재판(再版)을 찍되,육필(肉筆)로 교정한 초판본 책을 복사판(?)으로 그대로 찍는 게 어떻겠어요?

    나는 그 제의에 흔쾌히 OK! 했다. 그래서 한국 출판사상(出版史上) 아니, 국제적 출판사상 전무후무한 책 한 권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그게 1998년이었을 것이다.

     이제 독자님들의 궁금증을 풀어드리고자, 그 일이 있기 전에 나한테 도대체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슬슬 이야기해야겠다. 내가 온갖 매체에다 신인상 또는 신춘문예 등에 도전하기 위해 적은 수필들이 날로 늘어났다. 그 작품들 가운데는 신인상 당선 후보작, 즉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도 많았다. , 신춘문예 당선 후보작도 더러 있었다. 이래저래 아직 30대에 불과했던 나는 갑자기 수필 부자(?)가 되었다. 그러다가 1989년에 <<월간에세이>>를 통해 초회 추천,천료로 수필문단에 정식 데뷔했으며,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1996년에 드디어 첫 수필집, <<독도로 가는 길>>을 내게 된다. 책을 만들어 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책은 찍고 돌아서면 이내 후회하게 된다. 아무리 꼼꼼하게 교정, 교열 등을 한다고 해도 에러가 자꾸자꾸 눈에 뜨일 뿐만 아니라, 당초 무지(無知)로 인해 자신도 모르는 비문(非文)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작품은 작가가 쓰는 게 아니라 편집자가 편집하는 거라고 봄이 옳다.

    첫 수필집이 나오자, 나는 우쭐대며 당시 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으로 등록된 2,300여 분 가운데 1,000여 분한테 일일이 우송해 드린 바 있다. 그 다음 순간부터 마구 후회하기 시작했다. 내 눈에도 에러가 너무 많이 발견되었으므로. 해서,지혜를 그러모았다. 국어선생님, 이름 있는 수필가 등에게 부탁하여 잘못된 부분을 모조리 잡아내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분들 몇몇은 친절하게도 그 일을 해 주었다. 물론, 나는 그분들께 후일 사례를 나름대로 성의껏 했다. 나는 그렇게 모은 교정분을 첫 수필집 쪽마다 옮겼다. 책은 시쳇말로 돼지꼬리 즉,교정부호로 빽빽 들어차 있었다. 나는 용감하게시리 재판을 찍어, A/S차원이라며 이미 부쳐드린 분들한테 다시 한 권씩 부칠 요량이었다. 그리하여 당해 출판사 사장한테 그 책 한 권을 원고인양 부쳤더니 위 단락 내용처럼 하자는 것이었다.

     육필로 고쳐 써서 그대로 찍은 재판본 <<독도로 가는 길>>. 나는 곧바로 이미 초판을 받으셨던 분들한테 일일이 다시 부쳐드렸다. 물론, 다시 책머리에에다는 내가 A/S를 해드려야 하는 이유 등의 심정을 잘 담아서. 그러자 어떤 일들이 생겨났더냐고? 당장 찬반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떤 분은 자신이 간여하는 신문 칼럼에다 내 이야기를 적어 찬사와 격려를 보내기도 하였다. 충청도 반숙자 수필가는 10권만 추가로 부쳐줄 수 없냐고 해서 부쳐 드렸다. 그분은 당신이 가르치는 수필작가 지망생들한테 교재로 쓸 거라고 하였다. 또 어떤 이들은 냉소와 비난을 보내오기도 하였다. 게으름의 산물이라거나 독자 우롱이다라거나 하면서. 하여간, 괴짜 두 사내인 나와 출판사 나 사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님들 가운데도 본인의 서가(書架)에 아직도 골동품인양 나의 육필 교정 <<독도로 가는 길>> 재판본을 간직하는 분도 계시리라. 대학도서관, 국회도서관 등지에도 그 책이 있을 줄로 안다.

    나는 그 일을 아직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거니와, 작가라면 최고가 되거나 최초가 되어야 한다. 그 다음 두 번째 수필집, <<이슬아지>>를 낼 적에는 또 다른 기지(奇智)를 발휘했다. 어떻게? 거의 매일 한 두 권씩 우송되어 오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가 그리 쉽지 않더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것은 혹사다. 해서,책 날개에다 포스트잇 한 장을 붙여 부쳤다. 거기다가 이런 짧은 편짓글을 담았다.

    선생님, 바쁘실 텐데요, 제 채 다 읽지는 마세요. 제가 아끼는 글은 OOOㅁㅁㅁ이오니, 그 두 편만 읽어주세요.

    물론, 그 곳에다 책갈피를 끼우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랬더니,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나는 그 두 번째 수필집 발간 덕분으로 정부로부터 문예창작기금도 거금 받았다. 본인도 전혀 몰랐다. 통장에 입금 된 이후에야 알았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 작품집에 실린 글 한 편이 어느 중학교 교과서에 3년간 실린 적도 있다.

    기왕에 모두 내 자랑이었지만, 내 신실한 독자님들께 권유해보고자 하는 사항이 있다. 우리 역사에, 개인의 역사를 그대로 베끼지 말라고 한 분이 계셨다. 내 뜻도 그러하다. 기왕에 쓴 글이면, 남이 읽지 않고는 도저히 배겨낼 수 없는 나름의 지혜까지를 동원하시라. , 작가한테도 마케팅 정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또 다시 말하거니와, 괴짜가 되어야 한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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