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던 이
    수필/신작 2014. 11. 29. 23:11

     

    궁금증을 이기지 못했던 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내가 격일제 근무로, 맞교대 사감과 교대하는 시간은 아침 일곱 시 반. 자연히, 내가 거주하는 농막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일곱 시 무렵이다. 출퇴근 시간에 승용차에 오르자마자, 출발 에프엠과 함께를 튼다. 오늘 아침에는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인 박지현 아나운서가 인류 최초로 현미경을 고안해낸 발명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발명가의 숨겨진 이야기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요컨대, 그는 궁금증이 생기면 도저히 참지 못하는 이였다는 것이다.

        해서, 나도 밤 늦도록 인터넷 검색창에다 현미경 발명가 ,현미경 등의 검색어로 입력하여, 드디어 그 발명가에 관한 각종 자료를 찾아 두루 읽어볼 수 있었다. 인류 최초로 현미경을 고안한 이가 바로 안톤 판 레벤후크( Anton van Leewenhoek, 네덜란드, 1632~1723). 그는 양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포목상을 하고 있었단다. 청소부였다고 소개하는 자료도 있긴 하지만, 정황상 포목상이였을 것만 같다. 두루 아시다시피, 포목상이면 원단 등에서 올이 잘못된 부분을 늘 찾아 불량품 처리해야 하는 직업. 그는 확대경을 끼고 살다시피 하였다. 그러던 그가 문득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확대경으로 뭔가를 찾는다는 것은, 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더 작은 것도 더 성능이 좋은 광학기계만 있으면 다 볼 수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는 포목상을 접고 무려 3년 동안이나 유리를 손수 깎아 더 성능이 좋은 광학기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애쓴다. 그렇게 하여 고안된 것이 현미경으로서 대물렌즈대안렌즈를 제대로 갖춘 광학기계다. 그 발상 자체가 놀랍지 아니한가. 그를 두고, 미생물의 아버지, Cell(세포) 최초 명명자, 정충(精蟲) 최초 발견자, 원생동물 최초 발견자 등으로 부른다.  그가 위와 같은 온갖 별명을 얻게 된 데는 궁금증이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자산이 있었기 때문이라니, 그것 또한 놀랍다.

        후일 그는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나의 내면에 자리잡은 큰 궁금증이 호숫물부터 내 배설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관찰하게 하였어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여느 과학자들과 달리, 과학적 기초 내지 과학적 소양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이러니다. 이미 머릿속에 뭔가 자리잡고 있으면, 그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 자칫 새로운 것을 창조해낼 수 없다는 걸 강력히 시사한다. 이는 수필작가인 내가 수필창작에 관해 제법 많은 분들께 강조해온 점과 비슷하다. 그러기에 이번 글도 쓰게 되는가 보다. 나는 자주자주 말하곤 한다.

        어설픈 지식은 진정한 지식이 아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기초적인 것이 가장 전문적인 것이다.

         문학인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이, 그 무엇도 아닌 문장부호의 올바른 사용부터라고까지 말하곤 한다. 심지어 나는 문장부호 가운데서도 쉼표 기능 15개만 제대로 알고, 제대로 부려 쓸 줄만 알아도 훌륭한 문장가라고까지 말해오지 않았던가. 이를 다시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대한민국의 작가들 대부분은 엉터리 문장가라는 말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라도 내가 대학에서 국어 관련 학과가 아닌, 임학을 전공한 것을 늘 다행으로 여긴다. 나는 작가로 데뷔한 이후에 다시 문장의 기본부터 익혔다는 뜻이기도 하며, 뭔가 모자람을 알았기에 채우려고 여태껏 애써 왔다는 말이기도 하다.

    아무튼, 그는 어느 특정한 사물만 자신이 만든 현미경의 대물렌즈에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생명체이거나 무생물체이거나 그야말로 닥치는 대로 들여다 보게 되었다. 심지어 자기 아내와 잠자리를 하다가도,벌떡 일어나 현미경 앞으로 다가갔다지 않은가. 그러고는 자기가 사정하다가 흘린 정액 한 방울을 대물렌즈에 올린 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그러자 올챙이처럼 생겨먹고 살아 꿈틀대는, 바글바글한 정충이 나타났다. 그는 그것을 정자라고 최초 명명했으며, 그가 직접 스케치한 정충 그림이 인터넷에서도 그대로 소개된다. 그는 그냥 현미경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늘 직접 렌즈 속의 세계를 종이에다 그대로 스케치 했던가 보다. 그랬던 그가 한번은 자기 조국 네덜란드 빗방울 하나를 대물렌즈에 올려놓고 들여다 보게 된다. 그랬더니, 이상한 물체가 나타났고, 그 물체는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원생동물이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레벤 후크의 그 많은 업적 가운데 하나인 미생물의 발견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이 세계가 미생물들로 바글댄다는 사실을 규명하게 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것들에 관해, 런던에 자리한 왕립협회에 자신의 모국어인 북부 독일어로 수백 통의 편지를 썼다. 내용은, 자신이 만든 확대경들을 통해 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에 대한 묘사였다. 1658, 그와 같은 나라 사람인 얀 스왐메르담이 최초로 적혈구를 묘사했지만,그는 1670년대에 이르러 적혈구의 크기와, 가운데가 타원형으로 움푹 들러간 모습까지 상세히 묘사했다. 그가 영국 왕립협회에 보낸 적혈구에 대한 자료는 사회기록보관소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는데, 1981년에 비로소 어느 과학자의 눈에 띄어 적혈구로 판명되었다. 그로부터 150년 이상이 흐른 1843년에야 비로소 두 과학자에 의해 백혈구가 발견되었다니, 레벤후크의 발견이 얼마나 대단했냐고?

          광학기계에 관한 한 비전문가인 내가 더 이상 레벤후크의 업적 등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 이상 궁금한 독자님들께서는 인터넷 등을 통해 살펴보면 금세 알 수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가 현미경을 고안해내기까지, 그 동안의 생업조차도 팽개치고 겪었을 시행착오만은 떠올려 보아야 참 도리가 아니겠는가. 흔히 하는 말로, 그야말로 무식해서 용감했던 이였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대물렌즈에다 올리고,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그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곤 했던 사람. 그것도 부족하여 전문기관에 수없이 자료를 부치곤 했던 사람. 그렇게 함으로써 세포도 발견하게 이르고, 그것이 생명의 기원임을 밝혀내었다. 수필작가인 내가 그를 새삼 존경해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리네가 살아가는 데는 정도(定道)가 없다. 물론 수필장르에도 정도가 없다. 아니, 역설적이지만, 정도가 없어야 한다. 있어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하나의 프레임에 불과하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저 레벤후크처럼 늘 궁금증을 지니고끊임없이 관찰하고, 끊임없이 스케치, 즉 메모하는 수밖에. 정말로, 시행착오 내지 오랜 습작만이 그 해답임을 깨달으며 이 글 접기로 한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신작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드라굽타의 발  (0) 2014.12.05
    못생긴 아소카  (0) 2014.12.05
    두 여인과 나  (0) 2014.11.29
    호주머니에 관해  (0) 2014.11.25
    목닳이양말  (0) 2014.11.23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