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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내가 격일제로 근무하는 이곳 ‘중소기업관리공단 대구·경북 연수원’.경내(境內) 여러 곳에 달아둔 스피커에서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추어, 자동으로 뉴 에이지 음악을 비롯한 각종 음악이 흐르곤 한다. 최초 누군가가 제법 좋은 아이디어를 발휘했음이 분명하다. 오늘 아침엔 올드 팝송 가운데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노란 손수건‘으로도 번안됨.)’도 흘렀는데, 그 노래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아니, 그 노래에 숨겨진 이야기야말로 대단히 감동적이다. 사실 나는 이미 지난 해 ‘Going home’이란 수필에서 그 숨겨진 이야기 등을 죄다 적어 독자 여러분께 소개했으며, 본인의 블로그, 전자도서관, 카페 등에 올려둔 바도 있다. 그러니 더 상세한 사항을 알고픈 분들은 인터넷 검색창에다 ‘Going home’(☜하이퍼링크가 가능함.) 쳐보시기 바라며... .
그 노랫말인즉, 이렇다.
‘나는 얼마 후면 출소가 되오./3년이란 긴 시간이 흘렀구려./ 출소하게 되면 버스를 타고 우리가 살던 고향 마을로 가보려 하오./ 만약... 만약 당신이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고, 또 이 죄 많은 이를 용서한다면/ 마을 앞 어귀의 그 늙은 떡갈나무 가지에다 노란 리본을 달아주오./ 그 리본을 보고 나는 내릴 것이오./하지만, 노란 리본이 달려 있지 않으면, 우리가 나눴던 그 많은 추억을 뒤로 한 채 그냥 지나쳐 가겠소. 당신의 행복을 빌면서 말이오.//‘
버스에 함께 탔던 승객들이, 텁수룩한 그 남자로부터 우연하게 그 야기를 전해 들었는데,그의 고향집이 가까워지자 다들 마음을 졸였다. 그러나 결과는 그 떡갈나무 가지에 노란 리본이 하나도 아닌 수십, 수백 개가 마치 꽃이 핀 듯 달려 있어 모두가 환호했다는 거 아닌가.
오늘은 내내 그 노래를 흥얼대며, 그 리본의 색깔이 바로 ‘노랑’이었다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위 노래는 1973년 ‘Tony Orlando & Dawn’이란 3인조 보컬이 불러 대히트했다는데, 그때부터 우리네 가슴 속에도 ‘노랑’ 과 ‘노란 리본’은 각각 ‘애절한 기다림’의 색깔과 ‘애절한 기다림의 상징물’이 된 듯하다. 그래서일까, 지난해인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때에도 많은 이들이 희생자들이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수 없이 노란 리본을 곳곳에 매달았다. 하필이면, 봄의 전령사라고 할 만한 산수유꽃과 개나리꽃과 생강나무꽃이 ‘샛노랗게’ 피어나던 4월에, 우리 국민 모두는 제주도로 봄소풍을 가던 그 많은 ‘노랑 빛’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잃었고... .
노랑, ‘네이버 지식백과 색채용어사전’이 전하는 바, 다음과 같다.
‘물감의 삼원색 중의 한 색. 스펙트럼의 파장 580nm 부근의 색채이다. 노랑은 심리적으로 자신감과 낙천적인 태도를 갖게 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도록 도움을 주는 색채. 진한 노랑의 금속광택이 도는 황금색은 황금, 돈 등을 상징하여 부와 권위, 풍요로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안전색채(安全色彩)로서 노랑은 조심, 주의 또는 방사능 표지에 사용하고 노랑과 검정의 배색은 명시성과 가독성이 가장 높아 어린이 시설 주변, 어린이용품, 통학 차량에 적용된다.
또한 노랑은 지식이나 지적능력을 나타내며, 운동신경을 활성화하고 근육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생성 한다. 노랑은 빨강과 초록빛의 혼합으로, 초록 파동의 회복 효과와 빨강 파동의 자극 효과가 혼합되어 있다. 따라서 노랑은 기능을 자극하고 상처를 회복시키는 두 가지 효과가 있다. 노랑 차크라(상복부)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서, 태양신경총에 위치하며 부신과, 췌장, 간에 영향을 끼친다.‘
노랑, 위에서도 이미 한 차례 말한 바 있지만, 새봄을 알리는 색이다. 산수유꽃, 개나리꽃, 생강나무꽃은 노랗게 피어 우리한테 봄이 왔음을 알리곤 한다. 특히, 산수유꽃은 시인 박목월한테 이르면, ‘산수유꽃 흐느끼는 봄’이란 시 구절이 된다. 바로 ‘귀밑 사마귀’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노랑은 이처럼 계절적 봄만을 상징하는 색이 아니다. 노랑은 햇병아리한테 너무도 잘 나타나는 색이 아니던가. 해서, ‘초보운전자’들의 뒷 유리에도 ‘노란 햇병아리’를 그리는 예도 많고, 유치원생들의 복장이며 유치원 건물이며 유치원생 수송 차량 등을 거의 노랑으로 칠하곤 한다. 사실 햇병아리는 달걀 안에서 나오고, 그 달걀 속에는 노른자가 들어 있으니, 그것 하나만 보더라도 색의 삼원소 가운데 하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아니, 새로운 생명체를 낳게 하는 게 노랑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콩나물을 비롯한 많은 식물의 촉 틔움은 노랑이다. 그러던 노랑이 시나브로 연초록, 초록, 청색으로 진해져 엽록소가 되지 않던가. 물론, 그 식물 촉 틔울 당시의 노랑은 ‘싹(싹수)가 노랗다.’하고 할 적의 ‘노랑’과는 분명코 다른 것이다. ‘싹(싹수)가 노랗다.’ 는 말은, 엄밀히 말해 엽록소 파괴에 의한 백화(白化)에 해당하는 것이니... .
노랑에 관한 나의 연상(聯想)은 여기에서 멈추어질 리가 없다. 갓 태어난 새들의 부리가 대체로 노란 색을 띠게 되는 데서, 그것들 어린 새들을 총칭하기를 ‘황구(黃口)’라고 한다는 사실. 조선 말기 삼정문란시 병역 적령기가 아닌 젖먹이 아이에게까지 군포(軍布)를 물린 걸 일러 ‘황구첨정(黃口簽丁)’이라고 했는데, 그 또한 갓 깨어난 어린 새의 조동이 ‘黃口’를 빗대서 한 말이라는 거. 또 나는 노란 색을 떠올리면, 이내 ‘노랑 저고리 연분홍 치마’가 연달아 떠올린다. 동시에 7.5조의 민요조인 김소월 시를 떠올린다. 참말로, ‘노랑 저고리’로 대변될 수 있는 우리네 정서. ‘한명숙’이란 가수의 ‘노란 샤스 입은 사나이’도 우리네 정서와 크게 무관치 않았기에 그토록 사랑받았던 건 아닐까 하고서.
색의 삼원소 가운데 하나인 노랑은 황금(黃金)을 나타내는 색이며 황제들이 즐겨했던 색이기도 하다. 온통 황금으로 치장했던 동서고금의 황제들. 황금은 곧 돈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고, ‘황금만능시대’라는 썩 좋지 않는 말까지 만들어 낸 것도 사실이다. 또, 구두쇠 내지 수전노(守錢奴)를 일컬어 ‘노랭이(본디 ‘노랑이’에서 변한 말임.)‘라고 하니 부정적 이미지도 지닌 게 사실이다. 참, ’노랭이‘는 ’노랭이 할머니‘, ’노랭이 총각‘ 등으로 쓰이기보다는 ’노랭이 영감‘으로 쓰여야 제 맛이라는 것도 빠뜨릴 수가 없다. 왠지는 몰라도, ’노랭이 영감‘은 장죽(長竹)을 물고 담배 니코틴에 절여빠진 영감을 생각게 하는 어휘이다.
노랑, 하양 다음 밝은 색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난색(暖色) 즉 따스한 색’으로 알려 있으며, 진출색(進出色) 곧 ‘드러나는 색’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색감(色感)으로 말할 것 같으면,사람에 따라, 처한 환경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질 것이다. 그러한데 오늘 나는,마침 산수유와 개나리와 생강나무가 막 피어나려고 하는 때에 위에서 소개한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를 새삼 감동적으로 들었다. 노랑은 간절한 기다림이며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나도 내 사랑하는 이를, 가장 신실한 애독자를 기다리며, 나의 산골 농막 앞 생강나무 가지에다 노란 리본을 수없이 달아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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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d Oak Tree (음악 듣기)
‘Going home’(본인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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