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
    수필/발표작 2015. 5. 17. 06:14

                                 

                                                                                     @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요즘 이 녀석과 친하게 지낸다. 본디는 ‘a’라는 꼬마 녀석이었는데, 무슨 영문인지 꼬리를 얻어 ‘@’가 되었단다. 녀석은 상모(象毛)를 돌리는 것 같다. 녀석은 나의 친구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한테도 인기가 있다.

           최초 명명한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컴퓨터 키보드 상단에서 많은 기호들과 어울려 살지만, 그 몸값이 여간 아니다. 어느새 유사품(?)까지 수없이 등장했다. 녀석의 모습을 본 딴 , , ⓘ … 따위의 간판, 광고 카피, 상품명 등이 그것이다.

           너무 궁금해서, 정보통신 분야에 능한 동료에게 물어봤다. @‘at - key’라고 알려주었다. 다들 알다시피, ‘at’는 위치나 지점 즉, ‘또는 에서를 나타내는 전치사다. 우리말로 따지면 처소격 조사에 해당한다. 그러기에 인터넷 세계에서 주소를 일컫는 말로 쓰인 듯하다. 우리는 평소 녀석을 골뱅이라 부르지만, 나라에 따라서는 달팽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양이다.

           꼬마 녀석이지만, 인터넷 나라에서는 큰 몫을 한다. ‘web'이란 어휘와 잘 어울려 지낸다. ‘web’‘cobweb(거미집)’이고, ‘network’의 사촌이다. @는 거미줄처럼 얽힌 통신망(通信網)에서 놀기를 잘한다. 녀석에게는 사이트(site)’도메인(domain)’이니 하는 넓은 놀이터가 있다. 녀석은 어휘력이 부족한 나를 다음과 같이 곧잘 비웃는다.

          이 밥통아, ‘www’유방 유방 유방이 아니라 ‘world wide web’의 약자야.”

           나는 어느새 @ 녀석과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다. 이 꼬마 녀석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앞장선다. @의 모양이 그렇지 않은가. 나를 구중궁궐 인터넷 세계로 데려가고자 애쓴다. ‘yoongt57@hanmail.net’. 나는 생쥐(mouse)의 양다리를 수시로 딸깍딸깍건드려 댄다. 이른바 클릭 클릭이다. 그러면 하나의 창(window)이 열린다. 창은 창으로 이어져 있다.

           여봐라.” 하면 대궐의 대문 빗장이 차례차례 열리는 걸 연상케 한다. 그때마다 뿅뿅경쾌하게 창 열리는 소리도 들린다. 그래서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또한, 시중꾼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도움말을 주기에, 나는 길 잃는 일이 없다. 겹겹의 창을 그렇게 열고 들어가다가 보면, 드디어 구중궁궐 속 情報라는 이름을 지닌 고운 공주를 만나게 된다.

            이제 @는 만국 공통어다. 나의 주소이며 좌표다.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산시 중방동 e편한세상 1061002도 주소이지만, @가 들어간 기호집합 ‘yoongt57@hanmail.net’도 나의 주소다.

            @는 키보드 위에서 무수한 기호들과 어울려 산다. 그렇더라도 이 @‘.(온점)’와 더불어 인터넷, 그 정보의 바다로 가는 데 없어서는 아니 될 열쇠다. 컴퓨터에서 기호 하나 하나는 이처럼 엄청난 힘을 지녔다.

           송연(悚然)해진다. 특히, 작가인 내가 문장부호를 함부로 덜렁덜렁 쳐서 내 글을 미아(迷兒)로 만든 적은 없을까 두렵다.

     

     

          * 이 작품은 2000년 현대수필사 <<목소리>>에 실림.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수필 >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접붙이기  (0) 2015.11.16
    고객은 ㅁㅁㅁ이다  (0) 2015.05.21
    고추벌레  (0) 2015.04.26
    '아스피린'에 숨겨진 이야기  (0) 2015.01.29
    지퍼  (0) 2014.11.2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