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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45)수필/음악 이야기 2015. 8. 24. 21:43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45)
- 론도(rondeau)와 소나타(sonata)에 관해 -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나더러 누군가가 음악이 지닌 독특한 중독성과 시(詩)가 지닌 독특한 중독성에 관해 질문을 해온다면, 나는 그 두 예술 장르가 공히 ‘A-B-A-C-A-D구조‘ 또는 ‘A-B-A-C-A-B-A 구조’ 로 곧잘 되어 있어서 그러하다고 답할 것 같다. 이 무슨 이야기인가 하니, 어느 한 곡의 음악 가운데서 흔히 ‘주제부’ 또는 ‘주제’라고 일컫는 ‘A’가 반복됨으로써 귀에, 가슴에 금세 익숙해져 중독을 일으킨다는 뜻이며, 어느 한 편의 시에서 아름다운 시구(詩句) ‘A’가 반복됨으로써 중독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러한 점에서 음악과 시는 꽤나 호소력 있는 예술장르임에 틀림없다.
음악에서 ‘A-B-A-C-A-D구조‘를 론도형식(rondeau form)이라고 한다. 17세기 프랑스의 ’클라브생 악파‘가 구사했던 ’롱도(rondeau)‘에서 발달하여, 18세기에는 독주용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의 끝악장에 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rondeau‘는 ’돈다(round)‘를 뜻한다고 한다. 즉 론도는 순환부분(循環部分)을 가진 서양음악의 악곡 형식을 일컫는다. 빈 고전파의 협주곡 끝악장은 거의 이 형식을 취하고 있다고 하며,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끝악장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한다. 이 론도형식은 19세기말부터 한 때 쇠퇴하였으나, 현대음악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거 아닌가.
이 론도 형식을 곡명으로 그대로 쓴 예도 있다. 생상의 <<서주와 론도>>, 모차르트의 <<피아노를 위한 론도>> 등이 그것들이다.
‘소나타‘는 론도 형식을 사용한 음악을 이른다. ’sonata‘는 ’연주하다‘란 뜻을 지녔다고 한다. 이 소나타는 주로 제1악장에 쓰인 악장 형식을 이른다고 하는데, 그 구성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제시부 : 일반적으로 2개 또는 그 이상의 주제를 제시한다.
발전부 : 제시부의 제1주제 또는 두 주제가 선율적, 리듬적 동기로 분해되고 전개된다. 전개의 수법은, 일반적으로 ‘동기(주제)의 노작(勞作)’이라고 불린다.
재현부 : 발전부에서 분해된 요소를 재통일하고, 제시부를 재현하는 부분이다.
고전적 소나타 형식은 하이든, 모차르트에서 일단 완성되었으며, 베토벤에 이르러 그 형식이 심화(深化)가 이루어졌다고 하는 게 통설이다. 그러기에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와 <<피아노 소나타 (비창)>>는 여느 작곡가들의 소나타에 비해 월등하다고 봄이 옳을 듯.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스케르초(‘익살스럽다’,‘해학적이다’란 뜻을 지녔음.)>>, <<녹턴(야상곡)>>도 참으로 듣기 좋은 소나타 형식의 음악이다. 모차르트의 세레나데 <<아이네 나흐트 무지크>> 가운데 제4악장도 소나타 형식이라는 거.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터키풍으로(일명 ‘터키행진곡’)>> 중에서 제3악장도 소나타 형식이다.
이미 이 글 도입부에서 밝혔듯이, 시들 가운데에서도 그 용어는 다르나, 론도형식 내지 소나타 형식을 취한 예가 많다. 시에서는 론도형식을 ‘통사구조(統辭構造)의 반복’, ‘문장구조의 반복’, ‘시어(詩語)의 변주’ 등으로 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시에 종종 쓰이는 론도형식에 관해서는, 내가 이미 적어 인터넷 매체에 발표한 ‘변주에 관해’(‘작은 수필론’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하이퍼링크가 되어 있으니, 클릭하시면 곧바로 당해 작품을 읽으실 수 있다.)를 참고해주시기 바란다. 그 ‘변주에 관해’라는 수필작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을 적었는데, 여기 다시 베껴다 붙여 이 단락을 ‘완결’코자 한다.
<<이른바, ‘시어(詩語)의 변주’라고 하는 말. 요컨대, 시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시구를,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어를 바꿔서 사용함으로써 운율적인 인상과 의미 강조효과를 거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통사구조(統辭構造)의 반복’ 또는 ‘문장구조의 반복’이라고도 한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좋은 예에 해당한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관형어+ 부사어+서술어, 관형어+부사어+서술어 구조임.)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대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부사어+목적어+ 서술어, 부사어+목적어+ 서술어 구조임.)’ >>
정말로, 음악과 시에서만 론도형식 내지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느냐 하면 막상 그렇지도 않다. 문장수사법 가운데서도 ‘수미상관법(首尾相關法)’이란 게 엄존한다. 내가 쓴 수필작품 가운데서도 론도형식 또는 소나타 형식을 취한 게 더러 있다. 다시 말하거니와, ‘반복되는 과정에서 시어를 바꿔서 사용함으로써 운율적인 인상과 의미 강조효과를 거두게 된다.’와 맥을 같이 한다. 음악과 문학에만 과연 론도형식을 취하는가. 미술도 마찬가지다. ‘이방연속무늬’, ‘사방연속무늬’야말로 론도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모양과 색채를 가진 하나의 단위 무늬가 두 방향 또는 사방으로 반복되어 나가는 도안’을 그렇게 부른다. 우리가 항용 벽지와 천정지에서 보게 되는 게 그 도안들이다. 그 유명한 현대미술가 ‘워홀(Andrew Warhol,미국의 팝 아티스트, 1928~1987)’의 <<캠벨통조림>>시리즈물도 사실은 이방연속무늬, 또는 사방연속무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적어도 내가 평소 느끼는 바, 단조롭다거나 ‘심플하다’거나 ‘쉽다거나’ 하는 ‘주제부’ 내지 ‘주제’를 ‘A-B-A-C-A-D구조‘ 또는 ‘A-B-A-C-A-B-A 구조’ 로 만든 음악이 명작인 예가 많은 것 같았다. 그러한 점에서라도 론도형식 내지 소나타 형식은 이 지구상에서 쉽사리 사라질 것 같지가 않다. 이미 허두에서 밝힌 적 있지만, 론도형식은 반복으로 인한 ‘중독성’의 효과가 아닐까 싶다. 달리 말하자면, 기상천외하다던가 신비롭다던가 기교적이라던가 하는 작품이 아닐지라도 우리네 심금을 울려주는, 명곡이 될 수 있다는 거. 꼭히 론도형식은 아닐지라도,내가 평소 느끼기에 와이만(Addison P. Wyman,미국,1832~1872)의 <<은파 Silver Waves)>>야말로 이 단락에 적은 나의 생각에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인 듯 하였다. <<은파>>는 단 하나의 주제와 7개의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는 밀려오는 흰 파도를, 7개의 변주(빠르게 혹은 느리게, 한 옥타브 높게 혹은 낮게 연주하는 형태를 취함.)로 완성함으로써 우리한테 선하게 보여주고 쟁쟁히 들려오도록 하지 않더냐고?
명색이 수필작가인 나는 수필의 발전방향을 이미 여러 갈래로 제시한 바 있다. 그 가운데에서 ‘변주곡 형태의 수필’도 실천하였으며, 여타 수필작가들한테도 그 실례(實例)의 본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였다.기본페이지 >행촌수필문학회 게시판 >新龜旨歌/윤근택 <수필> 버 들 / 윤근택 (하이퍼링크 쳐리해 두었음.) 등이 그것들이다. 이제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론도형식의 수필’도 수필의 발전방향으로 제시하며 이 번 글을 맺기로 한다.
(다음 호 계속)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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