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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9)
    수필/음악 이야기 2014. 4. 15. 08:41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9)                     

    -뉴에보 플라멩코 기타리스트(nuevo-flamenco -guitarist)-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새로운 뮤지션과 그의 음악을 알아간다는 것은 행복이다. 나는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밝혀둔 바 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농부인 내가 수필을 적고 있으며, 국어 관련 학과를 나온 이들의 문장을 지적하고, 음악 이야기까지 적고 있으니 무식하여 용감하다고 아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나의 음악 탐구는 갈수록 흥미롭다. 아니, 흥분되는 일이다.

     오늘 낮 위 제목의 수필 제 8(八話)를 마감하여 몇 분께 e메일로 부치고 나니 헛헛해졌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 검색창에다 기타연주곡 모음을 쳐보았다. 뉴 에이지 기타리스트 치아리물 위의 암스테르담이라도 다시 들을 요량으로. 그랬더니, 이번엔 낯선 뮤지션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그가 바로 아르믹(Armik Dashchi , 미국 국적, 1950~)이다. 어느 네티즌의 블로그를 통해 그의 기타 연주곡을 듣게 되었다. 금세 빠져들게 되었다. 나의 그 작고, 그 얇은 두 개의 고막한테도 새삼 감사할 일이었다. 나는 평소에도 그러했듯, 그 한 끄트머리를 잡기만 하면, 솔솔 당겨 끝까지 가보기로 하였다. 그의 연주곡 모음을  이어듣기로 흘려놓고서.

    우선, 그가 뉴에보 플라멩코 기타리스트로 소개되어 있어, 그것이 난관이었다. 뉴에보새로운-이란 뜻인 걸 알겠는데, 플라멩코에 관해 피상적으로만 알았지 제대로 알지 못함을 알아차렸다. 당초 나의 독자님들께서도 음악에 관해서만은 나처럼 문외한이라고 치고 이야기를 펼쳐가기로 약속했음을 환기해주셨으면 좋겠다. 자연, 플라멩코부터 파고들었다.

    플라멩코. 이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Andallucia, Al Andalucia 무슬림왕국에서 온 도시이름임에 유의하셔야 한다.) 지방 민속음악과 춤으로 구성된 음악을 일컫는다. 사실 이 정도야 거의 모든 이들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파고들어보니 꽤나 흥미로웠다. Cante(칸테;노래), Toque(토케;기타 연주;Tocar라고도 함.), Baile(바일레; ),Palmas(팔마스;손뼉)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칸테는 어떤 유형인지 알아봤다. 안달루시아는 집시들이 흘러흘러 들어간 종착지였다고 한다. 그들은 이슬람문화권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동굴 등으로 쫓겨다시피 하였단다. 본디 음악에 관해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던 그들. 그들은 오랜 방랑으로 인해 우수어린 노래와 더불어 현란한 춤을 추게 되었는데 그게 플라멩코의 기원이라고 한다. 한편, 토케에는 기타가 쓰였다고 한다. 플라멩코에 쓰이는 기타는 빠른 손놀림이 가능하게 하고,강렬하며 명징한 음()을 낼 수 있도록 고안되어 있고, 사이프러스 나무로 된 게 특징이란다. 다음은 바일레 소개다. 춤에 쓰이는 발 동작을 Zapateade(사파테아드)라고 하는데, 이는 구두로 바닥을 구르는 동작을 말한다. 이 발 동작은 다시 셋으로 갈라진다. 구두 앞창으로 구르면 Planta(플란타), 구두 앞코로 구르면 Punta(푼타), 구두 뒷굽으로 구르면 Tacon(타콘). 그리고 팔 동작을 일컬어 Braceo(브라체오), 손 동작을 일컬어 Mano(마노)라고 한단다.

    플라멩코를 다시 요약하자면 이렇다. 빠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리듬 속에서 현란한 기교를 보이는 기타연주에 맞춰, 무용수는 원색의 화려한 주름치마를 입고 격렬한 발놀림과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거칠고 깊은 목소리로 영혼을 뒤흔들어 대는 춤 또는 춤곡. 스페인 남부의 따가운 햇살 아래 마지막 발길을 내디뎠던 집시들의 한()이 서린 음악.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강렬한 개성을 지닌 전통예술 등등.

    이제 뉴보 플랑멩코 기타리스트 아르믹에 대한 집중탐구다. 그는 1950년 이란에서 태어났다. 그는 7세가 되던 해 클래식 기타에 환장을(?) 해서, 부모 몰래 시계를 전당포에다 맡기고 기타 한 대를 산다. 그리고는 지하실에 숨어 기타연주 연습을 하게 된다. 얼마 아니 있어 자기 어머니한테 들키고 만다. 그런데 혼쭐이 나기는커녕 자애로운 어머니 덕분에 정상적인 레슨을 받게 된다. 그게 바로 영재교육의 일환이었다. 사실 이 말은 매번 하는 말이지만, 될성부른 나무는 잎새부터 알아보는 법이다. 그는 12세가 되자, 직업 재즈 기타리스트가 되어 활동하게 된다. 그는 1960년에서 197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주로 재즈 기타만 연주하였다. 그러던 그가 스페인으로 자주 가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체험이 아닌 문화적 충격이었다. 스페인의 보석으로도 알려져 있고, 플라멩코 기타의 전설로도 알려진 파코 데 루시아(Paco de Lucia, 본명은 Prancisco Sanchez Gomez, 1947~1967)의 공연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사실 파코 데 루시아 1976년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Entre dos Aguas라는 곡을 신들린 사람처럼 연주함으로써 전세계 기타연주자들을 거의 절망케 한 장본인이라고 할 정도다. 내가 오늘에야 찾아 들어보았지만 과연 그러했다. 당시 아르믹도 한마디로 갔던 거 같다. 그는 그 길로 클래식 기타연주를 접고 플라멩코 기타로 전향한다. 그는 성공한 이후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처음 플라멩코 기타음악을 들었을 때, 저는 제가 연주를 통해 대화할 수 잇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스페인에 아예 눌러 산다.

    , 그가 미국 국적을 가진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단다. 1979년 이란의 호메이니가 주도한 회교혁명 이후 이슬람정부는 음악을 통제하였다. 아르믹 가족은 기독교인인데다가 아르메니아인인 까닭에 핍박을 피해 L.A.로 피신하게 되었단다. 위에서 나는 플라멩코가 안달루시아에서 유행했으며, 그 안달루시아가 알 안달루시아에서 온 말이라고 밝혀두었다. , 그곳이이슬람 문화도 유입된 곳이며 플라멩코도 이슬람문화와 관련이 적잖이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슬람문화권에서 태어난 사람이니 플라멩코에 자연적으로 이끌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하여간, 그는 그곳 L.A.에서 3년여 세션의 뮤지션 생활도 했다고 한다. 세션이란, 로큰 롤, 포크송 계열의 콘서트에서 일류 연주자와 가수가 협력하여 소위 공연(共演)하는 걸 일컫는다고 한다.

    그는 1994 1집 앨범 Rain Dancer를 내어 플랑멩코 기타로 데뷔한다. 그리고 2004년에서 2008년 사이 빌보드 톱10 뉴 에지 음악에 늘 들곤 하였다. 그의 음악은 스페인의 발라드에다 남미의 리듬을 더하고 거기에다 재즈까지 더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 전통적 플라멩코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 대신 강렬하면서도 따듯한 음률과 자유분방으로 창의적 누에보 플라멩코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평론가들은, 그가 누에보 플라멩코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다고 평가한다.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그의 연주곡들을 이어듣기로 흘려놓았는데, 과연 무엇이 달라도 다른 거 같다. Cartas de Amor(사랑의 편지), Adoro,Four night in Venice, Reflection, Sentimientos, Ture love, Name of the night  등등.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감미로운 곡들이다. 그는 예순이 넘은 요즘도 앨범을 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제 두서 없는 내 이야기를 정리해야겠다. 수필작가인 나는 바로 위 단락에 적은 내용에 다시 한번 유념한다. 그가 대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맹목적으로 전통만 따르는 대신 자유분방하게 창의적으로 누에보 플라멩코를 추구했던 덕분이다. 내가 뉴 에이지 뮤지션을 새롭게 한 명씩 알아갈 때 희열 또한 새로워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도 여는 뉴에이지 뮤지션들이 그러했듯 우리네 수필가들이 아니, 나만이라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힌트를 웅변 이상으로 전해주고 있다. 나는 이미 그러한 걸 뉴에이지 수필이라고 명명해둔 바 있기는 하지만 .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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