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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무' 이야기 (2)
    수필/신작 2017. 2. 18. 05:58

                                 ‘고무’ 이야기(2)

                                         - 고무는 노자사상 이상이다-

                                          

                                                                                                                   윤근택(수필가)

       참고적으로, ‘고무 이야기(1)’은 국민학교 시절의 지우개, 고무신, 지렁이고무, 고무줄놀이의 고무 등의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이번의 고무 이야기는 제법 색달리 구성해 보고자 한다.

       요컨대, 고무는 ‘유능제강(柔能制强)’ 혹은 ‘약능승강(弱能勝强)’ 혹은 ‘이유극강(以柔克剛)’을 극명(克明)하게 보여주는 존재다. 만약에, 고무로 만든 패킹(packing)이나 개스킷(gasket)이 없다면, 그 많은 설비 등은 부지(扶持 ; 扶支)할 수 없을 것이다. 가령, 강하디 강한 쇠파이프와 쇠파이프를 고무패킹 없이 서로 연결한다면, 어떤 부작용이 생겨날까? 부러지든지 깨어지든지 유체(流體)가 새든지 하고 말 것이다.

       이야기 순서가 뒤바뀌었으나, 패킹과 개스킷의 역할부터 설명해야겠다. 패킹은, 금속이나 그 밖의 재료가 서로 접촉할 경우, 접촉면에서 가스나 물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끼워 넣는 걸 이른다. 재료는 고무질의 종류가 많으며, 고무를 입힌 천이 보통이고, 석면질(石綿質)이나 구리 등도 있다. 이 밖에 주철관(鑄鐵管)이나강관(鋼管)을 이을 때에 사용되는 ‘플랜지이음(flange joint)용 패킹’도 있다. 대개 얇은 판의 고리 모양으로 된 것이 많다. 개스킷은, 실린더의 이음매나 파이프의 접합부 따위를 메우는 데 쓰는 얇은 판 모양의 패킹을 뜻한다.

       이제, 미뤄뒀던 고무의 미덕인 ‘柔能制强’ 과 ‘弱能勝强’과 ‘以柔克剛’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 둘은 ‘부드러운 것이 능히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긴다. 그리고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말을 최초로 쓴 이는 중국의 노자(老子)다. 그는 《도덕경》에 이렇게 적고 있다.

        “ 달이 차면 지듯이, 만물은 성(盛)하면 반드시 쇠(衰)하기 마련이다. 즉 물극필반(物極必反)하고 세강필약(勢强必弱)하는 것이 불변의 자연 법칙이다.”

    노자는 유약(柔弱)이 강강(剛强)을 이기는 이치로서 천하를 허정(虛靜)으로 돌리고자 했다. 《노자》〈미명편(微明篇)〉에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유약이 반드시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물고기가 깊은 못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는 심오한 도리를 함부로 사람에게 내 보여서는 안 된다(柔弱勝剛强 魚不可脫於淵 國之利器不可以示人). ”

       노자 이후 《三略》라는 병서(兵書)에는 노자의 사상을 약간 변형하고 응용하여 이렇게 적고 있다.

       “군참(軍讖)에서 이르기를, ‘부드러움은 능히 굳셈을 제어하고(柔能制剛), 약한 것은 능히 강함을 제어한다. 부드러움은 덕(德)이고 굳셈은 적(賊)이다. 약함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강함은 사람들의 공격을 받는다. ’ ”

       여기서 말하는 ‘군참’이란, 전쟁의 승패를 예언적으로 서술한 병법서다. 위와 비슷한 말이 이미《老子》에도 실려 있다. 그 ‘76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사람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음을 당하게 되면 굳고 강해진다. 풀과 나무도 살아있을 때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게 되면 마르고 굳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가 강하게 되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해지면 꺾이게 된다. 강하고 큰 것은 아래에 자리하게 되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에 자리를 잡는다."

       그 78장에는 이런 글도 있다.

       "이 세상에서 물보다 더 부드럽고 약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굳고 강한 것을 치는 데 물보다 나은 것은 없다. 물의 역할을 대신할 만한 것은 없는 것이다.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은 세상사람 모두가 알건만, 그 이치를 실행하는 사람은 없다."

    다시 거슬러 올라가면, 노자는 위와 같은 사상은 스승 ‘상종’과 대화에서 깨우친 듯하다. ‘치폐설존(齒弊舌存)’ 또는 ‘치망설존(齒亡舌存)’의 고사성어(故事成語)가 바로 그것이다.

       노자는 병석에 누운 스승 상종을 찾아뵙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는 병이 깊으시니, 이 제자에게 남기실 가르침은 없으신지요?“

    이에 상종은 문답(問答) 형태로 하나하나 깨달음을 주었다. 총명한 노자는 스승의 말씀을 다 알아차렸다. 그 가운데에는 이런 대화도 있었다.

        (上略) 상종은 또 자기 입을 벌려 노자에게 보여 주며, “내 혀가 아직 있느냐?” 물었다.

       노자가 답했다.

        “스승님, 그렇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이번에는 “내 이가 아직 있느냐?”하고 물었다.

       노자가 "다 빠지고 없습니다."하고 대답하자, 상종이 "왜 그런지 알겠느냐?“하고 되물었다.

    이에 노자는, “스승님의 혀가 남아 있는 것은, 그것이 부드럽기 때문입니다. 이가 다 빠지고 없는 것은 그것이 강하기 때문입니다(夫舌之存也, 豈非以其柔耶. 齒之亡也, 豈非以其剛耶).”

       그러자 상종은 매우 흐뭇해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이와 같으니, 너에게 더 해 줄 말이 없구나.”

      고무의 역할은, 고무패킹과 고무개스킷의 역할은 위와 같은 노자의 사상에 맞닿아있을 줄이야! 오히려, 고무는 이러한 ‘노자사상’마저 훨씬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 그것은 ‘완충(緩衝)’, ‘부조화(不調和)의 조화’, ‘일체화(一體化)’, ‘가교화(架橋化)’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제 감히 말하건대, 우리는 고무 없는 세상을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고무 없이는 하루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없다. 실로, 천연고무로부터 시작된 다양한고무제품들! 고무를 발견하고 또, 그것을 실생활에 여러모로 이용하기 시작한 인류의 선조들은 위대할 따름이다.

       (다음 연재물 예고편)

       ‘오늘날 유통하고 있는 천연 고무는 주로 남미 아마존 유역을 원산지로 하는 ‘헤베아·브라질리엔시스(Heavea Brasiliensis)’라 하는 고무의 나무에서 채취된 것이다. 고무의 나무에서 라텍스라는 고무분을 30~40wt%정도 함유하는 유액을 채취하여, 라텍스를 건조시켜서 생고무가 제조된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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