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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舵]
    수필/신작 2017. 5. 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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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근택(수필가)

     

     

           격일제 24시간 어느 아파트 전기실에 근무하는 나. 승용차를 몰아 퇴근할 때면, 오전 아홉시 무렵 대구공항을 면한 도로를 달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활주로에 내려앉으려는 거대한 여객기를 보게 된다. 날개를 접으려는 시조새같기도 한 여객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 큰 인공조류(人工鳥類)가 하늘에서 속도를 줄여 무사히 내려앉다니! 삼척동자도 다 아는 비행원리일지도 참말로 신기롭다.

           오늘도 그렇게 내려앉으려는 여객기를, 승용차 운전 중에 얼핏 보게 되었다. 그 비행기의 꼬리날개에 달린 방향타(方向舵)’가 어디서 본 물건 같다는 것을. 그 방향타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 그것도 결혼식날 폐백실에서 착용했던 사모관대(紗帽冠帶)를 떠올리게 했다. 정확히는, 내가 그때 썼던 사모의 날개 곧 각부(脚部)’와 흡사하다는 것을. , 그 비행기의 방향키는 곡식을 까불리는 [(),(),칭이, , 챙이]’의 날개를 연상케도 하였다.

           지금은 다시금 내 농막의 컴퓨터 앞. 방향타화두(話頭)에 몰입한다.

           방향타, 비행기 꼬리날개의 일부이긴 하나, 인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안된 부품이다. 비행기의 진행방향을 조종하기 위한 장치이다. 그 방향타를 예각(銳角)으로, 미동(微動)으로 조종하더라도 비행기의 운행거리가 멀면 멀수록 비행기의 지향점이 아주 달라진다는 생각을 놓칠 수가 없다. 이 점에 관해서는 이따가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고.

           ‘-와 관련된 어휘들을 한 차례 살펴보았더니, 이러한 것들이 있다. 비행기의 방향타, 이미 위에서 밝혔듯, ‘비행기의 진행방향을 조종하기 위해 꼬리날개 위에 수직으로 세운 장치. 배도 유사한 방향타를 지녔다. ‘평형타(平衡舵)’는 배에 쓰이는 키[]로서, ‘()이 그 회전축 뒤쪽뿐만 아니라 일부는 앞쪽으로도 퍼져 있어 앞뒤의 균형을 잡은 키를 일컫는다. ‘타륜(舵輪)’선박의 키를 조종하는, 손잡이가 달린 바퀴 모양의 장치’를 이른다. ‘승강타(昇降舵)’비행기의 뒷날개에 달려 있는 키를 말하며, 비행기가 뜨고 내릴 때나 수평 안정을 위한 조종에 쓴다. 사실 오늘에야 알고본즉, 내가 자주 신기하게 봤다는 여객기의 는 방향타가 아닌 이 승강타인 셈이다. ’타각(舵角)’은 키를 돌리는 각도를 뜻한다.

            다시 미뤄뒀던 그 방향타를 예각(銳角)으로, 미동(微動)으로 조종하더라도 비행기의 운행거리가 멀면 멀수록 비행기의 지향점이 아주 달라진다에 몰입한다. , 타각(舵角)의 정도에 따라, 유체(流體)속을 달리는 비행기나 선박의 지향점은 확연히 달라진다는 사실. 키를 조종하는 전문가를 일컬어 조타수(操舵手)라고 한다는데, 그의 임무는 막중하다고 보면 된다. 우리의 속된 말에는 주걱 잡은 놈이 장땡이다.’도 있고, ‘(가위질 소리내기는) 엿장수 맘 대로다.’도 있지만... . 실제로, 조타수의 실수는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예도 있다는 거 아닌가. 아직은 그 원인이 온전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한 세월호 침몰 사건도 조타수가 순간적으로 무리하게 타각을 꺾었다는 설()도 있고 보면... . 작디작은 날름쇠같이 생겨먹은 방향타의 위력이 만만찮다는 것을. 초대형 여객기든 초대형 여객선이든 동체(胴體)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거저 장식으로 달아둔 듯 여겨지기도 하고 금세라도 본체에서 떨어질 듯한 키의 역할이 놀라우리만치 크다는 것을.

            이제 그 키의 역할을 우리네 사회생활에 접목해보자면, ‘부속품(附屬品)’ 이니 부분품(部分品)’ 이니 부속실(附屬室)’이니 하는 어휘를 애당초부터 쓰지 말았어야 옳다는 것을.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두 주체(主體)인 까닭이다. 요즘 우리사회에 큰 문제가 되어 있는 ()과 을()’도 방향키의 역할에 적용해보면, 답은 뻔한 것이겠고.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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