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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수련(133)문장이론/문장수련(문장이론) 2017. 7. 19. 17:02
문장수련(132)
윤근택(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이번 호에도 전주에 사시는 ‘김학(金鶴)’ 수필가께서 e메일로 보내주신 어느 분의 글을 텍스트로 삼는다.
원문과 문장치료 후 글과 동시 읽기)
가야할 곳과 오라는 곳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
눈을 떴다.(good! * 꾸미는 말이 너무 많으면 본질이 흐려지기에, 홑문장!) 양손을 힘차게 잡아 당겨본다. 세상을 볼 수 있고, 숨을 쉬고 있으니 살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할 수 있어 새삼 고마움을 느꼈다. 오늘은 무엇을 할까? 가야할 곳과 오라는 곳이 없는지 생각하며 잠자리를 박찼다.
싱그러운 아침! 이른 아침은 아니다. 달력을 살펴본다. 무슨 메모가 오늘 하루 나를 움직이게 할까?
‘집안의 계획은 화목함에 있고(家之計 在于和), 일생의 계획은 근면(生之計 在于勤)에 있다 했다. 그러나 하루의 계획(一日之計)은 새벽(在于寅)’이라 했다. 메모와 핸드폰도 살펴보고 할 일과 오라는 곳은 없는지, 가야할 곳은 없는지, 내 삶이 정해지는 순간이다.
가야할 곳은 자의적 결정이고, 오라는 곳은 초청이니 타의적 결정이랄까? 가야할 곳에는(☞곳과 * 오타인 듯.) 꼭 가야할 곳은 필요에 따라 좀 다르다. 내(☞그러함에도 내가 or 돌이켜본즉,내가) 꼭 가야할 곳을 잃은 지가 어언 2십여 년이나 되었다. 인생이란(☞인생이란, * 제시어 다음에는 쉼표를 쳐버릇하세요.) 꼭 가야할 곳이 있어야 했다. 그것이 바로 일자리인 직장이다. 지금은(☞사실 나야 어느새 늙은이이고, 위에서도 이미 이야기하였지만, 퇴직한 지도 20여 년 된다. 그러한데 지금은 많은 이들이, 특히 젊은이들이) 이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들이다.
어찌 보면 (☞어찌 보면,)이를 위해 젊은 시절 한 때 공부도 하고 열심히 노력을 다하지만(☞다하지만, 막상)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이 일이다. 교육과 사회문제가 이제 삶의(☞우리네 삶의) 문제다. 오죽하면 통치권자인 대통령까지 나서야할 지경에 이르렀을까?
내 한 때 이모작인생( ☞‘이모작인생’)출발 시 꼭 가야할 곳을 다시 찾아 다녔다. 60대에 노인복지관을 찾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서 헤맸다.(☞망설였다.) 일직이(☞일찍이) 공인중개사시험에 합격해 위로를(☞그나마 위로를) 받았으나 허황된 꿈이 되어 버렸다. 뒤늦은(☞어디 실패가 그것뿐이었던가. 뒤늦은 * 문장 연결은 자연스럽게!) 활동으로 계획했던 사업은 실패로 끝나 교훈을 얻은 바 컸다. 다음 한 때 인하여 증권시장에 빠졌으나 역부족으로 능력부족을 깨달았다.(☞빠졌으나, 그마저도 역부족으로 가당찮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경제활동을(☞이와 같은 일련의 실패로 말미암아 모든 경제활동을 * ‘이와 같은 일련의’의 묘미는, 위 실패경험을 포섭함에 있다.) 영원히 포기하니(☞포기하니,이미 위에서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듯,) 꼭 가야할 곳도 없었다.(☞‘꼭 가야 할 곳’도 자연스레 사라져버렸다. 대신,) 이제 필요에 따라 가야할 곳만(☞‘필요에 따라 가야할 곳’* 위에서 이미 글쓴이가 두 종류의 가야할 곳에 언급했으니, 독다들로 하여금 기억을 환기토록 작은따옴표 처리!) 남은 셈이다.
순수(☞내가 순수 * 남들까지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수필은 언제고 자기고백!) 소비활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다가왔다.(☞가까워졌다.) 이제 현명한 소비자로서 건전한 활동만이 경제활동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젠 건전한 소비, 아니 아껴쓰는 일만이 답인 듯싶다. 그러자면 ‘짠돌이’가지는 아니더라도 저 성철스님처럼 단조롭게, 심플하게 여생을 보내는 게 현명할 터.)그리고 가야할 곳과 오라는 곳이 달라졌다. 거의 없어져(☞또다시 이야기하지만, 내가 마땅히 ‘가야할 곳’은 거의 사라졌다.이제 찾아 다녀야할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어느 철인은 말했다. 생각해보니 가야할 곳과 오라는 곳이 없다면 인생은 끝이다.(☞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내가 ‘마땅히 가야 할 곳’과 ‘오라는 곳’ 둘 다가 사라진다면, 나의 인생도 끝이려니.) 간혹 품위유지비가 필요하다지만 내 스스로 만들거나 노력해야 한다.(☞간혹 누군가가 이 늙은이한테이한테 와서, 늙어갈수록 품위유지비가 필요하다며 충고를 한다.) 하지만 내 스스로 만들거나 노력해야 한다. 결코 남들이 만들어주거나 주선해 주지 않는 게 이것이다.(☞추가해볼만 한 문장 :사실 추물인양, 자기네 살이도 빠듯한데, 자녀들한테 손을 벌리기도 뭣하고.해서, 아껴쓰고 덜 쓰고를 생활신조처럼 여기게 되었다.)
취미활동과 여러 동아리가 그래서 생긴 모양이다.(☞바로 이러한 때에 취미활동과 동아리는 아주 유용하다. 그 모임이) 많으면 좋겠지만, 한 가지만으로도 넓혀 가면 가야할 곳과 오라는 곳이 많아진다. 갈 곳 없다 한탄 말고 가야할 곳, 오라는 곳은 빠짐없이 찾아다녀야 한다. 오라는 곳에는 꼭 응하고 답례가 있어야 한다. 더욱 움직여야 게으름에서 벗어나고, 자연스럽게 운동이 되니 잡념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은가?
세간에 오죽하면 말년에 갈 곳이 없어 노인복지관, 노인대학, 평생학습원, 동경대학, … 대학 등 모든 대학에는 가되, 방콕대학만큼은 가지 말라는 말이 생겼을까?
오늘은 문인협회의 초청이 있으니, ‘오라는 곳’이 생겨났다. 지난해에도 참여했던 곳이다. 추모식에 ‘신곡 라대곤 문학비(2016.7.14.)’를 건립한 지 1주년이 되었다. 올해부터는 하소 백련축제와 더불어 연속성을 갖기 위해 ‘제1회 신곡 라대곤 문학제’라 명명했다 한다.
생전에도 문학발전에 기여한 바 크다지만, 그보다 범인(凡人)들은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업적을 남겼다. 역경과 만고풍상 끝에 이룬 재산을 문학발전에 환원할 수 있어서다.(☞환원했던 게 바로 그것이다.) 협회에서 문인들은 인과(因果))를 떠나서 오라는 곳이다. 사정이 허락하는 한 되도록 잊지 말고 찾아 다녀야 할 곳이 아니겠는가?
(2017. 7. 14.)
※신곡 라대곤 문학비 소재지…전라북도 김제군 청하면 청운사(靑雲寺) 경내.
※방콕대학은 집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한다는 노인의 집거를 가리키는 말.
문장치료사 윤쌤(윤근택)의 말]
작가가 작품 속에서‘가야할 곳’은 하나뿐이다. 주제다. 중언부언은 금기사항이다. 위 글을 파고들면, 앞으로 진전이 없고 제자리에서 소용돌이만 치고 있다. 이런 유형의 글이면, 적어도 다음과 같이 얼개를 갖춰야 한다.
<우리 삶에는 두 종류의 ‘갈 곳’이 있다. 하나는 친지들 결혼식 등 ‘꼭 가야할 곳’이고, 또 하나는 ‘오라는 곳’이다. 전자(前者)는 ~~한 곳들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직장은 ‘꼭 가야할 곳’의 으뜸이다. 그러한데도 나는 일찍이 퇴직하였고 ~~~ 하다. -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못 구해 동분서주한다. 심지어 정부가 나서서 그 난제를 해결하려 하나, 부존자원 부족 등으로 해결이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때에 문득 떠올린 아이디어는, 못 사는 나라로 농사이민을 정책적으로 대량 보내면 어떨까 싶다. - 이 늙은이가 그래도 기대 곳이 있다면, 각종 서클 - 그 활동들 간략하게 소개 - 오는 주말에는 이 전북의 카리스마였고 희망이었던 신곡 라대곤 추모식에 갈 거다.- 설령,내 지갑은 텅텅 비어 있더라도 부자임에 틀림없다. 내겐 글벗들도 있다. 게다가 ‘수필’이라는 좋은 재산, 훌륭한 친구가 있지 않은가 - 내 나이쯤 되는 분들께 감히 권하겠는데, 제발 앓지들 마라. 저 성철스님은 고무신 한 켤레와 한 벌의 누더기 가사(袈裟)로도 거뜬히 살지 않았더냐고? 대신, 보람있는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그 일자리를 찾되, 젊은날처럼 돈벌이를 위해서 나설 필요는 없다. >
쉽고 빠른 지름길을 두고, 굳이 에움길을 택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리고 끝으로 당부하건대, 글을 잘 쓰려고 애쓰지 말라.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