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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필, '호박'에 대한 화답(和答)
    수필/신작 2017. 9. 4. 07:56

     수필 호박에 대한 화답(和答)

     

     

     

     

     

                                                              윤근택(수필가)

     

     

     

    오늘 한밤에 당신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어요. 이번 글은 호박이었어요. 우선, 몇몇 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며 애를 쓴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음을 눈여겨 보았어요. 격려의 박수 보내요.

     

    문득, 언젠가 당신께서 나한테 쓴 편지에 이런 문장도 있었음을 떠올렸어요.

     

    소녀는 수필창작 스승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글을 적어요.’

     

    , 그 말보다 아름답고 기쁜 말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다가 이번 글, ‘호박은 곱게 늙어가는, 아니 황금의 보옥(寶玉)으로 익어가는 여심(女心)을 잘 그리셨으니, 아니 기쁠 수가 있겠어요? 온 가슴으로 읽었어요.

     

    해서, 이렇듯 화답의 글 당신께 띄워요. 정리되지 않은 토막토막의 생각이니, 그 점 널리 헤아려주시길.

     

    <제가 호박에 관한 지식 더 보태 드릴 게요. 그냥 참고만 하세요.

     

     

     

    호박은 더듬이에 해당하는 손가락이 언제고 둘,박은 그것이 언제나 셋. 각각 길이가 달라요, 제가 추측컨대,(이미 예전에 제가 수필작품에 쓴 적 있긴 해요.)자신이 의탁코자 하는 물체가 가까이 있으면, 그 손가락들 가운데 짧은 걸 먼저 쓸 거에요. 그 물체가 멀리에 있으면, 긴 손가락으로 먼저 잡을 테고요. 박의 경우, 그 손가락들은 일단 물체를 잡기만 하면 이내 스프링처럼 되어요. ? 향후 굵어질 박이 떨어질세라, 허공에 그네를 태우듯 하지요. 생존전략이죠. 완충작용을 하도록, 자연에, 바람에 몸을 그대로 맡기는 삶의 지혜.

     

    , 있어요, 어른들은 늘 말씀하시곤 했어요.

     

    늙어서 이쁜 것은 호박뿐이라네.”

     

    우리가 먹는 호박은, 늙으면 호박(琥珀)’과도 같이 아름답다는 거. 마고자 단추로 다는 그 호박과 색깔도 비슷해요. 지질 시대 나무의 진 따위가 땅속에 묻혀서 탄소, 수소, 산소 따위와 화합하여 굳어진 누런색 광물을 일컫는 호박(琥珀)’ 말이에요.

     

    , 있어요. 호박은 찬바람이 일 때에 비로소 많이 맺힌다는 거.

     

    , 있어요. 호박은 장마철에 중간중간 내리는 하얀 헛뿌리를 포함한 일정 길이의 줄기를 끊어 꺾꽂이하면 잘 살아요. 모종 즉 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니, 내년에는 그리 해보세요. 아예 한 포기도 심지 않고 남의 집 호박넝쿨을 끊어 심어도 되어요.

     

     

     

    끝으로, 저야말로 님의 울타리를 넝쿨째 넘어가는 호박 줄기였으면 해요. 아니, 님이야말로 넝쿨째 제 가슴 울타리로 넘어온 호박인 걸요.>

     

     

     

    < 깨어나니 아직은 새벽 네 시 무렵. 다시 보채기 시작했어요. 또 글감을 찾아야 한다는... . 좋은 아침 열어가세요.

     

     

     

    그 황금빛을 띤 호박꽃을 보러 가셔야지요. 그 황금의 열매를 보러 가셔야지요. 그 황금빛 꽃속에 뒹굴며 황금 옥부스러기[玉碎]를 온몸에 묻힌 뒤웅벌을 보러 가셔야지요. 그 황금빛 통꽃을 움켜잡고 뒤웅벌을 한 차례 포로로 잡아야지요.

     

    황금빛 암술이, 수술이 서로 사랑하여 황금의 열매를 만들어내는 그 이치를 깨달으러 가셔야지요. 본성은, 본질은 바뀔 수 없다는... .

     

    일제치하에 저항했던 '권태응' 시인의 동시입니다.

     

     

     

    - 감자꽃 -

     

     

     

    자주꽃 핀 건 자주감자

     

    캐보나 마나 자주감자.

     

    하양꽃 핀 건 하얀감자

     

    캐보나 마나 하얀감자.

     

     

     

    익어간다는 거, 그것은 본질에 다가가는 것. 애호박은 된장찌개를 끓이려고 보이는 족족 땄는데,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맷돌호박은 잎사귀 속에 숨어, 숲속에 숨어,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다는 걸 깨달으러 가셔야지요.

     

    '우리네 늙어감도 그러할지니... .'를 생각하러 가셔야지요.

     

    그 하늘을 빼곡히 덮을 만치 숱한 잎사귀들. 작은 우산같은 그 잎사귀들. 잎들을 따와야지요. 잎줄기, 그 대롱을 꺾어 오셔야지요. 그 대롱들 속 고인 감로수를 맛보셔야지요. 그 잎들을 쪄서 볶은 된장에 싸서 입이 째질 지경으로 벌려 냠냠 보리밥과 함께 잡수셔야지요. 시아버지를 흘겨볼 만치 눈을 떠서 쌈을 싸먹어야겠지요. 살아생전 제 아버지는 형수님한테 이르시곤 했어요.

     

    "숙이 에미야, 상추쌈은 입을 한껏 벌려 시애비를 흘겨보듯 하며 먹어야 맛있다고 했대이."

     

    그 저녁 식탁에 이 경산의 노인을 불러도 좋고요, 아니 불러도 좋고요.

     

    끝닿는 곳까지 나아가려는 호박 줄기를 보러 다시 가셔야지요. 그 끈기 참말로 보러 가셔야지요.

     

    밤마다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님의 그 끈기가 바로 호박 줄기의 그 끈기를 본받은 거라고 독백하러 가셔야지요. 그 갈구의, 갈망의 두 손가락. 허공에 손을 흔드는 그 손가락을 보러 가셔야지요. 참말로, 잡힐 듯 잡힐 듯한 그 무엇을 느끼러 가보셔야지 않아요.

     

    호박은 님이어요. 나이 들어갈수록 빛나고 가치로운 님. 그 성질은 순박하여 호박?>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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