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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민(賤民)시인,유희경(劉希慶)
    수필/신작 2019. 8. 3. 02:52


                                       천민(賤民)시인,유희경(劉希慶)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어느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나. 입주민들의 오고감이 뜸한 심야에, 경비초소에서 몰래몰래 채널A’프로그램 천일야를 재탕삼탕 즐겨보는 편이다. 어젯밤에는 천민(賤民) 출신 대문장가 ,‘유희경스토리가 방영되었다.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 유희경이란 인물에 관해 요약본을 전하고 이야기 풀어가도록 하겠다.

     ‘DAUM 백과는 아래와 같이 적고 있다.

     

      < 유희경(劉希慶, 1545~1636)13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어린 나이에 홀로 흙을 날라다 장사지내고 3년간 여막살이를 하며 3년상을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병으로 앓아누운 어머니를 30년간이나 모신 효자였지요. 여막살이를 할 때 마침 수락산 선영을 오가던 서경덕의 문인 남언경(南彦經)에 눈에 띄어 朱子家禮를 배운 뒤 예학(禮學)에 밝아진 그는 국상(國喪)이나 사대부가의 상() 때는 으레 초빙되었지요.

     

     

       하룻밤 마음고생에 귀밑머리 희었어요

       소첩의 마음고생 알고 싶으시다면

       헐거워진 이 금가락지 좀 보시구려

     

       이 시는 선조 때의 유명한 여류시인 매창(梅窓, 1573~1610)이 그의 정인(情人)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지은 금가락지입니다. 얼마나 애타게 그리웠으면 가락지 낄 손가락이 여위었을까요? 매창이 그리워 한 촌은(村隱) 유희경은, 허균의 惺叟詩話(성수시화)를 보면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유희경이란 자는 천한 노비다. 그러나 사람됨이 맑고 신중하며 충심으로 주인을 섬기고 효성으로 어버이를 섬기니 사대부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가 많았으며 시에 능했다.”

     

       미천한 신분이라 관직 없이 시를 지으며 지내다 부안지방에 이르러 명기 매창을 만나 사랑에 빠졌습니다. 임진왜란을 맞아서는 의병을 모집하여 활동하는 한편 호조(戶曹)의 비용을 마련코자 부녀자의 반지를 거둬 충당케 한 공로로 선조에게서 통정대부(通政大夫)’직을 받게 됩니다. 이후 인목대비에게서 여러 번 술과 안주를 받게 되며 시문학에도 뛰어나 정업원(淨業院) 하류에 침류대(枕流臺)를 짓고 시를 읊으며 당시에 쟁쟁한 사대부들과 교류했지요. 노비출신이지만 효성이 지극하고 주자가례에 통달했으며 나라의 위태로움에 발 벗고 나선 유희경은 장수하여 80살에 금강산을 유람하고 92살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는 보기 드문 천민 출신 선비요, 학자였습니다.> (이상 다음백과에서 따옴.)

     

       지금부터 나의 생각보탬이다. 관례·혼례·상례·제례를 아우르는 가례(家禮)’ 가운데에서도 상례는 예로부터 꽤나 중시되었다. 황망히 떠난 고인(故人)의 영혼을 위로해야 하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의 영혼도 어루만져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 주인공 유희경은 그 상례를 13세 어린 나이에, 부친의 장례를 치르면서 몸소 체험했다는 이야기다. 그 효심이 전문가(?) 남언경을 감동케 하여, 운 좋게도 그의 수제자가 되고 정통예법을 익히게 된 셈. 원류(原流)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그의 스승 남언경의 교본은 중국 송나라 주자(朱子)<家禮>. 다시 그 주자의 <家禮>는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서, 기원전 551년에 태어난 공자(孔子)가 펼친 예법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는 사실. 나는 이 글 주인공인 유희경과 공자의 닮은 점이 하나 있다는 걸 금세 깨닫게 된다. 둘 다 어린 나이에 어버이 여읨을 체험했다는 거. 공자도 세 살 때 부친을 여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둘 다 예() 가운데에서도 장례에 자연히 밝았을 터.

       여기서 잠시. 공자에 관해 살펴보기로 한다. 위에서도 이미 적은 바 있지만, 그는 세 살 되던 해 아버지를 여의게 된다. 아버지 숙량흘(叔梁紇)은 장대한 체구의 무인(武人)이었다고 한다. 60대의 숙량흘은 16세의 영험한 무속인 안징재(顔徵在)와 야합(野合)하여 공자를 낳았다는데... . 여담으로, 사생아 공자는 아버지를 닮아 거구(巨軀)였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공자는 자라나면서 무속인 어머니의 영향을 꽤나 받았을 법. 그는 장례·제사·천제(天祭) 등의 의식이 수 세기 동안 존속해 온 이유를 알고자 옛것에 애착을 무던히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바로 그것이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해서, 공자의 사상은 장례로부터 출발한 셈. 달리 말해, 공자는 유희경과 마찬가지로 전문 장의사에서부터 인생역정이 펼쳐졌다고 할 수 있다.

       내 이야기는 다시 역사 속 인물, 유희경으로 돌아온다. 그는 문인으로도 이름을 떨치게 된다. 그는 신분 차별이 엄연했던 조선 시대에 자신의 빼어난 능력을 발휘하여 천역을 벗어던진 행운아다. 하지만, 유희경은 임진왜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분 수직상승으로 인한 양반들의 눈총을 피하기 위해 여류시인 매창의 간절한 연정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양인(兩人) 시인이 맨 처음 만난 곳은 부안. 20세의 기생 매창은 자기네 기방(妓房)으로 찾아든 48세의 시인 유희경을 금세 알아봤다. 유희경은 그녀에게 헌정한다.

     

       남쪽 지방 계랑의 이름을 일찍이 들었는데

       시와 노래 솜씨가 서울에까지 울리더군

       오늘 그 진면목을 보고 나니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듯하구나

       — 유희경, [촌은집], 1, 증계랑(贈癸娘)>

     

     

       이에 매창이 화답한다.

     

       몇 동안 비바람 소리를 내었던가

       여지껏 지녀온 작은 거문고 하나

       외로운 곡조는 타지나 말자더니

       끝내 백두음(白頭吟)’ 지어서 타네.

     

       그러나 아쉽게도, 둘은 헤어졌다. 유희경의 문집에 실려 있는 시들 중에 매창을 생각하며 지은 시는 7. 그처럼 매정하게(?) 매창을 떠나 상경한 유희경은 그녀가 죽기 얼마 전에 다시 만나게 된다. 유희경의 정인(情人) 매창은 서른여덟 나이에 이승을 하직한다. 아래와 같은 절절한 시 한 편을 후세 사람들한테 남긴 채.

     

       이화우(梨花雨)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하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수필작가로 30여 년 작가 행세하는 나. 나는 그들 양인 문인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생각하노라니, 뜨거운 눈물이 주책없이 두 볼을 타고 내린다. 한편, 나는 양인을 각각 혼자서 나무란다.

      ‘바보 멍청이 양반, 그렇다면 매향이를 첩실로라도 들여 함께 살지 않고서!’

      ‘ 가녀린 매향, 그렇다면 반봇짐을 싸서 한양 님 곁으로 가서 살지 않고서!’

       사실 짧은 만남, 긴 이별, 긴 여운은 나를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의 몫이다. 바로 그게 예술의 생명이다.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 막 이러실 것 같다.

      “그렇다면 윤 작가님한테도 유희경 시인과 매창 시인과 같은 비련(悲戀)이 있었어요? 현재도 또 진행중?”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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