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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9) - 이젠 잊힌 악기, ‘아르페지오네(arpeggione)’-수필/음악 이야기 2022. 7. 15. 22:44
제 음악공부는 쉬이 끝낼 수 없습니다.
24시간 내내 KBS 1FM 라디오를 틀어두는 데다가
인터넷에서 클래식 등 음악만 검색해요.
하릴없이 음악만 파고들어요.
아름다운 꿈 꾸세요.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89)
- 이젠 잊힌 악기, ‘아르페지오네(arpeggione)’-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1824년, 그는 31세 나이로 세상을 뜨기 4년 전인 해에 독특한(?) 음악을 한 곡 작곡하게 된다. 이름하여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3악장으로 구성되었으며 연주 25분여 걸리는 곡. 서정적이고 은은한 곡.
그는 아르페지오네 명연주자인 ‘빈센트 슈스터’를 위해 그 곡을 적었다. 그 아르페지오네란 악기는 ‘요한 게오르그 슈타우퍼’가 만들어낸 악기. 본디는 그 악기 제작자가, 기타를 활로 연주해보면 어떠할까 생각해서 만든 6현의 악기였다. 애초에는 ‘기타 첼로’로 명명되었으나, 이 글 주인공이 자기가 적은 악보에다 ‘아르페지오네’라고 적음으로써 그 이름으로 굳어진 악기. 비올라(베이스 비올라)와 기타, 첼로의 특징이 혼합된 악기였다.
그 악기는 이 글 주인공의 작곡 이후 곧바로 사라졌다. 다시 말해, 이 글 주인공 이후에는 ‘아르페지오네’란 악기가 사라졌으며, 그 악기를 위한 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
대체, 그 곡을 적은 작곡가가 누구일까? 바로 슈베르트(1797~1828, 독일)이다. 그는 위에서 언뜻 소개한 대로, 아르페지오네 명연주자를 위해 그 곡을 적었다. 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빠름 - 느림 - 빠름’ 3악장 형식이다. 이러한 소나타 형식은, 노래가 동반된 ‘칸타타’에 대비되어, 기악을 위해 연주만 되는 작품이다.
슈베르트가 유일하게 붙인 곡명인 ‘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현존하는 세계적인 명연주자는 ‘리처드 용재 오닐(Richard Yongjae O'Neill, 1978~, 미국). 그는 비올리스트이다. 그는 아르페지오네가 아닌 비올라로 ‘대체연주(?)’한다. 그는 미국 워싱턴주 세큄에서 태어났다. 그는, 6.25전쟁으로 고아가 되어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계 조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슈베르트가 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적을 당시의 상황. 사실 그는 살아생전 무명의 작곡가였으며, 가난과 건강악화로 힘든 시기였다. 이 곡을 적을 무렵, 친구한테 아래와 같은 편지를 적게 된다.
“ 나 말일세,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다시 눈뜨지 않기를 바란다네. ”
그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그 편지 하단에다 이런 문장도 보탠다.
“ 슬픔에 의해 만들어진 음악만이 사람을 즐겁게 한다네. ”
대체로, 음악평론가들은 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그의 깊은 슬픔처럼 우수와 비애가 깊이 자리잡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의지가 담긴 곡이다. 그 선율은 너무도 변화무쌍하여, 첼리스트 등 연주자들이 꺼려하는 곡이기도 하다. 제 3악장은 해학적이고 활기차다.’
이 농부 수필가가 다시 말하건대, 아르페지오네는 사라진 악기이다. 그 악기를 위한 곡을 적은 이는 슈베르트가 유일하며, 그 악기 이름을 그렇게 부른 이도 슈베르트뿐이다. 해서, 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는 유일하다.
‘무릇, 예술가는 갔어도 그 예술작품은 그가 매긴 이름대로, 붙인 이름대로 영원히 남는 거. 슈베르트도 갔고, 아르페지오네도 사라졌어도, 그의 ‘아르페지오네를 위한 소나타’는 우리네 가슴 속에 영원히 남으리. 대를 이어 영속하리니. 마찬가지로, 나의 사랑도 그러했으면... .’
작가의 말)
그리고 이 글도 이 세상에 하나뿐인 님한테 바쳐요. 저한테 글 쓸 수밖에 없는, ‘동기(動機)’를 늘 주시는 분이시까요. ‘소리없는 깊은 강’처럼 모성애를 늘 실천해보이시는 님.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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