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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우선, 독자님들께 우스갯소리 질문부터 하나 하고 넘어가야겠다.
“동서(同壻)의 장인 기고(忌故)라는데, 마땅히 제사를 모시러 가야 됩니까, 아니면 가지 않아도 됩니까? 더더군다나 살아생전 뵙지도 못했던 분이라면? ”
잠시 헷갈릴 것이다. 하지만, 동서의 장인이 곧 본인의 장인이니,제사를 모시러 감이 옳다. 더더군다나 장인도 부모이니 그렇게 함이 도리다.
어젯밤,나는 아내를 조수석에 태우고 ‘대구부산신고속도로’를 달려, 부산 처가에 도착했다. 손위 동서는 이미 와 있었다. 우리는 삼동서(三同壻)인데, 모두 닭띠이다. 즉, 12살 터울이라는 말이다. 맏동서는 몇 해 전 세상을 떴기에, 장인 제삿날이지만 올 수가 없었다.
제사상을 차리기에 앞서, 우리는 막걸리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동서한테 웃자고 물어보았다.
“형님, 바다낚시 만드는 회사에서 그리도 잘 나가셨던 분이, 손아래인 처남이 자기 회사 일 도와달라고 해서 그곳에서 나오셨는데, 후회 하신 적 없어요? 처남이 언제까지 고용보장한대요? 올해 칠십이신데, 정년은 언제까지에요?”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동서네 회사는 내가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낚시’가 아닌 ‘낚싯줄’을 만드는 회사라고 정정해주었다. 그 회사는 대한민국에서 몇 아니 되는 참치낚싯줄 전문생산업체라고 하였다. 최대 500kg이나 되는 대형 물고기인 참치가 낚시를 물었을 때에, 잡아당겨도 끊어지지 않는 낚싯줄을 그렇게 생산한다는 것이다. 참치낚싯줄은 특수한 철선(鐵線)으로 만든다고 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 철선을 0.32mm 또는 0.38mm 머리카락 굵기로 뽑아내어, 그것을 다시 12가닥 또는 19가닥으로 꼰다고 했다. 그러함에도 바닷물에 낚싯줄을 풀 적이면, 전혀 엉킴이 없이 쫘악 펼쳐진다고 했다. 그것이 노하우일 것이다. 낚시를 해 본 분들이라면, 그것이 낚싯줄이 갖추어야 미덕 가운데 하나임을 알 것이다. 하여간, 동서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제사상을 물리고 음복을 하는 동안, 나는 좌중(座中)에 대고, 이번에는 살아생전 뵙지 못한 장인영감이 어떤 분이었는지도 묻게 되었다. 그러자 다들 입을 맞춘 듯 들려주었다. 그 어른은 막걸리를 무척 좋아했으나, 고기 안주가 없으면 절대 마시지 않았단다. 민물고기 회도 엄청 좋아했단다. 그리했던 관계로, 간디스토마로 인해 환갑, 진갑을 지낸 다음 해에 세상을 떴다고 하였다. 지금 살아있으면 105세가 된단다. 듣고 있던 나는 양념을(?) 쳤다.
“그 어른은 사윗감이 어구(漁具)인 낚싯줄을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니까, 당신의 이쁜 둘째딸을 선뜻 내어 주었던 게 아닐까요? 그러면 생선을 자주 얻어 드실까 싶어서요.?”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지금은 다시금 내 근무지인 어느 연수원 사감실에 돌아와 앉은 시간. 문득, 또 다른 참치가 떠오를 게 뭐람? 내 농장 과수들도 앞으로는 그 맛있다는 참치고기를 먹게 생겼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농협회원인 나는 올해 색 다른 유기질 비료를 보급받았다. 예년에는 이른바 ‘유박’이란 유기질비료를 보급받았으나, 올해는 참치 가공 부산물로 만든 ‘참치비료’를 받았다. 그 많은 농가에 참치비료를 그렇게 보급하자면, 도대체 얼마만치의 참치를 잡았더란 말인가. 내 손위 동서가 다녔던 회사가 만든 철선 낚싯줄로 끌어당긴 참치도 제법 있을 법하다. 아직은 써본 적 없으나, 그 참치비료 포대에 적힌 대로라면, 그 효능은 대단히 좋을 것이다. 사실 서양인들은 참치를 두고, ‘시 치킨(Sea chicken)’ 즉 ‘바다 닭고기’라고도 부른단다. 단백질 함량이 27.4%로, 돼지고기·쇠고기·닭고기보다 높다고 한다. 그리고 지방 함량은 6.6%로, 그것들 고기보다 낮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단백 저열량의 생선’인 셈이다. DHA·EPA·셀레늄 등 각종 유익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노인병과 뇌세포활성화에 아주 좋은 생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니 비록 나는 그 생선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내 농장의 작물들은 참치의 부산물을 통해 그처럼 유익한 성분들을 섭취할 게 아닌가. ‘참치를 먹여 키운 복숭아’ 등으로 어디 광고를 해볼까나.
이번엔 참치에 관해, 다른 이야기로 이 단락을 꾸며 볼까 한다. ‘네이버 지식in’ 등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다. ‘참치’는 ‘다랭이’의 다른 말이다. 다랭이는 고등어과에 속하며,무리지어 빠르게 유영하는 난류성 바다물고기의 총칭이다. 이들 다랭이는 참다랭이속· 황다랭이속· 가다랭이속으로 갈라진다. 참다랭이속에는 참다랭이· 날개다랭이· 눈다랭이 등이 있으며, 이들 가운데 참다랭이는 외양성(外洋性)이고, 여러 다랭이 가운데서 가장 몸집이 크다고 한다. 길이가 3m, 몸무게가 500kg 되는 놈들도 많다고 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아프리카 사막에서 현지인들이 낙타 등에다 다랭이를 ‘맞매어’ 싣고 가는 광경을 보았는데, 과연 컸다. 특히, 날개 다랭이를 두고, 위에서 이미 이야기했지만, ‘바다 닭고기’라고 한단다. 눈 다랭이는 눈이 큰 다랭이이고 초밥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황대랭이는 지느러미에 황색을 띠고 살은 복숭아빛을 띠며 횟감용 또는 초밥용으로 쓰인다고 한다. 가다랭이는 통조림용으로 주로 쓰인다고 한다. 선사시대 때부터 이 다랭이를 식용으로 썼단다. 패총에서 다랭이의 뼈 등이 출토되어 이를 뒷받침한단다. 전세계 어획고는 한 해 약 30만 톤 된 적 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어획고가 약 10만 톤에 달해 세게 최고를 자랑한 바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다랭이를 어느 바다에서 잡는다는 말일까? 요즘도 심심찮게 ‘ㅇㅇ참치’ 하면서 통조림 광고를 하는 걸 보게 되는데, 그 많은 다랭이를 참말로 어느 바다에서 잡는다는 말일까? 내 농장에까지 그 부산물이 퇴비로 배달될 정도였으니. 물론 근해는 아닐 것이고, 죄다 원양에서 잡아오는 것일 텐데… . 이러한 궁금증을 풀고자 인터넷에서 거듭거듭 검색하다가 다음과 같은 슬픈 이야기를 읽고 말았다.
지금부터는 다랭이와 얽혀진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간다. ‘네이버 지식in 초인 답변’을 토대로 내 생각을 얹어 적는다. 2003~ 2004년 외국 어선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서 불법으로 잡은 다랭이와 새우가 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소말리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긴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1990년대초 소말리아 어부들은, 있으나마나 한 ‘실패국가(failed state)’의 정부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바다를 스스로 지키고자 ‘자원 해안 경비대’를 결성했다. 그들은 자기네 나라 해역에서 불법어로행위를 하는 외국의 어선들을 단속하게 된다. 동시에, 몰래몰래 갖다다 버리는 위험 폐기물까지도 감시하게 된다. 그랬던 것이 차츰 변질되어 해적으로 되어 갔다. 열악한 어로장비를 지닌 그들은 고기를 잡는 것보다는 사람을 잡는 게 훨씬 수월하고 수익성이 높다는 걸 깨우치게 된다. 그들 국민의 1인 하루 평균수입은 고작 2,000원 수준밖에 아니 되는데, 해적 수입은 30배에 해당한단다. 해적들은 엘리트 계층에 해당한단다. 아덴만과 아라비아반도가 눈앞에 펼쳐져 있고, 한 해 2만여 척의 외국 선박이 지나쳐 가는 길목. 그들의 목숨을 떼 건 해적산업(?)은 날이 갈수록 성행한다. 그들한테도 분명 할 말이 있다. 누가 해적이고 누가 해적질을 하는 세력들이냐고, 당신들이 그렇게 잘 사니 좀 나누어 가지면 어디 덧나느냐고. 사실 힘있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그들을 해적으로 몰지만, 남의 나라 경제수역에서 그 많은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불법어로 행위 등을 더 이상 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것은 큰 도적이 작은 도적을 나무라는 꼴이니까. 그러한 점에서도 내가 진작부터 다랭이를 먹지 않았던 게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돈에 눈이 어두워졌다고 하여도 그렇지. 그러한 짓은 약탈행위나 다를 바 없다. 그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의 국민들한테 차라리 신사답게 일정량의 어획량을 나누어줌이 좋을 듯하다.
이제 두서 없는 글을 마무리해야겠다. 다시 말하거니와,다랭이는 참치의 다른 말이다. 본디 나는 그 고기를 먹지 않는다. 통조림으로 가공된 그 생선이 담백한 맛을 결코 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곧잘 소년들을 노예로 삼아 잡는다는 새우는 부득이 좋아한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돼지국밥의 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을 곧잘 떠 넣는다. 소녀들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만든다는 커피도 사실은 가슴 아파 더 이상 먹지 말아야겠지만, 내 큰 딸아이는 커피전문점을 경영하고 있으니… . 또, 내가 축국팬이기는 하지만, FIFA 공인 축구공은 저 아프리카 꼬맹이들의 노동을 착취하여 만든다고 들었다. 그러니 축구관람도 사실은 접어야겠지만… . 아무튼, 다랭이와 그 불쌍한 나라를 짝지워 생각하는 밤이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동양 어느 나라의 모습 데자뷰(déjà vu)인 듯하여 가슴 아린다. 모르고 산 참치비료였으니 그건 또 어쩔 재간 없지만, 내 살아생전 그 비료를 다시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창작후기)
우리가 고스톱판에서 곧잘 쓰는 말이 있다. ‘쌍피’는 비행기를 타고 가도가도 내려서 먹어야 한다고. 전쟁 종군 기자는 포탄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기사를 송고(送稿)한다. 그것이 바로 프로정신이다. 작가는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날 하관(下棺)하면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후일 그걸 글로 적는다. 그 작가가 바로 나이며, 그렇게 적은 글 ‘유품’은 어느 국어교과서에 실린 바 있다. 그것 또한 프로정신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장인영감 제사상 앞에서도 위와 같은 작품을 구상하였다. 본보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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