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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수필/신작 2023. 1. 7. 21:39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

     

        깨어나니, 저녁 여섯 시 무렵. 낮술에 절여 점퍼도 입은 채 ‘집시’처럼 농막에 그대로 잠들었던가 보다. 이 긴 밤 또 어떻게 견딜까? 시내 아파트로 승용차를 몰고 내려갈 수도 있겠으나, 아내의 일상에 불편을 끼칠 것도 같아서, 그리 마뜩하지가 않다. 사실 허기도 느끼는데... . 내 외로움 견딜 수 없어, 다시금 막걸리 한 사발. 이번에 안주는 ‘무’다. 술상에 놓인 ‘무’를 부엌칼로 썰어 안주삼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킨다. 허기가 금세 가신다.

        ‘참말로, 이 헛헛함 어떻게 달래며 긴 밤을 견디나?’

        이럴 때에는 역시 음악이 명약. 문득, 임희숙 가수가 떠오른다. 데스크 탑 컴퓨터를 켜서, 그녀가 불렀던 노래를 ‘거듭듣기’로 흘러놓는다.

         대체, 누가 이러한 절절한 작시(作詩)를 하였더란 말인가. 사실 내가 사랑했던 여인들 가운데에는 여류시인도 있고, 여류 수필가도 있지만, 그들은 죽어도 차마 이러한 노랫말을 적지는 못하리. 미안하지만, 거기에다가 노래까지는 입히지는 못하리.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임희숙 가수

     

        너를 보내는 들판에

       마른 바람이 슬프고

       내가 돌아선 하늘엔

       살빛 낮달이 슬퍼라

       오래토록 잊었던 눈물이 솟고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가거라 사람아 세월을 따라

       모두가 걸어가는 쓸쓸한 그길로

     

       이제 그 누가 있어

       이 외로움 견디며 살까

       이젠 그 누가 있어

       이 가슴 지키며 살까

       아~ 저 하늘의 구름이나 될까

       너 있는 그 먼 땅을 찾아 나설까

       사람아 사람아 내 하나의 사람아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

     

        금방 인터넷을 통해 살펴본즉, 시인 겸 작곡가인 ‘백창우’ 가 맘에 아니 든다고 휴지통에 버린 악보. 뒤늦게 작사자 ‘지명길’이 그 악보를 발견하여... 그런 과정 거쳐서 1984. 3, 25. 임희숙 가수가 부른 위 노래.

        지금 내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는 노래다. 구구절절 내 심정이다. 33년 수필작가 행세를 해오는 내가 두 손 들었다. 밤 내내 임희숙 가수의 위 노래를 연속듣기로 틀어두고 다시 잠을 ‘꾸역꾸역’청해보리. 특히, 마지막 소절인 ‘이 늦은 참회를 너는 아는지’를 음미하면서... .

        모두 다 나의 탓이다. 나는 내 사랑 ‘관리 소홀’에서 빚어진 일. 집착으로 말미암아 그를 질리게 해서 빚어진 일.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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