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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3) - 그 후렴구, 그 후렴구 -
    수필/음악 이야기 2023. 3. 24. 19:40

                      농부 수필가가 쓰는 음악 이야기(143)

                                - 그 후렴구, 그 후렴구 -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그 후렴구는 거의 짜증날(?) 지경으로 거듭된다.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타임(백리향)’.

        왜 그 하고많은 노랫말 다 두고, 그 반복적 후렴구가 있을까? 위 식물들은, 흔히들 ‘허브’라고 부르는 식물들. 미리 말하건대, 그것들은 스코틀랜드 마녀의 재료들이며, ‘제발 잊어주세요.’ 혹은 ‘망각의 식물’을 상징한단다.

        때는 정확히 1966년. ‘폴 사이먼(Paul Simon)과 가펑클(Art Garfunkel)’ 듀오가 영국 순회공연을 하고 있었다. 그때 영국 가수인 ‘마르틴 캐디(Martin Cathy)’가 16,17세기 영국 민요인, ‘엘핀 나이트(Elfin Knight)’, 즉 '오래된 발라드’를 부르게 된다. 당시 음유시인들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그들 듀오는 그 노랫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곧바로 노랫말을 나름대로 덧보태 편곡하게 된다. 대박이었다. 마침 베트남전쟁 중이었다. 그들은 노랫말에다, 죽어가는 병사의 소망 내지 한(恨)을 노랫말에 덧보태어서 노래 불렀다. 공전(空前)의 대히트. 그게 바로 ‘스카보로우의 시장(Scaborough Fair)’이다.

        내 사랑하는 애독자들께서야 애가 타든 말든, 엉뚱한 이야기부터 해야겠다.

        1897년 그룹 ‘로스 잉카스(Los Incas)’는 페루에 가서, 옛 잉카의 원주민들 사이에 구전되어 오던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를, 107세 노인한테서 채록(採錄)하고 편곡하여, 동일 이름의 음악을 발표하게 된다. 대박. 사실 에스파냐 정복자들한테 끝까지 저항한 ‘호세 가브리엘 콘도르 칸티’의 영혼을 기리는 노래다. 그 노랫말은 정말 가슴 미어진다. ‘콘도르야, 콘도르야, 나를 안데스 산맥에 데려다주렴.’이 들어간 노랫말.

         한편, 영국의 작곡가 ‘본 윌리엄스(1872~1958)는 <푸른 옷소매 환상곡>을 적었다. 그는 16~17세기, 푸른 옷소매를 한 영국의 어느 바람둥이 여인에 관해 구전되어오던 민요를 그렇게 윤색하였다. 사실 최근 음악 칼럼니스트로까지 데뷔한 윤 수필가는 이밖에도 유사사례를 너무도 많이 알지만, 다 생략키로 하고.

        다시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 타임(백리향)’. 후렴구가 거듭거듭 붙은 ‘스카보로우의 시장(Scaborough Fair)’ 이야기로 돌아온다.

        ‘스카보로우’는 영국의 어느 작은 해변 도시. 그곳은 16~17세기에는 교역이 성행했다고 한다. Fair(페어)는 시장, 전시장, 박람회 등으로 일컬어지는 말. 당시는 8월부터 약 45일간 들뜬 축제가 이뤄졌다는데... .

        실로, 그 노랫말은 가당치 않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소망이다.

        ‘위키백과’가 비교적 상세히 전하는 바, 남녀가 교대로 읊어댄다. 여기에서는 남성 파트만 적어보겠다. 그는 친구한테 장난스레 말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 스카보로우 시장에 가실 건가요/

        파슬리,세이지,로즈마리와 백리향/

        거기 사는 사람들 가운데에서 한 여인에게 내 안부 전해주세요/그녀는 예전에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고 전해주세요/ 질 좋은 삼베옷을 만들어달라고 그녀한테 전해주세요/파슬리,세이지, 로즈마리와 백리향/ 그 옷을 만드는 데는 솔기도 필요 없고 자수도 필요 없어요/ 그때가 되면 그녀는 내 진실한 사랑이 되는 거죠/그녀에게 한 에이커의 땅을 구해달라고 전해주세요/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와 백리향/ 염수와 해안가라도 괜찮아요/(중략) 그녀에게 가죽 낫으로 꽃을 베라고 하세요/ 파슬리,세이지,로즈마리와 백리향/ (중략) 그녀에게 소식 전해주세요/ 그녀는 에전에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이었다고(하략)//

         정말 어처구니없는 노랫말로 되어 있다. 숫제, 횡설수설이다. 이룰 수 없는,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을 토로한 듯. 후렴구인 ‘파슬리, 세이지, 로즈마리와 백리향’이 시사하는 바, 잃어버린 연인에 대한 아쉬움이나 망각을 이야기 하는 듯. 좀 더 쉽게 말해, ‘나는 ( 여러 망각의 허브들로 하여) 그대를 일찌감치 잊었습니다.’인 듯도 하고.

        사실 ‘위키백과’가 전하는 ‘both’, ‘man’, ‘she’ 세 파트로 교대로 부르는 노랫말은 정말 가관이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탄식한 게 분명타. 그러한 본디 노랫말에다, ‘폴 사이먼(Paul Simon)과 가펑클(Art Garfunkel)’ 듀오는 중간중간 전장(戰場)에서 죽어가는 병사의 탄식을(?) 교묘히 삽입해, 편곡한 곡. 그 노래는 우리한테 오래도록 여음으로 남는다. 그들 듀오의 명곡들 가운데에서 하나다. 작고한 ‘폴 모리아(1926~2006, 프랑스)’의 편곡 연주곡도 우리 가슴에 남아 있다. ‘사라 브아이트만(Sarah Brightman, 1960~ ,영국)’의 동일 노래도 맛깔스럽기만 하고.

        나도, 수필작가인 나도, 어쩌면 아직도 ‘스카보로우의 시장(Scaborough Fair)’과 같은, 환상을 즐기고 있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말)

      구질구질하지 않아요. 꼭 필요한 말(글)만 적어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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