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19)
    수필/신작 2025. 9. 25. 22:22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19)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미리 밝혀두건대, 이 연재물은 이미 내가 40여 년 동안 적어온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들 5,000여 편을, 특히 그 가운데에서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의 외손주, 혀짧이 목소리의 ‘으뜸이’와 노변담화(爐邊談話) <나무난로 앞에서> 시리즈물 150여 편을, 현대인들 기호에(?) 맞게, 요즘 유튜버들이 말하는 ‘짤(shorts←짧게)’로 재편집하는 데 만족해한다.

     

     

       21. 식물호르몬

     

        가) 옥신(Auxin)

     

       식물 생장조절물질을 총칭해서 ‘식물호르몬’이라고 하는데, 옥신·지베렐린·에틸렌·아브시스산 등이 있다. 나는 이들 식물 호르몬들 가운데서 옥신과 지베렐린을 집중적으로 탐구할 텐데... . 옥신은, 그리스어로서 ‘생장’  혹은 ‘성장’을 일컫는다. 그 어휘가 고유명사화하여 식물호르몬들 가운데서 한 종류를 일컫게 되었다.

       이 옥신의 발견은 수세기 연구 결과 이뤄졌다. 그 유명한 ‘찰스 다윈(1809~1882, 영국)’은 식물이 자라나는 습성에도 흥미를 가졌던 모양. 관찰력 많은 그는, ‘어, 누워 있던 나무나 풀이 어떤 힘으로 반듯하게 일어서지?’라는 궁금증을 가졌던 듯. 이를 후세사람들은‘굴광성(屈光性)’이라고 이름하였다. 그리고 그는 또 하나의 궁금증을 가졌던 듯.

       ‘잎과 줄기는 태양광선을 더 받고자 반듯 선다지만, 그것들 뿌리는 왜 자꾸만 땅속 깊은 곳으로 숨어드는 거지?’

       사실 그의 연구와 실험은 보이센 옌센·팔 ·벤튼 등으로 대를 이어가게 된다.

       결국, 식물 줄기와 잎의 ‘굴광성’과 뿌리의 ‘굴지성(屈地性)’에 간여하는 물질의 정체를 수 세기 연구 끝에 비로소 알아내었으니, 그게 바로 옥신이라는 식물 호르몬. 그 호르몬이 부리는 요술(?) 이여!

        밝혀진 바, 옥신은 줄기에서는 세포신장과 굴광성을 촉진하고, 뿌리에서는 반대작용을 하여 굴지성을 촉진하는 물질. 거기다가 ‘끝눈 우성(優性)’을 만들어낸다고도 알려져 있다.

        지금부터 옥신의 작용을 두서없이 좔좔. 세포분열과 분화· 열매발달· 뿌리재생·곁가지 형성 억제(위에서 말한 ‘끝눈 우성’과 맞물린 사항)·낙엽 형성 촉진·낙과 방지·착과 조절 등을 맡고 있다.

        본디, 이 옥신은 귀리의 떡잎 연구에서부터 출발되었다고 한다. 외떡잎식물인 귀리의 떡잎은 ‘자엽초(子葉鞘)’라는 껍질로 덮여있는데, 그 자엽초에서 그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귀리의 자엽초에 있는 물질 같은 거’라고 뭉뚱그려 ‘옥신’이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옥신은 ‘방향성’을 지녀, 1시간에 1cm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다. 옥신이 굴광성, 굴지성을 드높인다고 이미 위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농부인 내가 응용해야할 점이다. 옥신이 식물의 발근(發根)을 촉진하는 호르몬이고, 그 이동속도가 시간당 1cm이라니, 30cm 길이로 자른 이런저런 화훼를 꺾꽂이하기에 앞서 30분 이상은 그 하단부 잘린 부위를 옥신류가 함유된 발근촉진제 용액에다 담가두어야겠다는... . 그러면 잘린 부위 그 상처를 아물게 하고자, ‘삐오!삐오!삐오!’옥신이 옮겨갈 게 아닌가. 사실 식물의 그 놀라운 생명활동은, 상처를 아물게 한다는 것이, 옥신 등 식물호르몬이 집중되게 함으로써 물사마귀 형태의 ‘칼루스(Kallus)’를 형성하여 그 자리에서 뿌리내리게 하는 메커니즘임을 새삼 복습하게 되었다.

     

        나. 지베렐린(Gibberellin)

     

       내가 자주 드나드는 경산 시장 안 농약방. 늦봄, 포도농사를 하는 농부들은 서로 인사를 이렇게 나눈다.

       “밀양 영감, 당신네는 거봉포도에 ‘더 크리’ 다 했는감?”

       이 무슨 말? 어느 농사 회사가 식물 호르몬 가운데에서도 아주 중요한 호르몬인 ‘지베렐린’처방을 했느냐, 아니 했느냐는 말을 그렇게 한 것이다. 어느 농약회사는 자기네가 출시한 ‘지베렐린 호르몬제’에다 그렇게 ‘더 크리’라는 제품명을 붙여두었기에. 그 농약회사의 그 착상이 참으로 기발하다. ‘더 크리이다’ 혹은 ‘더 크겠나이다’란 뜻을 담고 있는 약제명이니까. 사실 내가 10여 년 전 한 해 동안 남의 집 ‘거봉포도밭’을 빌려 농사를 해보아서 아는 일이지만, 대과종(大果種)인 ‘거봉’과 ‘샤인머스켓’은 지베렐린이 없으면 농사가 아예 아니 된다. 그것 두 종류의 포도는 처음에는 꽃맺힘이 좋으나, 꽃떨어짐이 심한 등 치명적 약점을 지니고 있다. 마치, 대봉감이 그러하듯. 해서, 알이 아주 자잘할 적에 종이컵처럼 생겨먹은 플라스틱통에다 지베렐린 수용액을 담아, 그것들 포도송이를 잠시씩 살짝살짝 담그게 된다. 그러면 농약방에서 만났던 그 영감네들 말마따나 ‘더 크리’가 되어, 알이 황소 눈알처럼 굵어지는 한편, 포도씨가 생겨나지 않는다.

       이 대목에 이르러, 내 신실한 애독자들 의아심 해결.

       “윤 작가님, 그렇게 인위적으로 지베렐린인가 뭔가 하는 식물 호르몬으로 포도알을 굵게 한다면, 그걸 먹는 우리 아이들이 성적(性的)으로 조숙할 게 아녜요?”

       이에, 윤작가가 단호히 말한다.

       “이 무식한... . 식물호르몬과 당신네 자제들의 성호르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마치 탄저병 걸린 고추를 먹더라도 탄저병에 아니 걸리듯. 식물 탄저병과 동물탄저병은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이쯤 해두고, 식물 호르몬 지베렐린 발견은 우리네 인류한테는 획기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할 차례. 지베렐린은, 저 오스트레일리아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 고안해낸 ‘경운기’와 미국에서(?) 고안한 ‘비닐 멀치(mulch)’와 더불어, 1960년대 ‘녹색혁명’의 핵심 동인(動因)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으로 10억 명 넘는 생명을 구해낸 것이 지베렐린.

      지베렐린, 위 ‘가)호 옥신’보다는 늦게 발견되었지만, 우리네 농사에서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아니, 인류한테는 영구히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두 일본인이 인류 최초로 이를 발견하고, 그 메커니즘을 철저히 규명해낸 식물호르몬이다. 사실 평소 나는 왜놈들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

       때는 1926년. 일본 과학자 ‘쿠로사와 에이치’는 들에 나섰다가 ‘키다리병’을 앓고 있는 벼를 본 모양. 다른 벼들은 ‘선 키’가 가지런한데, 군데군데 쭈삣쭈삣 키다리로 서 있는 벼. 결코, 정상이 아님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는 ‘벼 키다리병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겉으로는 멀쩡하게 줄기와 잎이 길게 여타 벼들보다 빼어나 보이건만, 결국은 쓰러지는 것에 관한 초보적인 내용이었던 듯. 그로부터 9년이 흐른 1935년, 동경제국대학 ‘야부타 데이지로’ 박사가 그 원인을 드디어 규명해낸다.

       ‘원인은 ‘기벨렐라 후지쿠로이’라는 곰팡이이야! 호르몬을 만들어내어 잎과 줄기만 무성하게 만들어 내. 그 곰팡이의 생존전략 곧, 후사(後嗣)와 맞물려져 있는 듯 해. 이웃하는 벼 포기보다 키가 훤칠하면, 둘레의 장애물이 없는 상태에서 포자를 보다 멀리 보다 넓게 날릴 수 있을 테니까.’

       ‘야부타 데이지로 박사’는, 9년 전 ‘쿠로사와 에이치’가 발표한 ‘벼 키다리병에 관한 연구’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규명해내었다.

    ‘‘기벨렐라 후지쿠로이’곰팡이의 생산물질이 벼 키다리병을 유발한다. 해서, 나는 그 물질의이름을 오늘부터 ‘지베렐린’으로 짓는다.’

    ‘벼 키다리병’은 우리네 인류를 밝혀주었다. 아니, 거기 기생하는 ‘기벨렐라 후지쿠로이 곰팡이’가 우리네 인류를 밝혀주었다. 아니아니, 그 메커니즘을 밝혀낸 인본의 두 학자는 우리네 인류를 밝혀주었다.

       지베렐린, 식물에 따라 그 효능이 제각각임을 알게 되었다. 그야말로 농사에 관한 한 ‘만능의 식물 호르몬’임을. 작물에 따라 지베렐린은 달리 작용하기에 아예 일람표를 만들어, ‘이러이러한 작물에는 이러이러한 때에 이러이러한 작용을 한다’고 적어두어야 할 만치. 내 사랑하는 애독자님들께서도, 지베렐린 약제를 집집이 사두고서, 필요에 따라, 작물에 따라 살포해보시길. 그때마다 일본의 두 학자와 ‘벼 키다리병 곰팡이’의 공로를 잊지마시길.

       ‘내가 이 무슨 복잡한 이야기?’

       씨 없는 거봉포도알이나 청포도 샤인머스켓을 드신다면, 모두 다 지베렐린의 덕분임을 아시길. 거슬러, ‘벼 카다리병 곰팡이’가 우리 몽매한 인간들한테 일깨워준 지혜의 산물임을.

       특히. 위에서 적었던 이 부분 잊지마시길.

     

        <그 곰팡이의 생존전략 곧, 후사(後嗣)와 맞물려져 있는 듯 해. 이웃하는 벼 포기보다 키가 훤칠하면, 둘레의 장애물이 없는 상태에서 포자를 보다 멀리 보다 넓게 날릴 수 있을 테니까.>

     

       글이 길어질세라, 그 점에 관해서는 여기까지만 하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네 인류가 현재까지 발견해낸 식물호르몬들 가운데에서 가장 존귀한 이가 지베렐린 아닐까 하고서.

     

       다음 호 계속)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