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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0)
    수필/신작 2025. 9. 26. 07:43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0)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미리 밝혀두건대, 이 연재물은 이미 내가 40여 년 동안 적어온 여러 장르의 수필작품들 5,000여 편을, 특히 그 가운데에서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의 외손주, 혀짧이 목소리의‘으뜸이’와 노변담화(爐邊談話) <나무난로 앞에서> 시리즈물 150여 편을, 현대인들 기호에(?) 맞게, 요즘 유튜버들이 말하는‘짤(shorts←짧게)’로 재편집하는 데 만족해한다.

     

     

        22. 명품 커피 한 잔 마시며 쉬어가기

     

       * 숨가쁘게 <농학개론(農學槪論)> 강의를(?) 이어왔으니, 커피 한 잔 마실 여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내가 알기에, 핵과(核果)인 산수유열매의 살은 이빨로 물어뜯어 말려야 훌륭한 약제가 된다고 한다. 해서, 산수유를 재배하는 경북 의성의 어느 마을 부인들 가운데에는 이빨 성한 분이 없다고 들은 적 있다. 산수유 종자는 ‘휴면기(休眠期)’가 길어, 파종하여도 2년 후에 발아하는 점도 알고 지낸다.

       이번 호에는 어느 작물의 열매가 일단은 어떤 동물의 먹이가 되고, 여러 소화기관을 거치는 동안 소화액과 작용하여, 그 씨앗이 바수어지지 않은 상태로 배설됨으로써 얻어지는 낟알의 재활용에(?) 관한 이야기를 적을 텐데... . 이미 내가 이 연재물 제17화에 ‘똥수박’탄생의 비화(祕話)에 관해서도 적은 바 있다. 바로 이 단락.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이시여! 그런데 새들과 과수들 사이에 또 놀랍고 은밀한 약속이 숨겨 있다는 걸 아시는지? ‘똥수박’과 ‘똥참외’가 아주 좋은 예이다. 가령, 우리네가 여름날 수박을 먹고 텃밭이든 강가이든 급해서 용변을 보게 되면, 그 자리에서 놀랍게도 수박의 새싹이 이내 돋는다. 그렇게 자라난 수박을 ‘똥수박’이라고 하는데... .

    우리네 위장을 비롯한 여러 소화기관이 그 작고 매끈하며 까만 수박씨만은 차마 바수지 못한 채 원형대로 배설하였다는 반증 아닌가. 우리네 동물들 소화기관의 배려심도 가상한 줄을 당신네들 식물 그룹에서도 이참에 알아주시길. 그리고 그때 우리네 위장 등 소화기관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당해년도 늦여름이 아닌 이듬해 여름에 싹을 틔웠을 수박씨. 위장액이 그 수박씨 껍질에 발린 파라핀 곧, 발아억제물질을 본의 아니게 녹임으로써 그러한 ‘발아촉진’이 이뤄졌음을.>

     

       이 글의 주인공은 커피콩이다. 우리네가 흔히 갈아 마시는 커피와는 아주 다른 명품커피가 세계 도처에 있으니... . 여러 동물의 배설물에서 골라낸 커피 알갱이로 만든, 이른바 ‘똥커피’.

     

       가) 코피 루왁(사양고양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로 유명하다. 긴꼬리고양이의 배설물에서 꺼낸 원두를 볶아내린 커피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커피로, 로부스트나 아라비아 커피 열매를 먹은 사향고향이의 배설물에서 커피 씨앗을 채취하여 가공한다. 캐러멜, 초콜릿, 풀냄새의 특성이 있고, 쓴맛이 덜하고 신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나) 블랙 아이보리 (코끼리)​

     

        ‘블랙 아이보리’는 태국산 원조 코끼리 똥 커피다. 태국 라오스에서는 커피체리를 사과· 바나나·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과 섞어서 코끼리에게 먹이고, 그로부터 3일 정도 지나 코끼리한테서 대변과 섞여 나오는 커피 열매 일부가 바로 블랙 아이보리가 된다. 쓴맛이 거의 없고 부드럽고 달콤하기로 유명하다.

     

       다) 위즐 커피 (사향족제비)​

     

        ‘위즐 커피’는 사향족제비를 이용하여 만드는 커피 원두다. 사향족제비는 베트남에 서식하는 족제비과의 동물로, 코피 루왁을 만드는 사향고양이처럼 잘 익은 커피 열매를 먹고 원두의 쓴맛과 떫은맛이 제거된 씨앗을 배출하는 것. 이 씨앗은 원주민들이 채집해 세척한 후 햇볕에 말려 판매된다.

     

        라) 알라미드 커피 (에티오피아)​

     

       ‘알라미드 커피’는 코피 루왁과 마찬가지로 사향고양이의 배설물로 만든 것으로, 필리핀에서 생산된다. 필리핀에서 소량 생산하므로 극소수에게만 판매되며, 그 희귀성 때문에 한 잔이 몇 만 원을 호가한다. 사실 필리핀의 알라미드 커피가 원조이고, 인도네시아가 이 방식을 전파받아 생산한 것이 위 1)의 코피 루왁이다.

     

        마) 콘삭 커피 (다람쥐)​

     

       ‘콘삭 커피’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커피로, 연간 6t 정도밖에 생산되지 않는 귀한 커피다. 일명 ‘다람쥐 똥’으로 부르는 이 콘삭 커피는, 다람쥐가 아라비카 커피체리를 먹고 배변을 해서 나온, 채 소화되지 못한 커피콩으로 만드는 커피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여행 오면 반드시 꼭 먹어봐야 할 먹을거리로 꼽을 만큼 유명하다.

     

        바) 원숭이 똥 커피​

     

       예멘에서는 ‘원숭이 똥 커피’가 유명하다. 인간이 직접 수확한 것보다 훨씬 맛이 좋고 비싸게 팔리기로 유명하다. 원숭이가 농장의 커피 열매를 따 먹고 배설하면, 그 대변에 그대로 나온 커피콩으로 만든다. 물론, 물에 담갔다가 꺼내 말렸다가를 거듭함으로써 냄새를 없앴다.

     

       양심적으로 밝히겠는데, 위 6개는 아래 <똥으로 만든 희귀한 ‘명품 커피’> 제하의 글을 거의 토씨 하나 고치지 않고 따다붙였다.

    https://v.daum.net/v/cMDrV6BIcg

     

       사실 나는 평소 인스턴트‘믹스커피’를 즐길 따름이다. 그러나 위 명품 커피의 제작 과정을 익히자니, 농부이기도 한 나는 남다른 감회에 젖을밖에. 농부들은 짐승들과 전쟁을 치른다. 잘 익은 과일을 산새들이, 멧돼지들이, 고라니들이 다 훔쳐 따먹고 가기에, 철망을 치거나 그물을 치거나 공포탄을 간헐적으로 쏘거나 경광등을 켜거나 ... 온갖 방법을 다 쓰고 있다. 숫제, 굿판을 벌인다.

       커피농사를 하는 세계 도처의 농부들인들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숫제, 울상이 되었겠지. 그러자 채 소화되지 않고 그것들 짐승들 대변에 섞여 나온 또록또록한 커피콩이 아까워 이리저리 궁리를 했겠지! 씻어 말려 냄새를 제거한 후 소비자들한테 멀쩡한 것인양 팔기도 했을 법. 그렇게 시작된 일이 위에서 소개한 명품 커피로 재탄생했을 듯도 하고.

       동물의 소화기관은 이런저런 소화액으로 그 커피콩을 녹여 흡수코자 갖은 노력을 해보나, 끝내 바수지도 녹이지도 못한 커피콩. 그 과정을 거치면서 대변에 섞여나온 커피콩은 동물의 소화액과 반응하여 발효되는 등 아주 특별한 향미(香味)를 더했을 듯.

       그러니 막무가내‘위해조수(危害鳥獸)’라고 낙인을 찍을 일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것들 짐승들과 새들이 있어, 조화롭고 안정적인 생태계가 유지되는 측면도 있으니... .

     

    다음 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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