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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2)수필/신작 2025. 10. 1. 23:38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農學槪論)>(22)
윤근택(수필가/수필평론가/문장치료사/음악 칼럼니스트)
미리 밝혀두건대, 이 연재물은 이미 내가 40여 년 동안 적어온 여러 갈래의(?) 수필작품들 5,000여 편을, 특히 그 가운데에서 아직도 오지 않은 미래의 외손주, 혀짧이 목소리의 ‘으뜸이’와 노변담화(爐邊談話) <나무난로 앞에서> 시리즈물 150여 편을, 현대인들 기호에(?) 맞게, 요즘 유튜버들이 말하는‘짤(shorts←짧게)’로 재편집하는 데 만족해한다.
여담. 나는 대한민국 수필계에서는 드물게, 나이 서른둘에 당시 지령(紙齡) 2년차 1989년 <월간 에세이>라는 수필전문잡지를 통해 데뷔하였다. 내가 알기로, 나이로 따져서는, 나보다 한 해 먼저 나이 서른하나에 두 문학잡지로 데뷔한 이는 저기 경남의 ‘ 정목일(생존 여부도 모르겠다.)’ 선생말고는... .
제법 허두(虛頭)가 길지만, 이 이야기만은 꼭히 후진 수필작가들한테 본보기로 전해야겠다. 어느새 나이 칠십을 목전에 둔 나. 그 동안 보고, 듣고, 몸소 체험하고... 부대끼고 한 온갖 내 모든 걸을 녹여서, 이 ‘농학개론(農學槪論)’이란 연재물로 적고 있음을.
24. 동물인 우리네 인간이 식물로부터 얻은 귀중한 선물들
제 21화 ‘24’에서는 ‘가) 후시딘(Fucidin), 나) 마데카솔(Madecassol), 다)아스피린(Aspirin)’를 다루었다. 제 21화에 이어, 이번에도 약제가 된 식물에 관해 적겠다.
라) 자소엽(紫蘇葉)
‘차즈기’라도 부른다. 들깨와 마찬가지로, 꿀풀과(-科)에 속하는 식용식물 겸 약용식물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 잎의 생김새와 열매가 들깨와 비슷하다. 다만, 그 잎의 색깔이 푸른 들깨잎과 달리, 그 이름 ‘(紫)-’가 가리키듯, 자색을 띨 따름.
이 자소엽은 생선을 먹고 급체(急滯)했을 적에 특효약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일까, 생선회를 유별나게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도시락반찬 등에 필수라고 들은 바 있다. 어쨌든, 자소엽과 생선은 상극인 셈. 마치, 돼지와 새우젓이 상극이고 소와 청개구리가 상극이듯.
그런데 일찍이 우리 인간들이 이 자소엽이 생선을 먹고 급체했을 적에 최고라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모두 물개 또는 수달 덕분이다. 어느 나라에서 있었던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민담(民譚)에 의하면, 주민들은 물개인지 수달인지는 모르지만, 뭍으로 뒤뚱대며 바삐 걸어나오는 걸 목격하게 된다. 그 광경 괴이했다. 그 짐승은 풀숲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식물의 잎을 게걸스레 뜯어먹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본즉, 그게 자소엽이란 식물이었다. 잠시 후 그 짐승은 ‘웩웩’ 토해내었다. 그게 날것 물고기 통째였다. 그길로, 인간들은 “옳거니!생선을 먹고 체했을 적에는 자소엽이 최고야!”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내 신실한 애독자님들께서도 앞으로 생선회를 드실 때에는 늘 자소엽을 밥상에 두시길.
이 이야기에 더해, 슬하에 열 남매를 두었던 지난 날 내 어머니가 실천했던 의학지혜를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당신은 아홉째인 나를 포함해서 열 남매를 낳아, 하나도 실패 없이 성인이 될 때까지 다 길러낸 분이다.
당신은 종종 말하곤 하였다.
“이 에미는 너희를 키우느라 반은 무당노릇, 반은 의사노릇 한 게야!”
내가 겪은 어머니의 그 많은 민간요법들 가운데에서 위 자소엽과 관련해서, 토사곽란(吐瀉癨亂)에 효험이 있는 약제가 하나 있었음을. 바로 나무딸기뿌리. 그 뿌리를 캐 와서 물에다 헹군 후 ‘꾹꾹’ 씹기만 했을 뿐인데, 거짓말처럼 금세 다 토해내고, 이내 속이 편해졌던 기억. 내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도 야외에 놀러가셨다가 낭패당하면 나무딸기뿌리를 비상약으로 써보시길.
마) 인사돌
미리 말하겠는데, 치은염 내지 치주염의 보조제로 알려진 ‘인사돌’의 주성분은 옥수수 추출물이다. 나는 옥수수 가운데에서도 어느 부위에 그 성분이 가장 많이 들어있는지까지는 잘 모른다. 대신, 옥수수수염은 방광염에 좋다는 것만은 어릴 적부터 익히 알고 지내고 있다. 하더라도, 수필작가인 나는, 프랑스의 ‘라로슈다바론(현 독일의 바이엘 제약회사가 인수한 회사임.)’이 옥수수에서 잇몸 치료제인 인사돌을 어떻게 개발해내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어떤 상상이, 어떤 영감(靈感)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꿰맞출 수 없는... . 나야말로 뒤늦게나마 이렇게 저렇게 꿰맞춰보곤 본다. 옥수수, 그 빼곡 박힌 알들은 우리네 이빨과 같고, 그 알들이 자리했던 속대궁으로 일컬어지는 부위는 우리네 잇몸 모양과 같으니까. 이 또한 작가의 영감이겠지만. 어린 날 우리는 그 옥수수 속대궁에 싸리꼬챙이를 꿰어, 근지러운 등을 긁는 ‘효자손’으로 곧잘 썼다.
이 인사돌에 관한 내 이야기 완성도를 한결 드높이고자, ‘라로슈다바론’회사의 연구진의 노력 못지않게, 나도 옥수수를 집중탐구한 적이 있음을 마저 이야기해야겠다. 옥수수에 관한 수필작품도 제법 되니까. 수고롭지만, 인터넷 검색창에다 연관검색어로,‘(윤근택의)엘 카스티요 북쪽 계단에서’, ‘(윤근택의)그대 오시라고’, ‘(윤근택의)옥수수를 노래함’ 등을 쳐보시길.
특히, ‘엘 카스티요 북쪽 계단에서’에서는 참말로 많은 이야기 담고 있다. 가본 적 없는 그곳 ‘엘 카스티요 북쪽 계단’에서 적은 글. 나는 그 글에서 옥수수의 고향이 마야제국이라고 적고 있다. 그 옥수수 관련 작품에서는, 옥수수의 조상이 ‘테오신트(Teosinte)’이고, 알이 몇 개씩만 박혀 있었다고도 적고 있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이빨이 군데군데 빠진 우리네 잇몸 같은 꼴이었던 셈. 그러다가 육종(育種)에 육종을 거듭하여 송이에 500여 개 낟알이 박힌 옥수수에 이르렀다는 것도 적고 있다. 그 500여 개 알마저도 그들 마야인들이 신봉했던 금성력 등 천문학 숫자와 맞물려져 있다고 상상했다. 그들 마야인들(현 멕시코인)은 주식이었던 옥수수가 ‘나이아신(비타민B3)’의 결핍으로, ‘펠라그라’라는 병에 걸려 멸망했을 거라고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고 적고 있다. 그뿐도 아니다. 옥수수는 자가수정(自家受精)을 꺼려하고, 타가수정(他家受精)을 즐겨하는 작물이라서, 마야를 정복한 에스파냐인들이 그 신비스런(?) 씨앗을 빼앗아가서 이리저리 퍼뜨림으로써 전세계 3대 곡물들 가운데에서 하나로 우리네 인류한테 대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도 적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자면, 에스파냐 정복자들이 그 씨앗을 빼앗아가지 않았더라면, 인류가 이토록 번영을 누릴 수 있었겠느냐는 생각. 마치, 잉카제국을 정복한 에스파냐 도적놈 ‘피사로’ 일당이 자기네 화분에 심으려고 빼앗아간 감자가 전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듯. 옥수수야말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융합을 이루어낸, 황금보다도 더 귀중하고 반짝이는 ‘보옥(寶玉)의 작물’이라고 마무리를 지은 그 작품. 더 알고 싶으면, 인터넷검색창에다‘(윤근택의)엘 카스티요의 북쪽 계단에서’를, 키보드 두들겨 패서라도 찾아서 읽어보시길.
다시, 인사돌 이야기. 동물의 이빨과 잇몸 구조와 흡사한 모양을 갖춘 옥수수. 그 작물에서 프랑스의 ‘라로슈다바론’사(社)가 개발한 인사돌이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덧붙여, 고전적인 인사돌에다 후박나무 추출물를 더해,‘ 인사돌 후박 플러스’까지 출시되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
사) 후끈후끈파스
분명 내 기억에 ‘후끈후끈파스’라는 게 약국에 버젓이 있었다. 내가 그 파스를 사다가 무릎과 어깨에 바른 기억이 있다. 그 겉봉을 훑어본즉, 주성분이 한국산 고춧가루 몇 퍼센트라고까지 적혀 있었다. 상품명이 영 아니다 싶어, 그 동안 그 상품명을 다른 이름으로 바꾸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건, 파스를 바르면 그 부위가 후끈후끈해진다. 그 성분이 고추임을 알게 되었다. 사실 고추의 그 ‘매움’은 ‘맛’이 아니고 ‘통증’이라고 하였다. 흔히 하는 말로, 우리한테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게 파스인데... . 우리네 통증 있는 부위에, 또 다른 작은 통증을(?) 유발하는 파스를 발라, ‘맞불작전’으로 통증을 완화시키는 그 기작(機作); 메커니즘)과 그 발상도 놀랍기만 하고. 거기다가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유분수이지, 파스의 주성분 가운데에서 고추성분은 통증을 주고, 멘톨(박하뇌)은 화하게(시원하게)한다니... . 이 이율배반과 이 신비스런 조화와 이 이열치열이여!
사실 ‘고추 매움’은 ‘캡사이드’라는 독특한 물질이고, 익은 고추 곧, 홍고추의 그 붉은 빛은 ‘카로틴’이란 색소. ‘크산토필’이란 색소를 띤 식물도 따로 있음을.
아) 쇠비름 고약
내 어릴 적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소꼴베러 형제와 함께 나선 적도 퍽이나 많았다. 숫제,그것은 우리의 일상이었다. 우리한테는 모기 등 벌레에 물렸을 적에 바를 수 있는 마땅한 고약 등도 없었다. 하지만, 대물림으로 익힌 고약이 있었으니, 그것들 가운데에서 하나가 쇠비름풀이었다. 벌레에 물려 근지럽다고 생각되면, 쇠비름풀을 뜯어 으깬 후 상처 부위에 즙액을 바르면 만판이었다. 이는, 후일 내가 다 성장한 후에 경험하곤 했던, 알로에 즙액이 ‘상처 아물기’ 에는 거저그만이듯.
여기서 덤 하나. 신혼 초 고향마을 냇가에서, 흰 고무신을 신고서, 그것도 밤에, 반두로 물고기를 잡다가 발바닥을 칼돌에 ‘썩뚝’ 베여 피를 철철 흘리며 귀가한 적이 있었다. 신혼의 아내는 무척 난감해 했다. 시골인지라, 야간 진료병원도 없었고... . 그런데 이웃에 사는 과수댁(寡守宅) 할머니가 초롱불을 들고 우리 집에 왔다.
그분은 들고 온 벌꿀 유리병 뚜껑을 열며 말하였다.
“양반, 이 일을 어쩌면 좋니껴? 벌꿀찌꺼기인데요, 이걸 바르면 이내 아물 것이더(겁니다).”
정말 용했다. 봉합수술을 아니했음에도 발바닥은 이내 멀쩡하게 되었다. 하오니, 내 신실한 애독자 여러분께서도 찌꺼기라고 함부로 버리지 말고, 이참에 벌꿀병 하나 정도는 상비(常備)해두시길.
차시예고)
플러그묘·유묘 키우기·피트모스 등에 관한 이야기 적을 겁니다.
작가의 말)
당분간 내가 쓰는 글들이 ‘실용’이기를 바란다.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들 사정을 감안한 데다가, 내 40년지기 ‘뮤즈’의 잔소리도(?) 있고 해서, 토막토막 이야기를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그리고 ‘윤근택의 수필 심화반 내지 고급반’에 참여하겠다는 분들 계신다면요, 제 블로그에 답글로 남겨두세요. 무료인 걸요.
* 이 글은 본인의 티스토리 ‘이슬아지’에서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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