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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리적 낙과
    수필/신작 2014. 7. 12. 23:56

     

                      생리적 낙과(落果)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7월이 되자, 밤에 농막에서 잠자다가 깜짝깜짝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누가 농막의 샌드위치패널지붕에다 돌팔매질을 하는 것 같이 꽈당꽈당 소리가 난다. 헛간의 양철지붕에도 그렇듯 돌팔매질을 하는 것 같다. 그 소리는 다름아닌 땡감 떨어지는 소리다. 드디어 1차 낙과가 시작된 것 같다. 지금이야 아주 자연스런 일로 여기지만,감나무를 오줄 없는 나무로 여긴 적이 있다. 어른들이 곧잘 탄식조로 말씀하시던  땡감도 빠지고 익은 감(영감)도 빠지고 .이기 때문이었다. 어른들은 우리네 인간이 세상에 올 때는 순서가 있었으나, 갈 때는 차례가 없음을 감에 비유하여 그렇게 탄식하였다. 사실 감은 낙과가 심한 과일나무다. 언뜻 보기엔 그야말로 순서 없이 빠지는 듯 하였다. 오죽했으면, 20여 년 전 내가 썼으나 원고를 잃어버린 수필, 농가에서에서 감을 두고 다음과 같이 안타까이 적었겠는가.

       []은 감(going)을 자꾸만 떠올리게 하는 과일이다. 땡감도 가고, 익은 감도 가고 내 사랑도 가고, 내 어머니도 가고, 내 아버지도 가고 .

       내 농장에는 감나무도 많다. 내가 공짜로 부치는 남의 감나무밭 300여평까지 보태면, 해마다 수확량도 많다. 주로 청도반시(淸道盤柹)로 일컬어지는 씨 없는 쟁반감[盤柹]이다. 내 농장이 있는 경산시 남천면 송백리는, 남성현이란 재 하나 사이에 청도를 두고 있어, 그곳 청도와 마찬가지로 감에 씨가 생겨나지 않는 것 같다. 학술적으로 말하자면, 수꽃 없이 암꽃으로만 단위생식(?)하여 씨가 생겨나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나도 감농사를 제법 하다 보니까, 자연스레 이런 저런 지식을 쌓게 되었다. 생리적 낙과도 그 지식 가운데 하나다.

        생리적 낙과는 기계적 낙과에 대응되는 용어다. 강풍 따위로 인하여 과일이 떨어지는 걸 두고 기계적 낙과라고 하는데, 생리적 낙과는 나무가  자기 조절 작용으로 말미암아 과일을 떨어뜨리는 걸 이른다. 이처럼 알아갈수록 신비스러운 게 식물의 생명활동이다. 자기의 능력에 부치면, 자녀에 해당하는 과일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버리게 된다니! 비유가 적정한지는 모르겠으나, 젖꼭지가 두 개 밖에 되지 않는 우리네 엄마가 세쌍둥이 네쌍둥이를 한꺼번에 낳게 되면 모유만 먹여 키우기에는 벅차다. 감나무도 그러한 경우에 게 중에 부실한 녀석부터 미련 없이 버리게 된다. 그게 바로 생리적 낙과이다. 비정한 모성은 결코 아니다. 새가지[新梢]와 새잎을 내어 놓고 부지런히 광합성 하여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감나무. 감나무는 궁여지책으로 자녀 일부를 버릴 수밖에 없다. 우선, 자신부터 온전히 살아남아야 나머지 자녀들이라도 돌볼 게 아닌가. 본능적으로 그러한 일을 행한다는 게 여간 놀랍지 않다.

        사실 감의 생리적 낙과는 위 단락에서 소개한 것처럼 간단한 것도 아니다.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하는 고품질 청도반시재배기술에는 저 아래에 소개하는 대로 적혀 있다. 감 농사를 하지 않는 독자님들께까지 상세히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도 잠시 생각해 보았지만 .  침대는 과학이다라는 광고가 있던데, 나는 농업이야말로 과학이며 기술임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지난 날 무턱대고 감나무를 오줄 없는 나무라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한다. 여느 과일나무는 알솎기 등 손이 많이 가는 편인데, 감 농사는 별도로 알솎기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적정 양의 알만 단다는 거. 그런 점에서도 감나무는 참으로 기특한 과일나무다.

         욕심 같아서는 밤낮 가리지 않고 저렇게 떨어지는 땡감 즉, 1차 생리적 낙과조차도 막고 싶지만, 감 농사 올 한해만 할 것도 아니니 저들 감나무들이 하겠다는 대로 두어야겠다. 일개 농부에 지나지 않은 내가 저들 감나무의 속뜻을 어찌 빤히 들여다 볼 수 있겠냐고! 따지고 보면, 땡감도 빠지고 영감도 빠지고 . 하면서 우리네 인생 덧없음을 한탄할 아무런 이유도 없을 것 같다. 때로는 사별(死別)이 퍽이나 슬프기도 하지만, 그 또한 하느님의 설계에 따른 생리적 낙과인 것을.  

     

    따로붙임 : 청도군 농업기술센터이 전하는 고품질 청도반시재배기술

     

        리적 낙과의 원인은 과다 과를 방지하고 수세유지를 위한 일종의 수세조절 현상이다.

    2. 낙과의 파상

        . 1파상

    - 만개 후 2~3(6월 상순~중순)

    - 주로 주정되지 않은 과실에 낙과된다.

    - 청도반시에서는 이 시기에 낙과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 2파상

    - 만개 후 5~6(6월 하순~7월 상순)

    - 떫은 감에서 많으며 특히 청도반시는 이 시기에 낙과가 많다

    이 시기는 새가지와 어린 과실의 양분경합이 일어나고 낙과된 과실은 과실비대가 활발히 발생한다.

        . 3파상

    - 만개 후 10(8월 하순~9월 상순)

    - 과다 착과, 수세가 약한 품종, 영양생장이 지나친 나무에서 심하다.

        . 수확 전 낙과

    - 수확 전에 고온이 지속되거나 야간 온도가 높을수록 많이 발생한다.

    - 토양이 건조하거나 질소함량이 지나친 나무, 수세가 아주 약한 나무 에서 낙과가 심하다.

     

    3. 낙과 방지대책

    . 착과량 조절

    - 적뢰(꽃봉오리 솎기), 적과로 엽과비를 알맞게 조절해 주면 생리적 낙과가 적다(청도반시 적정 엽과비 15:1)

        . 수세조절

    - 고욤대목은 유목기에 수세가 강하여 공대보다 낙과가 많은 경향이 있다.

    - 수세가 강하여 착과가 불안정한 나무는 지상 30cm 높이부위에 10mm폭으로 환상박피하면 낙과가 억제된다.(박피시기: 6.10~6.25)

    - 여름전정(도장지 제거, 가지 유인, 2차지 전정)으로 재배환경을 개선하면 낙과가 경감된다

     . 토양수분 관리

    - 신초 생장이 왕성한 시기에는 관수량을 줄이고, 과실비대기에는 적정량을 관수하면 토양건조 및 과습에 따른 낙과를 줄일 수 있다.

       . 엽면시비

    - 영양이 부족한 나무에서 개화 전 요소 0.5%액을 엽면시비하면 생육이 회복되고 낙과가 경감된다.(특히 낙과 제3파상 때)

    - 수세가 강한 나무에서는 엽면시비의 효과는 없다.

    -  6~8월 제1인산가리 0.4%액을 엽면시비시 품질이 향상되고 낙과가 경감되었다고 한다. ‘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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