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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부가 쓰는 농학개론(77)
    수필/신작 2026. 1. 11. 16:43

     

     

     작가의 말)

     제가 쓴 글들은 현재까지 50,000여 편. 제 글은 많은 분들 블로그 등에 가 있어요.

     그 글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이처럼 정리정돈하오니... .

     

    78) 밭갈이를 하고

     

     

                             윤근택 (수필가/수필평론가/ 문장치료사/ 음악평론가)

     

     

     

         올해도 예외는 없었다. 봄날,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몇몇 날 관리기로 그 너른 밭을 갈아야만 했다. 아니, 관리기에다 구굴기(溝掘機)’ 날로 바꾸어 끼우고 이랑짓기를 했다. 예년과 달리, 이웃의 객지친구 OO’가 기어이 자청하여 이 밭 저 밭 내 밭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자신의 트랙터로 심경(深耕; 깊이갈이)을 해 준 터라 한결 이랑짓기가 쉬웠다.

         농촌에서 자라났으며, 농학도(農學徒)였고, 농부로 돌아와 농사하며 지내는 나. 밭갈이와 논갈이의 기본원리를 모를 리 만무하다. 호미보다는 삽, 삽보다는 쟁기, 쟁기보다는 관리기, 관리기보다는 경운기, 경운기보다는 트랙터가 효율적임을 모를 리도 없다. 밭갈이와 논갈이에 핵심사항은 깊이갈이[深耕]’라는 거. 힘이 쓰이고 자칫 기계 다칠세라, ‘ OO’한테 트랙터로 갈아달라고 말을 차마 못 꺼냈을 뿐, 트랙터로 갈면, 한결 그 깊이를 더해준다는 것도 알고 지내왔다. 어쨌든, 그 친구의 노고로 올해 작물은 쑥쑥 자랄 것이다.

          인류의 조상들은 수렵생활을 마감하고 한 군데 머물러 살게 되면서부터 밭갈이의 지혜를 터득하였다. 참말로 그 농사기술은 대단한 것이다. 가래[()]·따비·보습·쟁기 등으로 부르는 밭갈이 농기구를 개발해내었다는 것도 참으로 놀랍다. 그것들도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그러했던 밭갈이 농기구는 로터리식 쟁기(?)로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된다. 그 로터리식 쟁기를 인류 최초로 고안해 낸 이의 업적도 참말로 대단한 것이다. (이하 본인의 수필 경운기 소리 일부를 따다 붙인다.) 경운기를 최초 고안한 이는 한국인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농부의 아들이다. ‘하우더(Auther Clifford Howard)’. 그는 부친의 농장일을 돕다가, 힘들어 하는 부친의 일손을 덜어주기 위해 경운기를 고안했다고 한다. 그는 원동기 아래에다 쟁기 대신 ‘L자형의 날들을 회전체에 촘촘 박아 굴려 보았다. 놀랍게도 밭이 갈리었다. 그것이 바로 로터리 방식의 쟁기다. 그래서 耕耘機(경운기)’란 고유명사를 얻게 된 것이다. 사실 이 로터리식 쟁기는 그의 고안 이후 바뀐 것도 없이, 원형(原型) 그대로다. 1920, 하우더는 시드니로 건너가서, 보다 발전된 경운기를 제작하고, 특허까지 따낸다. (이상 본인의 수필, ‘경운기 소리에서 따옴.)

          우리네가 흔히 말하는 밭갈이는 한자어로 耕耘이라고 곧잘 표현하곤 한다. 그 한자어에는 ()’가 붙어있는데, ‘ 가래를 일컫는다. 해서, 밭갈이를 하되, 가래를 연장으로 삼았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더 얹어진다. ‘밭갈이 ‘-갈이 ‘(흙의 거죽과 속을 한바탕) 갈다[交替]’의 의미도 녹아 있는 듯하다. 아울러, ‘(흙을) 보드랍게 갈다(바수다, 빻다)’의 의미도 포함된 듯하다. 실제로 밭갈이 작업을 하는 이유를 이들 둘로 요약할 수 있다. 나의 토양학(土壤學) 기초지식으로도 제법 설명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작물이 한 해 동안 뿌리를 통해 유효성분을 빨아들이고 나면, 토양의 겉 거죽에는 유효성분이 부족해질 게 뻔하다. 이를 개선코자 흙의 거죽과 속을 한 차례씩 바꾸어주는 일. 그러니 가급적 깊이 갈수록 그 효과는 증진될 터. 그리고 딱딱한 흙덩이를 잘게 부수어 토양 입자간의 공극(空隙)을 넓혀줌으로써 산소 공급을 원활케 한다는 거. 그러면 작물의 뿌리와 미생물들의 호흡이 쉬워질 것은 뻔하다. 밭갈이의 필요성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잡초는 작물들과 달리, 광발아성(光發芽性)을 지녔다. , 태양광선을 직접 받음으로써 잡초가 발아하게 된다. 그러한데 로터리 등으로 밭갈이를 한바탕하게 되면, 토양의 거죽에 있던 잡초의 씨앗들이 천지개벽(?) 되어 깊이 묻혀버리게 되니, 잡초 발생이 자연 줄어들 게 아닌가. 밭갈이의 효과가 여기에서 머무르지도 않는다. 작물한테 가뭄을 덜 타게 한다는 거. 토양 입자를 잘게 부숨으로써 잠정적으로 모세관을 끊게 된다는 사실. 실제로, 지난날 교수님들은 가뭄이 들수록 김매기를 자주 하라고 일러주었다. 호미 등으로 토양의 거죽을 긁어주게 되면, 모세관이 끊겨 수분 이탈을 줄인다고 일러 주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설명하지 않았으되, 내 양친도 살아생전 가뭄때일수록 밭매기를 자주 하였다.

          이제 내 이야기는 그 외연(外延)을 넓혀가야 한다. 젊은 날 나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자원(自願)해서 남들이 가기 꺼려하는 시골로 시골로 옮겨가곤 하였다. 그 가운데는 울릉도 2년여, 영덕 2년여, 울진 1년여 생활도 포함된다. 그곳들 물편에서 나는 그곳 출신인 직장동료들과 어울려 갯바위낚시를 꽤나 자주 다녔다. 숫제 나는 낚시광이었다. 그런데 파도가 깔랑깔랑 일지 않는 날엔 거의 허탕이었다. 외려 까치놀이 뜨는 날엔 물고기를 제법 낚곤 하였다. 그 이유인즉, 물 밑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날엔 물고기들이 활발하게 입질을 아니 하고, 아주 느슨하게 헤엄쳐 다니더라는 거. 대신, 파도가 일면 이런저런 부유물(浮游物)이 떠다녀 물고기들은 그것들을 좋은 먹잇감으로 삼아 활발히 움직인다고들 하였다. 참말로 그러했다. 온대성 물고기이면서도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망성어(望星魚). 울릉도 그곳에서 자라난 내 직장동료들은 그 물고기를 잡으러 갈 적에 다 탄 연탄재를 한 장씩 들고 가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그 연탄재를 부수어 낚시 포인트에 뿌리기도 하였다. 물론, 긴 자루가 달린 괭이를 들고 가서 갯바위에 붙은 해초(海草)를 긁어 밑밥으로 밀어 넣는 일도 잊지 않았다. 봄철 어선(漁船)을 빌려 온돌가자미 선상(船上)낚시를 갔을 적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굵은 납덩이가 달린, 옷걸이같이 생겨먹은 낚시를 뻘까지 내리되, 수시로 방아를 찧듯 쿵덕쿵덕 해댔다. 그렇게 하면 뻘에 흙탕물이 일고, 갯지렁이 등이 꿈적대기에 온돌가자미가 공격한다고 했다. 과연 그러했다. 그들 직장 동료들은 이 말을 언제고 빠뜨리지 않았다.

          윤형, 물이 확 까뒤집혀야 고기가 낚여요.”

          이제금 새삼 추억해보니, 지금 농부인 내가 거의 무의식적으로, 연례행사 쯤으로 행하는 밭갈이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아무튼, 밭갈이는 흙을 확 갈아엎는 일이다. 그것은 오랜 관습이나 습관이나 타성을 과감히 버리는 일과도 그 이치가 크게 다르지 않다. 또한, 밭갈이는 몸에 배인 매너리즘을 과감히 버리는 일과도 통한다. 밭갈이는, 농부 겸 수필작가인 내가 해마다 거듭거듭, 아니 새로운 작물을 심기에 앞서 늘 행해야 하는 선행(先行) 작업이다. 그리고 밭갈이는, 그 많은 후배 수필작가들한테 진정으로 권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요컨대, 그 어느 것도 답습(踏襲)하지 말라는 당부. 1)오로지 深耕易耨(심경이누; 깊이 밭갈고 쉽게 김매는 일.)’만이 해답이라는 거 일러주면서... .

     

          1) 深耕易耨’ : 孟子對曰 地方百里而可以王. 王如施仁政於民省刑罰薄稅斂深耕易耨.(맹자가 대답해 말하기를 땅이 사방 백리이라도 그것으로써 왕 노릇이 가능합니다. 왕께서 만약 백성에게 인정(仁政)을 베풀고 형벌을 생략하고 세금 거두는 것 적게 하면 깊이 밭 갈고 쉽게 김맬 것입니다.) <<梁惠王 上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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