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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생화 둘
    수필/신작 2014. 8. 6. 06:03

     

                             야생화 둘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1.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의 꽃

     

    미리 밝히건대, 이 야생화를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반 고흐만큼이나  좋아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는 정신병으로 인해 생 레미 정신병원에서 요양 중이었다. 그 때 이 야생화를 즐겨 그렸다. 화폭 가득 이 야생화 군락의 그림을 담곤 하였다. 사후(死後), 그의 동생이 그 그림들을 모아 전시회를 가졌다. 많은 미술 평론가들이 그의 대표작으로 꼽고 있는데, 그 그림에는 짙은 적색의 토양 위에 그 꽃이 우아하고 강인한 모습으로 피어 있다. 미술평론가 가운데 어떤 이는, 어둠이 빛과 자유로 표현된다는 걸 보여 준다.고 말한다. 그의 작품명은 <<Irises(아이리스)>>. 바로 붓꽃의 서양식 이름일 따름이다.

    붓꽃, 즉 아이리스는 종류가 참으로 많다. 각시-, 등심-, 흰 등심-, 노랑-, 독일-, 타래-,부채- 등의 접두사가 붙어 있다. 나는 그 가운데서도 이 골짝 산기슭에서 흔히 마주치는 각시붓꽃을 특히 귀엽게 여긴다. 그 이름이 시사하는 바, 여느 붓꽃과 달리, 다소곳하고 키가 작으며 평소에는 있는 듯 마는 듯하다. 각시붓꽃은 겨우내 말라비틀어진 잎에서 새로이 파란 잎을 내어놓는다. 그 잎을 언뜻 보아서는 향후 얼마 지나지 않은 봄날에 그렇듯 보라색 고운 꽃을 전혀 피울 것 같지가 않다. , 흔해빠진 잡초로 여기기 십상이라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춘란(春蘭)의 잎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부추 잎 같기도 한 각시붓꽃의 잎. 4,5월이면 어김없이 꽃대를 여러 개 뽑아올라 총상화서(叢狀花序)로 꽃을 피운다. 각시붓꽃은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산기슭 양지바른 곳 낙엽 위에서 잎을 내어 놓고 띄엄띄엄 자라는 편이다. 한방에서, 각시붓꽃의 종자를 마린자라고 하여 황달과 이질을 다스리는 데, 각시붓꽃의 뿌리를 마린근이리 하여 해독,청혈,지혈을 다스리는 데 쓰인다고 한다.

    모든 붓꽃은 그 꽃 생김새가 먹을 묻히기 전 붓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느 붓꽃과 달리,특히 서양의 아이리스와 달리, 각시붓꽃은 우리네 산기슭에서 호젓이 낮은 자세로 살아가며 꽃 피우기에 더욱 갸륵하다. 사실 각시붓꽃이 너무 이뻐, 꽃을 피운 녀석들을 몇 차례 캐 와서 정원에다 심어본 적도 있는데, 웬일인지 성공하지 못하곤 했다. 산에서 저절로 자라난 야생화이니 그곳에 고이 남겨두는 게 좋을 성 싶었다. 각시붓꽃의 꽃말은 좋은 소식 또는 신비스런 사랑이다.

     

    2. 칠레가 본향(本鄕)인 꽃

     

    에둘러 말하건대, 가을에 피는 코스모스의 본향은 멕시코다. 그러한 코스모스가 우리 나라에 들어 와서, 마치 우리 꽃처럼 된 것을 두고, 귀화식물(歸化植物)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우리네 인간들이 국적을 파 옮기는 것과 같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꽃은, 로마 신화 달의 여신에 해당하는 Luna와 관련이 많다. 그 꽃은, 식물이 지닌 굴광성(屈光性), 주광성(走光性), 향일성(向日性), 굴지성(屈地性) 등으로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꽃이다. 그 꽃은 오히려  태양 에너지를 축적하였다가 그것을 한밤에 쓰는, 태양 에너지 야광등과 같다. 태양의 빛과 열을 받아 지구에 반사하는 달님의 영향에 너무도 민감한 식물 같다. 그 꽃이 대체 누굴까? 바로 달맞이꽃이다. 우리는 낮 동안 그것들이 활짝 꽃 피운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이슬 촉촉한 여름날 새벽, 등굣길에서 마주쳤던 달빛 모양의 꽃. 바로 달맞이꽃이다.

    유년시절, 강가에서 무 뿌리 같이 생겨먹은 식물의 뿌리를 소꼴로 쓰고자 호미로 캐서 다래끼에 담곤 하였다. 정말로, 그 뿌리가 총각무 뿌리 같았다. 봄부터 여름까지 반듯하게 자라, 참깨처럼 키가 멀쑥해졌다. 잎겨드랑이마다 참깨처럼 열매를 맺던 꽃. 그 열매 안에는 참비름씨처럼 자잘하기 그지없는 씨앗이 들어 있었다. 나는 우리네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나기에 본디 우리 꽃인 줄로만 알고 지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야생화는 칠레가 본향이며, 이런저런 매개자의 도움에 의해 우리 나라에도 귀화한 식물이란다.

    달빛을 닮은 달맞이꽃은 밤에 피지만, 그 의학적 효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마리놀렌산이란 오메가 -3 고도 불포화지방산의 보고(寶庫)라서 무려 일곱 가지의 효능이 있다는 거 아닌가. 참비름씨만큼이나 작은 종자를 모아서 짠 종자유(種子油)가 특히 유용하단다. 당뇨병 다스림, 비만증 치료, 콜레스테롤 수치 낮춤,피부질환 치료,면역력 강화, 항암 작용, 혈전제거 등 두루 쓰인다는 거 아닌가. 이를테면, 성인병 치료에는 그저 그만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의 갱년기 증후군을 다스리는 데 유용하단다.  달맞이꽃은 그야말로 달의 여신 Luna를 쏙 빼 닮은 듯하다.

    이 여름날, 내 농장을 오가며 흔히 마주치는 달맞이꽃. 관상을 위해 일부러 심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키가 너무 멀쑥한데다가 피고 지는 시간도 너무 짧아서 그러하다.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야생화라는 뜻이다. 그러함에도 몇 해 전 나는 내 농장 단골손님 가운데 어느 부부로부터 달맞이꽃씨를 건네 받은 적 있다. 물론, 그분들 요청대로,그분들이 힘들여 받은 씨앗을 정성껏 뿌렸다. 일종의 위탁재배였던 셈이다. 그랬더니, 한마디로 채산성(採算性)이 거의 없었다. 씨를 뿌린 후 2 년차가 되어야 제대로 꽃 피우고, 제대로 열매 맺어 종자유를 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욱이, 씨가 잘아서 진종일 씨를 털지라도 양()이 늘지 않는 다는 것.

    나의 애독자님들 가운데서 늙어가는 게 억울하다고 느끼는 분이 계신다면, 칠레로부터 귀화한 야생화 달맞이꽃한테도 각별한 관심 갖기를 . 이런저런 농사 다 집어치우고 달맞이꽃만 키워도 우린 늙지 않으리!

    끝으로, 달맞이꽃의 꽃말은 존경 또는 신비한 사랑임을 전하면서 .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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