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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러그 묘'에 관해
    수필/신작 2015. 6. 17. 23:58

     

     

                              플러그 묘(Plug seeding raising)’에 관해

     

     

                                            윤요셉 (수필가/수필평론가)

     

          내가 아는 수필작가들 가운데는, 글감이 없어 글쓰기에 쩔쩔맨다는 이들이 더러 있다. 나는 그들의 말에 그럴 수도 있겠거니 동의를 전혀 할 수가 없다. 감히 말하겠는데, 글감은 우리네 생활주변에 숫제 흔해빠졌다. 다만, 늘 깨어있지 않아 그것들을 지나쳐 봤을 따름이다. 나는 평소에는 태무심(殆無心)했던 사세(些細)한 사물한테서조차 고마움이나 신비스러움 등을 깜짝깜짝 느낄 때가 많다.

          오늘 나는 며칠 전 메주콩 종자에 이어 참깨 씨앗도 묘상(苗床)에 파종했다. 이 묘상은 이른바 플러그 트레이 (plug-tray; 플러그 받침)’. 플러그 트레이72()짜리로, 지난 오월 고향 청송에 사는 둘째형님으로부터 옮겨온 고추모가 심겨졌던 것이다. 나는 그 플러그 트레이를 뒷날 생각해서 따로 모아 두었다. 그리하여 이처럼 유용하게 다시 사용하게 된 것이다. 참말로, 이렇게 길러내는 모를 플러그 묘라고 한다. ‘플러그 트레이, 마치 난좌(卵座; 계란꽂이)처럼 생겨먹은, 작은 화분(花盆) 즉 포트(pot)의 결합체를 일컫는다. 규격에 따라서는 36,72, 128,162, 200, 288구 등이 있다. 이 화분의 결합체 모습이 마치 여러 구()의 전기 콘센트에다 꽂는 전기 플러그같이 생겨먹었기에 플러그’, ‘플러그 묘’, ‘플러그 트레이등의 이름을 두루 갖게 되었다는 걸 오늘에야 비로소 문헌 등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처럼 각종 묘를 한꺼번에, 대량으로, 균일하게 길러내게 된 것도 농업의 혁명에 해당한다고 봄이 옳다. 사실 요즘 들어 소규모로 주말농장 등을 하는 이들로부터 제법 큰 규모의 농사를 하는 이들에 이르기까지 대다수가 종묘사에서 혹은 육묘공장에서 플러그 묘를 사다 본밭에다 손쉽게 옮겨 심는 경향이 있다. 다만, 그 용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에 관해서만은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정확히 몰랐을 뿐. 이 플러그 묘 키우기가, 상토(床土) 제조- 상토 충전(充塡; 채움) -파종 - 물 줌- 환경관리 등의 공정으로 이루어지기에 공정육묘라고 부르기도 한다.

          1960, 미국에서 이 플러그 묘 키우기가 최초로 개발되었다고 한 다. 그러다가 1992년 우리나  라 유명 종묘회사인 흥농종묘에서 화훼재배에 도입함으로써 대중화, 일반화가 되었다고 한다. 플러그 묘 육묘 (育苗)의 이점은, 굳이 문헌을 통하지 않더라도 내 경험상 쉽게 알 수 있다.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균일하게 종묘를 길러낼 수 있다는 점. 관리하기가 쉽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그 작은 플러그들이, 그릇 형태로 따져 옥발이이 아닌 연엽(蓮葉)’ 형태로 생 겨먹은 관계로, 즉 그 측면이 거꾸로 선 사다리꼴인 관계로, 후일 본밭에 모를 내기 위해 모를 뽑을라치면, 상토가 뿌리에 덩어리째 달린 채로 뽑히도록 고안되어 있다는 점. 하여간, 플러그 묘는 획기적이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도저히 빠뜨릴 수 없는 게 하나 있다. 꼭히 플러그 묘 키우기가 아니더라도, 육묘 때에 상토(床土)로 쓰는 배양토(培養土)는 아주 특별하다는 거. 일찍이 깨어있던 이들이지만, 정말 그것까지 어찌 알았을까? 그들은 일찍이 ‘피트 모스(peat -moss)’, ‘코코 피트(coco-peat)’, ‘펄라이트 (pearlite)’ 등의 토양을 만들어 내었다는 거 아닌가. 사실 나도 이번에 그러한 인공토양을 상토로 썼다. 차례차례 간단히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피트 모스는 요즘 한창 각광받는 블루베리재배에 아주 유용한 토양이다. 한랭 늪지대에서 자랐던 물 이끼(moss)와 수초(水草)의 유체(遺體)가 수만 년 동안 물속 지층에 퇴적되었던 흙이라고 한다. 그러한 지층을 ‘peat land’라고 부른다. 이 피트층은 북위 45~65도에 주로 분포하며, 캐나나· 러시아· 북유럽 등이 주요 생산지라는 거 아닌가. 거기서 얻은 흙은 보습력(保濕力)과 통기성(通氣性)이 특히 빼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내가 이번에 메주콩씨와 참깨씨를 파종하여 물조루로 물을 뿌려본즉, 역시 뭔가 달랐다. 마치 스펀지 같아서 물기를 오래도록 머금더라는 거. 사실 나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끼의 빼어난 성질을 알고 지내는 터. 이끼의 영어명 ‘moss’는 라틴어에서 왔고, 그 자체가 ‘mother(어머니)’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참말로, 물장구를 비롯하여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많은 생명체를 보듬고 있는 게 ‘moss’라고 하였으며, 그러기에 어머니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했다. 나아가서, 이끼는 자신의 체중보다도 무려 수백 배,수 천 배 넘는 물기를 머금는다고도 하였다. 그러니 이끼의 퇴적물인 피트 모스가 배양토로 적합하다는 걸 쉬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코코 피트는 천연 코코넛 열매에서 섬유질을 빼고서 얻은 토양이라고 한다. 그 토양 속에는 리그닌과 셀룰로오스 성분이 풍부하여 육묘에 아주 유용하다고 한다. 물론 이 코코 피트도 보습력과 통기성이 뛰어난 토양이다.

        끝으로, ‘펄 라이트는 말 그대로 진주석(珍珠石)이다. 화성암의 일종인 백색의 광물질. 통기성이 아주 빼어나다고 한다. 이 펄 라이트를 섭씨 760~ 1200도 고온에다 굽게 되면, 본래 부피보다 4~12배 팽창을 하게 된다고 한다. 마치 옥수수 뻥튀기 만드는 원리처럼. 그렇게 고온 살균함으로써 무균배양토로 거듭 태어나게 한다는 거 아닌가. 이 펄라이트는 배양토 보조제로 쓰이며 마치 하얀 질소비료 알갱이처럼 생겼다. 이 펄라이트는 상토의 통기성과 보습력을 증진시킨다고 보면 옳다.

         이번에는 우리네가 본밭에다 작물의 씨앗을 직파(直播)하지 않고, 따로 '플러그' 등으로 모판에다 일차적으로 모를 내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본다. 사실 내가 콩과 참깨를 직파가 아닌 모종 형태로 키우는 이유를 설명하게 되면 죄다 그 이점이 밝혀질 듯도 하다. 두 작물의 파종 적기인 지금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았다고들 하는 시기다. 해서, 도저히 직파해서는 싹이 날 것 같지가 않았다. 본밭에다 직파하고서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려니 영 탐탁치가 않았다. 그리하여 모를 따로이 내어 제법 자란 후 장마가 시작되는 등의 호기(好期)를 틈타 이식코자 한다. 내가 그것들 두 작물을 플러그 묘로 키우는 이유가 단지 그뿐만은 아니다. 메주콩의 경우, 해마다 밭 언저리에 이랑을 지어 씨를 소복 넣어본 바 있다. 그랬더니 산비둘기가 중심이 되어 산새들이 콩알을 훔쳐가거나 콩나물 대가리(떡잎)를 똑똑 따 먹어가 버리곤 하였다. 그 피해를 줄이고자 그물망을 씌워보았지만, 이번엔 유묘(幼苗) 때에 병충(病蟲)으로 말미암아 낭패를 보았다. , 참깨의 경우, 멀칭비닐을 까는 등의 본밭장만을 채 하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바랭이 등 여름 잡초가 무성해서... . 그래서 참깨모가 플러그 트레이에서 자라는 동안, 본밭을 말끔하게 이런저런 방법으로 정리한 다음에 옮겨 심으려는 것이다. , 이것이 바로 농업전문용어인 농업의 생력화(省力化; 일손 줄임)’의 일환이라는 거. 그밖에도 직파 대신 모판에서 모 기름의 이점이 더러 있지만, 지면 관계상 생략키로 한다.

         이번에는 내 이야기가 한 걸음 성큼 더 나아가, 우리네가 본밭에 작물의 씨앗을 직파치 않고, 모를 한 군데에다 소복 내는 진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보고록 하겠다. 그것은 동식물 막론하고 지닌 고유의(?) 성질을 응용한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요컨대, ‘외동은 외로워서 끝까지 살아남기 힘들다. ’에 기초한 것이라고... . 그 말은 넉동내기 윷판에서 통상 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린 묘가 자랄 때에는 동기간(同氣間)에 서로 부비며 지내도록 하여야 된다. 그러면 경쟁심리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쑥쑥자라게 된다. 그것들은 여타 잡초 따위가 범접(犯接)할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 오로지 동기애(同氣愛)로 똘똘 뭉쳐진 유묘들. 서로 북돋아 자란다. 그러다가 서로서로 자립(自立)의 공간(?) 내지 터전을 더 넓혀줄 필요가 있을 즈음, 그에 따라 활동 공간을 차츰 넓혀주는 일. 그것이 바로 본밭에다 이식하는 시점(時點)임을. ‘모 키우기모 내기와 정식(定植) 따위는 우리네가 알게 모르게 그렇게 행해진다는 것을. 따지고 보면, ‘플러그 묘포트 묘든 모두 다산(多産)과 밀식(密植)의 이치를,그 빼어남을 최대한 살린 농법(農法)임을 새삼 알겠다.

        비약(飛躍)컨대, 그러한 점에서도 지금은 저승에 가 계신 내 양친(兩親)은 훌륭한, 참으로 훌륭한 농부였다. 당신들은 입버릇처럼 이런 말을 하였다. 아들 다섯, 딸 다섯 가운데 아홉 번째로 태어난 나는 똑똑히 그 말을 자주 듣곤 하였다.

        생기는 대로 낳아 열 남매를 두었고, 그 놈들 가운데 한 놈만이라도 제대로 된다면... .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더냐고? ‘제 먹을 양식은 다 하늘로부터 타고 난다.’고 말이야!”

     

        작가의 말)

     

        탁상 맡에서 적는 글, 관념적인 글에 관해 냉소를 보낸다. 다른 장르는 모르겠으되, 적어도 수필만은 생활인의 글이어야 한다.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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