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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행(4)
    수필/신작 2015. 10. 14. 03:24

     

     

                                          동행(4)

                                         -야화(野花) -

                                                              윤요셉(수필가/수필평론가)

     

           이 글은 동행시리즈물 제 4화에 해당한다. 처음으로 이 글을 읽게 되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동행(2)’ 도입부를 다시 적도록 한다.

          <일요일을 맞자, 나는 승용차 트렁크에다 피라미낚시 채비, 다슬기 사냥에 필요한 어구(漁具), 막걸리 등을 싣고 재를 넘어 그녀한테로 갔다.

          나는 조수석에 그녀를 태워 둘의 공통적 고향인 청송을 향해 차를 몰았다. 그녀는 참말로 참새였다.(하략)>

          해질녘까지 나는 물오리인양 냇가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피라미낚시를 하였다. ‘O’는 오들오들 떨면서도 얼른 우리가 떠나온 경산 그곳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자는 등 전혀 보채지 않았다. 사실 배도 고플 텐데, 참으로 오래간만에 만난 이 중학교 동급생이 하는 대로 잠자코 기다려줄 따름이었다.

          이윽고, 승용차의 전조등을 밝히고 귀갓길에 올랐다. 내가 제의했다.

         우리 배가 고프더라도, 자네가 아침에 출발할 때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자네 동네 그 해물찜 식당으로 가세나. 나도 가오리찜이나 아귀찜을 엄청 좋아하거든. 나는 그 매운 해물찜에다 쐬주 한 병이면 얼마나 행복해하는데... .”

          그녀는 그렇게 하자고 했다. 두 시간 여 귀갓길 운행 끝에 드디어 그곳 해물찜 식당에 도착했다. 둘은 가오리찜을 주문해 놓고 식탁에 마주 앉게 되었다. 본요리가 나오기 전에 성미 급한 나는 물김치를 안주삼아 소주를 손수 따라 꼴깍꼴깍두 잔을 연거푸 마셨다. 그녀는 기겁을 해댔다.

          , 그러다가 음주단속에 걸리겠어. 우리 자동차운전교습소에 찾아오는 이들 가운데도 운전면허 취소 등 기막힌 사정을 지닌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

          그 순간만큼은 그녀의 꾸지람 아닌 꾸지람을 달게 받아들여 소주 반 병으로 끝냈다.

          취기(醉氣) 때문은 결코 아니건만, 전등 불빛 아래서 바라본 그녀의 얼굴이 화색(和色)이 돌아 낮 동안에 보았던 모습과 완전 딴판이었다. 그 많던 얼굴의 잔주름이 펴진 것 같았다.

          자네, 본디 남자는 수컷이고 수컷은 수컷근성이 있어서, 밤에 불빛 아래서 바라보는 여성은 다들 이쁘다는 거 알어? 그래서인지 자네 꽤 이뻐 보이는 걸.”

           그랬더니, 그녀의 대꾸가 의외였다. 보통은 즉각 조명 덕분이겠지!” 혹은 조명발이겠지!”하고 응수하는 편인데... . 도대체 뭐라고 받았느냐고?

           근택아, 니 말 전적으로 맞아. 나도 그걸 느끼지만 남들도 다들 그렇게 말해. 내 얼굴은 마치 시들었던 꽃과 잎사귀들이 밤이 되면 이슬을 맞고 좌악펴지듯 해.”

          그녀의 보충설명이 정말 안쓰럽게 다가왔다. 그녀는 지난 해 되게 아파서, 죽을만치 아파서 병원에 실려간 적 있음을, 어느 한의사로부터 정조를 지키자니, 몸이 우네! 이곳에 피가 뭉쳤네!”하는 말을 들은 적 있음을 이 시리즈물 제 2화에 소개한 바 있다. 들어본즉, 그녀의 병명은 혈소판 감소증이다. 정상인들은 20,000마이크로리터의 혈소판을 지닌 데 비해, 그녀는 지난 해 2,000마이크로리터로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위험수치를 지나 곧바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다는 거 아닌가. 의사들도 그처럼 되살아난 게 기적이라고 할만치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 병을 앓게 되면 무조건 안정을 취해야 하나,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했다니... . 그 병의 여러 증세 가운데 그녀는 온몸에 피멍이 드는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 피멍이란 게, 꽃다운 21세 나이에 어떤 놈팡이를 잘못 만나 결혼을 한 바람에 온몸과 온 가슴에 든 피멍처럼 느껴질 게 뭐람? 그녀는 급격히 면역력이 떨어져 생긴 병으로 알고 있었으며, 하여간 체온이 떨어져 추위를 자주 느낀다고 술회했다. 그러기에 아직도 가을이건만, 겨울옷을 껴입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것도 빤히 모르면서, 내 흥에 겨워 피라미낚시와 다슬기사냥을 하느라 그녀를 한 나절 내내 차가운 물가에 앉혀두었던 걸 그제야 후회하게 되었다.

           O, 그렇다면 자네는 지금 애정결핍증에 걸려있다는 말이네? 어서 가슴이 뜨거운 이를 만나야겠는 걸. 그러면 그가 니를 종종 뜨겁게 포옹해줄 게 아닌감?”

          실제로 그녀는 몸에 열기를 더하면 얼굴에 그 많던 잔주름도 다림질한 듯 펴지곤 한단다. 정말 내가 본 광경 가운데서 가장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녀는 가오리찜 그 매운 기운이 온몸에 열기를 더해주어 그러한 기적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해물찜 식당에 함께 가자고 한 게 참으로 잘한 일 같았다.

          내 중학교 동급생 O’는 진짜로 밤에만 피는 야화인가 보다. 그 자글자글하던 얼굴의 주름이 밤 되니까 몰라보게 펴졌으니까. 야화 가운데는 수련(睡蓮; ‘낮에는 잠드는 연꽃이란 뜻을 지님.)·쟈스민·달맞이꽃·천리향 등이 있음을 내가 열거해나가자, 그녀가 말을 가로막았다.

           맞어. 앞으로 날 천리향이라고 불러줘. 실은 우리 집 뜨락에 천리향한 그루도 심어두었거등(). 그 꽃향기 얼마나 은은한지 알어?”

          하는 짓, 하는 말을 보고 듣고 하노라니, 만년소녀처럼 느껴지던 O’.

          이로써 나의 이틀 낮 동안의 동행이야기는 일단 접어야겠지만, 부디 그녀가 더는 늙지 않기를, 늙더라도 만년소녀처럼 살아가길 바란다.

           나는 그녀의 집 앞에서 승용차를 세웠다. 그러고는 악수를 건넨 후 손을 흔들어댔다. 나의 속맘은 갯가의 아낙들이 배따라기를 하듯, 후풍(候風)하듯 하였다. .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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