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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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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熱)의 성질은
    수필/신작 2015. 10. 21. 21:31

     

     

     

                                     ()의 성질은

     

     

                                                   윤요셉(수필가/수필평론가)

     

           일전 이른 새벽에 퇴근길에 오른 나. 나는 홀로이 살며 내 농막과 승용차로 10여분 거리에 이사를 온 어느 옛 친구한테 전화를 건 일이 있다.

          나, 근택일세. 너무 이른 시간에 전화 걸어서 미안하네. 누가 곽두부 한 상자를 주었는데, 나누어 드리고자 이렇게 전화를 드린다네. 게다가 그분은 자취생인 나더러 마른 누룽지도 큼직한 봉지에 담아주지 않았겠어? 그것도 자네한테 나눠 드릴 겸.”

          그는 나의 전화를 기껍게 받아주었다. 해서, 차를 몰아 20여분 후면 도착할 테니, 커피 물을 올려두라고 당부했다.

          꼬불꼬불한 고갯길. 안개는 왜 그리도 자욱하던지. 전조등을 밝히고 재를 넘어갔다. 그는 반가이 맞아주었다. 두부를 상자째 건네자, 그는 혼자 사는 자신도 감당이 불감당이라며 잠시 난감해 했다. 그러더니, 우선 몇 곽을 이웃 할머니한테 건네준 다음, 비닐봉지를 여러 개 꺼내 와서 봉지봉지 그 곽두부를 나눠 담으면서 말했다.

          그래, ‘사랑은 전하는 거!’. 니가 누군가로부터 선물로 받은 이 두부를 나는 또 많은 이들한테 전해주면 되겠네.”

          그의 앞뜰 잔디밭에 선 채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건네받아 마시고,이내 재 너머 내 농막을 향해 달려오게 되었는데... . 여태껏 사랑은 나눔으로 곧잘 들어왔으나, 그는 분명 사랑은 전함이라고 색달리 말했음을 내내 떠올리게 되었다. 그가 말한 전하기릴레이내지 바통받기와도 통할 거란 생각을 언뜻 해보았다. 어떤 두부공장 사장이 내가 몸담은 어느 연수원 구내식장 주방장 부인한테 선물로 전했던 두부. 그 두부 일부는 주방장한테서 나한테 다시 건네졌고, 그 두부는 그이한테 다시 전해졌고, 곧 또 다른 이들한테 전해질 테니... .

          그의 재치롭고 애교있던 그 말 사랑은 전하는 거!’는 또 다른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열의 세 가지 성질인 전도(傳導)’, ‘대류(對流)’, ‘복사(輻射)’가 그것들이다. 참말로, 다시 생각해보아도 열이 지닌 성질은 신비하다.

          첫째, 전도다. 고체나 액체는 기체와 달리, 분자 사이의 간격(?)이 조밀하다고 한다. 열기(熱氣)는 그러한 분자 사이에 충돌을 일으켜 맨 처음 열 발생지점으로부터 점차 다른 곳으로 전해지는 게 전도라고 하였다. 가령, 국솥에 담근 놋쇠숟가락의 자루 끝을 잡아도 따스한 열기가 손끝에 닿는데 그걸 전도라고 보면 된다. 무려 1500명가량의 독자들이 읽어간 나의 수필작품, ‘수필가, 허튼고래구들을 놓다에서도 이미 밝힌 바 있지만, 전통구들 방바닥이 따스해지는 데는 전도가 대류나 복사보다도 큰 몫을 차지한다는 사실. , 일차적으로 굄돌이 달궈져, 그 품고 있던 열기가 구들장에 전해져 우리는 제법 긴 시간 따스함을 누리게 된다는 말이다. 이 열의 전도는 종교에서 말하는 전도(傳道)’와도 꽤나 통하는 점이 있다. 한 사람의 온기(溫氣)와 충만한 성령(聖靈)의 힘이 이웃한테 전해지는 거. 우리가 종종 허깅(hugging)’을 하거나 악수를 하거나 할 적에 그 상대한테서 따사로움이 전해져 옴을 느끼게 되지 않던가. 오늘 이른 새벽에 옛 친구로부터 들었던 말, ‘사랑은 전하는 거!’는 그래서 더욱 의미롭게 가슴에 다가온다.

          둘째, 대류다. 자연스런 대류는 유체(流體) 곧 물과 공기의 온도가 높아지면, 부피가 팽창하여 밀도가 낮아지고 부력이 커져서 결국 위로 올라가려고 하기 때문에 생긴다. 이러한 순환운동으로 주전자의 물이나 방의 공기가 균일하게 가열된다. 분자가 열을 받으면 속도가 커져서 움직이는 공간을 넓히고 위로 올라간다. 그러나 위로 올라간 분자는 다시 식어서 서로 가깝게 모이게 되고, 밀도가 커져서 결국 밑으로 내려온다. 내가 위 백과사전의 풀이 가운데 특히 유의하는 어휘군은, ‘순환운동균일하게. 유체가 돌고 돎으로 공간 내에서 일체(一體)가 되도록 한다는 거 아닌가. 만약에 열이 대류라는 성질을 지니지 못했더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발생할 것이다. 한 겨울날 아무리 군불을 때거나 난로를 피우거나 해도 방안은 냉랭할 테니까. 열기가 대류라는 독특한 성질까지 지녔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끝으로, 복사다. 가장 대표적이고 가장 큰 복사의 예는 태양열이다. 이글대는 태양이 빛을 낼 때 그 빛을 통해 에너지가 지구로 전달되어 지구가 더워지는 것이 곧 태양열의 복사다. 또한, 아궁이 앞에서 장작불을 지피고 손을 쬐는 것도 복사다. 열의 복사란, 열이 매질(媒質) 즉 공기나 액체를 통하지 않고 고온의 물체에서 저온의 물체로 곧바로 이동하는 것을 이른다. 이 열의 복사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복사(複寫;copy)’와도 제법 통한다. 저온의 물체가 고온의 물체의 열기를 그대로 베끼는 셈이니까. 이 열의 복사는 내가 믿는 하느님의 사랑과 어버이의 사랑과도 통한다. 당신들은 조건 없이 인간한테, 자녀들한테 사랑을 기꺼이 행한다. 그러한 사랑을 두고 우리는 아가페(agape)’라고 하지 않는가. 열이 지닌 복사야말로 아가페다. , 나는 ‘agape’란 어휘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아연하게란 뜻도 지녔음을 유념한다. ‘감나무 아래 누워 입을 딱 벌리고 홍시가 저절로 떨어져 입에 들어오기를 바란다.’는 우리의 속담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뜻도 지녔음을. 참말로, 아가페 사랑은 공짜임에 틀림없다. 중간에 매개자 내지 매질 하나 거치지 않고 곧바로 그 대상자한테 내리쬐어지는 게 복사열이니! 여러 복사열 가운데서도 태양이 지닌 복사열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누리는 최대의 공짜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래서일까, 고대인들은 태양신(太陽神)을 널리 숭배했다. 하지만, 이제금 하느님을 섬기는 나는, ‘은총(恩寵)’이라고 일컫는 하느님의 복사열을 주십사고 종종 당신께 기도드리고 있다.

          오늘 이른 아침, 안개 자욱한 고갯길을 전조등을 밝히고 승용차를 몰아 그 친구를 찾아가기를 참 잘했다. 나는 그로부터 아주 아름다운 말, ‘사랑은 전하는 거!’를 들었다. 사랑은 실천이되, 그 방식은 전하는 거. 사랑은 열기가 지닌 세 가지 성질 즉 전도·대류·복사 모두를 동시에 가졌음을 새삼 알겠다.

     

    창작후기)

    ()에서 항용 쓰이는 문학의 대위법(對位法)’ 내지 병치(倂置)’가 이 글에서도 나타난다고 보는데... . ‘사랑이 병치를 이루지 않은가.

    . 몇 몇 어휘와 문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제목에 쓰인 ()’은 곧 사랑을 뜻한다. = 사랑

    2) ‘이 열의 전도는 종교에서 말하는 전도(傳道)’와도 꽤나 통하는 점이 있다. 한 사람의 온기(溫氣)와 충만한 성령(聖靈)의 힘이 이웃한테 전해지는 거. ‘

    3) ‘이 열의 복사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복사(複寫;copy)’와도 제법 통한다. 저온의 물체가 고온의 물체의 열기를 그대로 베끼는 셈이니까.‘

    4) ‘, 나는 ‘agape’란 어휘가 입을 딱 벌리고’, ‘멍하니’, ‘아연하게란 뜻도 지녔음을 유념한다.‘

     

    5) ‘ 하지만, 이제금 하느님을 섬기는 나는, ‘은총(恩寵)’이라고 일컫는 하느님의 복사열을 주십사고 종종 당신께 기도드리고 있다.‘

    6) ‘사랑은 열기가 지닌 세 가지 성질 즉 전도·대류·복사 모두를 동시에 가졌음을 새삼 알겠다.’

    . 글쓴이는 사랑은 열의 세 가지 성질을 동시에 지닌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고 있다.

     

      * 관련 노래 듣기

      새벽길 - 남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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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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