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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활용품'에 관해
    수필/신작 2016. 2. 4. 02:52

     

               

                                                  ‘재활용품에 관해

     

     

                                                                                       윤요셉(수필가/문장치료사/수필평론가)

     

    집의 나이로 육십을 맞은 나. 시쳇말로, 그 짱짱하던 국영기업체 과 장으로 지내다가 명퇴를 감행했던 지도 어언 5년여. 그 이후 생활비를 마련코자 막노동, 농사, 어느 연수원 경비 등을 두루 거쳐 새롭게 취업한 곳이 어느 아파트 경비다. 이곳 아파트 경비실에 격일제로 근무한 일수가 오늘로 10일째다. 아파트마다 경비의 임무가 약간씩 다른 걸로 알게 되었는데, 이곳 경비는 청소 중심이다. 낮에는 두 시간 간격으로,자기가 맡은 구역의 재활용 내지 분리수거 장소로 손수레를 끌고 가서, 입주민들이 시도 때도 없이, 무절제하게 내다버린(?) 이런저런 쓰레기를 정리하고 수거하는 일을 주로 하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일. 매번 그 작업을 반복적으로 하다니까, 혼잣말을 곧잘 하게 되더라는 거 아닌가.

    젊은것들은 잘도 버려대고, 나를 포함한 늙은이들은 그것들을 애지중지 잘도 모은다.’

    참으로 재미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생활쓰레기라고 하는 그것들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음식물쓰레기

    비교적 부인네들이 맡는다. 그들은 음식물쓰레기를 집집이 다른 색상의 비닐봉지에 담아 와서 100리터짜리 통에다 붓고, 작은 고무통에 그 비닐봉지를 버리게 된다. 그러면 경비인 나는 그 비닐봉지를 수시로 일반용 (50리터) 종량쓰레기 봉지에다 집게로 집어 꼭꼭 우겨넣게 된다. 그 집게란, 어릴 적에 보았던 넝마주이들의 집게와 흡사하다. 그렇게 집집이 못다 먹고 버리는 음식물쓰레기는 격일제로 경산시청 용역회사에서 특수차량으로 실어가곤 한다. 그 음식물쓰레기는 다시 어느 업체로 실려 가서 농사에 쓰이는 거름으로 재활용된다고 한다. 내 농장에 쓰는 유기질비료도 그렇게 해서 만든 것들이 있을는지 모르겠다.

    플라스틱통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지정된 마대에 갖다 넣는 편이다. 이 대한민국에 어찌 그리도 아름다운 도안을 한 플라스틱통이 그리도 많고 다양한지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크기와 모양도 각각 다른 그 많은 플라스틱통들! 그것들은 다음에 소개할 비닐과 마찬가지로 이 경비할배(?)가 마구리를 쳐서 지정된 장소로 옮겨지게 된다. 그렇게 분리수거 되는 플라스틱통은 내가 맡은 101200여 세대 구역만 해도 하루에 사람 키 크기의 마대로 두 포대씩 된다. 채 일주일이 아니 되어 대형 트럭이 와서, 요 다음에 소개할 비닐과 함께 실어간다. 그것들은 어느 업체가 공짜로 실어가서 열처리 내지 화학처리 하여 플라스틱 또는 비닐로 재생된다고 한다. 그 업체는 자기네가 가져간 포대 수효만치 빈 마대를 경비인 나한테 도로 채워주고 간다. 아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계산방식인 셈이다.

    비닐류

    비닐류는 위 플라스틱통과 나란히 크기도 똑 같은 마대로 걸개에 걸려 있다. 그 비닐류는 퍼석하여, 경비인 나는 수시로 작대기로 우기고 다지고 하여야 한다. 그 비닐류도 위 플라스틱통 수거업체에서 공짜로 가져간다고 한다. 그 업체는 그렇게 가져간 비닐류를 수많은 할매 종업원들의 손놀림으로 재분류되고 용광로 따위에 녹여져 비닐제품으로 재생된다고 한다. 내가 농사할 적에 쓰는 검은 멀칭비닐 따위도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캔류

    깡통의 종류는 왜 그리도 많은지? 그리고 도안들은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예술이 따로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깡통들이야말로 저 미국의 팝아트(pop-art)의 거장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의 작품 세계를 능가할 성싶다. 사실 앤디 워홀은 캠벨주스캔( ‘캠벨포도 주스캔)’도안을 하고 대량으로 실크스크린 함으로써 떼돈 번 화가였다. 그 깡통들은 쇠붙이인 관계로, 우리들 경비들의 부수입원으로 선배 경비들이 보물창고라고 일러준 창고에 따로 차곡차곡 쌓아야만 한다.

    유리병

    주민들은 위 캔류 마대와 크기와 색깔이 똑 같은 마대에 유리병을 담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유리병이 그처럼 다양할 줄이야! 도안들도 그렇게 이쁘고 다양할 수가 없다. 경비인 나는 그 유리병 마대를 수시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따로 소주병, 맥주병을 담는 광주리를 재활용품 수거장에 두었건만, 주민들 가운데는 그 귀중한 소주병과 맥주병을 그 유리병 마대에다 담는 일이 왕왕 있기에 그렇다. 육십 후반인 선배 경비들 네 분한테 몇 차례나 번갈아가며 꾸지람을 들었던 게 그 마대에 에서 따로 빼내지 않은 소주병과 맥주병 탓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소주병 품귀현상으로 개당 30원을 넘어섰다지 않은가. 그렇게 따로 모은 소주병은 우리들 경비들의 부수입원으로, 나는 보물창고에 옮겨다 놓아야만 한다. 그것들을 팔면 분기당 10여 만 원 되며, 5인 경비원 통장에 균등히 2만 원 정도씩 넣어준다니! 깨진 유리병 등은 또 어느 업체에서 실어가서 부수고 녹이고 재생하여 다시 유리제품으로 만든다고 한다.

    파지(破紙)

    사실 파지는 아파트 경비의 주업무와 맞물려 있다. 이 무슨 이야기냐고? 여기 근무해본즉, 아파트 경비는 집집이 택배 물건 찾아주는 일이 골칫덩어리다. 무슨 놈의 택배가 그리도 많은지! 내 어릴 적에는 건영정기화물이니 국신정기화물이니 하며 보름씩이나 걸리던 화물이 진화하여... .마침 설 대목이라 경비실엔 발 들여놓을 자리 없을 지경으로 택배 물건들이 쌓인다. 아침부터 야심한 밤까지 예닐곱 택배회사가 시도 때도 없이 갖다 맡긴 물건을, 입주민들한테 사고 없이 건네주는 일이 예사롭지 않다. 박스는 주로 종이로 되어 있고, 그 박스들은 어찌나 이쁘고 다양한지! 그러니 택배 물량과 파지 물량은 정비례한다. 사실 농부이기도 한 나는, 감과 복숭아 농사도 겸하는 나는, 그 종이박스를 볼 때마다 아까워 미치겠다. 10킬로 들이 감 박스의 경우, 나는 해마다 그것들을 개당 1100원 내지 1200원에 사야만 한다. 그렇게 쓰이는 종이 박스 값이 감 한 박스 값의 1할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너무도 잘 아는 나. 가령, 사과박스라도 그 사과가 생산된 지역마다 브랜드명도 다르고 곱게 도안도 되어 있고... . 참말로, 이 대한민국은 화려하고 사치스런 종이박스도 잘도 만들어 낸다는 것을. 이 경비 할배는 도리 없이 바닥에 철판이 깔린 안전화를 신는다. 그리 해야만 입주민들이 내용물만 쏙 빼고서되고 마고내버린 그 많고 다양한 종이박스를 뽀갤 수 있으니까. 내가 두 시간을 주기로 재활용품 수거장으로, 손수레를 끌고 가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파지 덕분이다. 그것들을 모아 파지 창고에 가곤 한다.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형트럭이 와서 그렇게 분리 수거한 파지를 싣고 가곤 한다. 그 파지 판매대금은 아파트 부인회의 부수입원이 된다고 한다. 해마다 업체를 입찰형태로 선정한다는데, 올해는 연간 500만원에 낙찰되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모아간 업체는 그것들을 물에 불리고 펄프를 만들고 화학적, 물리적 변화를 꾀해 종이로 만든다고 한다. 대학시절 내 전공필수과목이었던 <<목재이용학>>에서 소개하던 펄프 제조 과정 가운데 산화환원이니 하는 한, 두 공정은 생략될 테지!

    스티로폼

    대한민국의 스티로폼 생산기술이 어쩌면 이리도 뛰어날까? 새삼스레 알게 되었는데, 사각진 스티로폼박스에다 문양(紋樣)이 든 비닐 필름으로 오버래이(overlay)까지 하는 업체도 생겨났음을. 나는 이 스티로폼 폐기물을 또 따로 모아 약속된 장소에 갖다 놓아야 한다. 그러면 어느 회사에서 그것들을 실어간다고 한다. 그 회사는 녹이는지 부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스티로폼으로 재생한다고 한다.

    사실 그밖에도 경비인 내가 하는 일은 제법 된다. 끽연가들이 화단이며 주차장이며 어린이놀이터며 분별없이 팽개친 담배꽁초를 줍는 일도 포함된다. 무슨 놈의 담배 종류가 그리도 많은지!

    사실 이 글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흔히들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해서, ‘노인 일자리 창출이니 하고 위정자들은 입으로만 떠들어대곤 한다. 전국에 오십 만 경비가 있다는데... . 선배 경비원들은 자조(自嘲) 섞인 말을 곧잘 한다.

    경비라는 게 말이야, 인생의 종착역이고 가장 하빨이아닌감?”

    하지만 하지만, 나는 경비로, 특히 아파트 경비로 첫발을 들여놓고, 격일마다 일하면서 새롭게 느끼는 게 있다. 해서, 힘주어 말하고프다.

    “(경비)형님들, 천만의 말씀이에요. 우린 재활용품이에요. 환갑, 진갑 다 지나고서도 일할 수 있다는 거,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축복인 걸요. 결코 끝이 아니에요. 우리는 저마다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그래도 끼리끼리 모으면 재활용이 되는 저 생활쓰레기들을 한번 생각해 보자고요.”

    덧붙여, 나보다 젊은이들한테 감사해야 한다고 전국의 선배 경비할배들한테 말씀드리고 싶다.

    젊은이들이 아까워 할 줄 모르고 함부로 버리기에 우리 일자리가 생겨난 거잖아요? 누군가가 담배꽁초 따위를 버리지 않는다면, 그 지루한 하루를 어떻게 보내겠어요?”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 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 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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