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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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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얄미운 속눈썹 한 오라기
    수필/신작 2017. 7. 17. 22:43

    얄미운 속눈썹 한 오라기

    윤근택(수필가)

     

     

       결론부터 말하겠다. 세상에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참말로, 터럭 하나도 내 맘대로 다룰 수가 없다.

       중국의 고전, <<孝敬>>에는 이런 명문장이 하나 실려 있다.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이를 풀이하면, ‘우리 몸은 터럭 하나라도 부모한테서 받지 않은 것이 없으니, 함부로 다치지 않게 조심하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그런가 하면, 마태오복음 536절에 예수님은 이렇게 이르신다.

    ‘(상략)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너는 머리카락 하나도 희게나 검게() 할 수 없다.’

       그러하건만, 일전 윈도브러쉬(window -brush)’ 내지 와이퍼(wiper)’ 한 쪽을 고쳤으니... .

       사건은 이러했다. 본디 나는 작은 눈[]으로 태어난 데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눈꺼풀이 쳐져 숫제 뱀눈이 되어 있다. 게다가, 오른 쪽 눈의 눈초리 쪽 위에 난 속눈썹 한 오라기가 늘 말썽을 부려댄다. 그 작은 녀석이, ‘버르장머리 없는 콩나물은 누워서도 자란다더니, 늘 그런 꼴로 자란다. 해서, ‘각막아니, ‘공막을 자주자주 스크래치(scratch)’하여 눈이 떨떨 개이도록 한다. , ‘공막이란,‘흰자위를 덮고 있는 투명한 막을 일컫는다. 그 얄미운 녀석의 짓인지도 모르고, 한 때는 손바닥으로 거듭 비벼 충혈된 눈으로 안과 전문의를 찾아간 적도 있다. 나한테 무슨 놈의 괄목상대(刮目相對)’가 있다고 그리 많이 눈을 비벼댔던지. 그때 의사는 쪽집게로 그 못된 녀석을 간단히 뽑아주었다. 그러자 이내 눈알이 마치 윤활유를 친 듯 매끄럽게 돌았다. 그것도 잠시뿐. 3,4개월마다, 머리카락처럼 스스로 빠지고 새로 돋는다는 속눈썹의 라이프 사이클이니... . 그 이후 그 얄미운 속눈썹 한 오라기를 속 시원히 다스릴 재간이 없어, 세수할 적마다 손에 물을 묻혀 조심조심 그 속눈썹 부위를 쓰다듬어 주는 걸로 만족해했다.

       며칠 전, 그러한 오른쪽 눈이 또 다른 수난을 하나 더 겪게 되었다. 내가 격일제로 근무하는 아파트에서다. 핸드그라인더를 이용해 철제 하수관을 자르다가 생긴 일이다. 안전수칙이 있거늘, 어쩌자고보안경(保眼鏡)’도 아니 끼고 그 일을 했던지. 그라인더에 갈려 튀는 쇳가루가 하나 눈에 튀어 들어간 듯하였다. 불을 단 그 쇳가루. 남들한테, 특히 상사한테 말을 못하고, 이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도꼭지를 튼 다음, 세찬 물줄기로 그 아픈 눈의 유리알을 씻어내었다. 그래도 유리알이 불에 덴 것인지, 영 개운치가 않았다. 명색이 작가인 내가 어쩌자고 그처럼 미련을 댔던지. 자고 일어나니 눈곱이 거듭거듭 나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눈곱이 그처럼 나온다는 것은, 자가치유가 되고 있다는 증표인 터. 물과 소금과 포도당과 항균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다는 눈물. 분당 0.001cc가량이 눈물로 된다는 그 혼합물. 그 눈물이 자기희생적으로 침입 이물질과 싸워 눈곱을 만들었을 테니까.

       며칠이 지나자 상태가 호전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눈이 떨떨 개었다. 그제야 남의 손을 빌리면 되겠다 싶었다. 사실 내 큰딸은 손놀림이 섬세하다.

      “현지, 아빠의 속눈썹이 또 말썽인데... .”

    그러자 녀석은 고맙게도, 거실의 창가 밝은 곳에 이 환자를 눕혔다.

      “실수하면 안 된다. 조심해서... .”

        나이 서른둘인 녀석은 맨눈으로, 핀셋으로, 말썽이를 뽑아주었다. 나도 녀석처럼 맨눈으로 터럭을 뽑던 날이 있었던가 싶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여간, 그러고 끝낼 일이었는데... . 녀석은 과잉친절을 아니, ‘과잉진료를 행했다.

      “아빠, 그 놈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애. 눈꼬리 쪽에도 새까맣게 짧은 속눈썹이 뭉쳐 있는 걸! 이것들마저 이참에 모조리 뽑아버리자.”

       아직 반듯하게 누운 채로 내가 답했다.

      “나도 그 속눈썹들을 알아. 그리해 보렴.”

       나는 지금 후회막급이다. 문제의 그 한 오라기만 뽑을 걸 그랬다. 일군(一群)의 속눈썹은 그야말로 윈도브러쉬 몫을 했는데, 그 얇디얇은 아래눈꺼풀윗눈꺼풀이 서로 맨살로 맞닿곤 해서 기분이 영 아니다. 오히려 눈에 이물질이 더 들어간 듯하다. 위에서 이미 소개했던 대로, 물과 소금과 포도당과 항균 성분이 골고루 섞인 눈물. 그 윤활유를 눈알에 발라대던 솔이 탈난 꼴이 된 것이니... . 이러한 불편을 경험해 본 이들이 혹 있을까?

    , 나의 신실한 애독자들께서는 여기까지 한낱 신변잡기에 지나지 않은 이야기를 지루하게 읽어야만 했다. 명색이 수필가인 내가, 그것도 유명 수필가인 내가 여기서 이야기를 끝낼 성싶은가.

       다시 이야기하지만, 세상에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참말로, 터럭 하나도 내 맘대로 다룰 수가 없다. , 함부로 다루어서도 아니 된다. 앞으로 3,4개월을 기다려야, 내 눈알에 윤활유를 골고루, 자주 발라주던 그 속눈썹이 원상회복 될 테니... . 오늘에사 이 글을 적기에 앞서 인터넷, 정보의 바다를 헤매며 알 게 된 사항이다. 속눈썹의 기능은 신비스러울 지경이었다. 눈알을 위해 과다한 빛을, 그늘지워 차단한단다. 눈이나 비가 올 적에는, 비늘로 이은 초가지붕 역할을 해서, []의 유리알이 젖지 않도록 해준단다. 강아지풀의 열매에 난 솔 모양 털의 역할이 그러하듯, 먼지나 벌레를 쓸어내는 빗자루 역할을 한단다. 그리고 비소, 수은, 아연 등의 중금속을 눈밖으로 내보내는 몫까지를 한다는 거 아닌가. 참으로 갸륵한 속눈썹. 그러함에도 그 모로 누워 자라는 한 오라기의 속눈썹 하나도 제대로 못 다스려 일을 그르쳤으니... .

       또 한 번 더 말하지만, 세상에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참말로, 터럭 하나도 내 맘대로 다룰 수가 없다. , 함부로 다루어서도 아니 된다. 모로 누워 자라는 속눈썹 하나도 내 맘대로 다스리지 못하면서 무슨?

       끝으로, 사족 하나를 붙이고 이야기를 끝내자. 내가 무척 존경하고 사랑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시에 쌍꺼풀 수술을 한 적이 있다. 그 많은 반대자 내지 비지지자들은, 그걸 두고도 온통 입방아를 찧고, 시쳇말로 난리 블루스를 쳐댔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눈꺼풀의 괄약근이 힘이 달려 ... 어쩔 수 없이 행한 수술임을 번히 알면서도 그렇게들 비아냥댔다는 것을. 그들이야말로 다들 눈꺼풀 수술뿐만 아니라 개안(開眼)수술을 해야 할 사람들임을.

     

    * 이 글은 본인의 블로그, 이슬아지에서 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한국디지털도서관 본인의 서재,

                 한국디지털도서관 윤근택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본인의 카페 이슬아지에서도 다시 읽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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