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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작가 윤근택이가 신작 및 기발표작 모아두는 곳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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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설(2)
    수필/신작 2017. 8. 15. 16:41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yoongt57" <yoongt57@hanmail.net>
    받는사람: ??
    날짜: 2017년 8월 15일 화요일, 16시 05분 52초 +0900
    제목: 다시금 위로해드리고요, '구인광고' 내었어요(전설)


    제2신)

    그리고 제 마지막 당부사항이어도 좋을 이야기에요.

    님께서 여태 습작해두신 거 한꺼번에 몽땅 부쳐주세요.

    쓸쓸해서 그 작품들만이라도 마저 손봐드려야겠어요.

    새 파트너 생길 때까지라도요.

    그리고 우리 둘의 이야기는 참말로 '전설'이 맞네요.

    님께서는 자못 감각적이에요.

    사실 그 때문에 님한테 빨려들었던 거에요.

    그때 화답을 너무 멋지게 해 왔거든요.

    그리고

    '시내에 나섰다가 우체통이 보일길래,  막걸리를 우체통에 넣었어요.' 식의 표현 아무나 쓸 수 없어요. 그 아름답고도 문학적인 표현이, 절 이렇게  님으로부터 버림받도록 했다니까요!

    그 표현이 너무도 대단한 거였거든요.

    먼 훗날, 꽤나 시간이 흐르면, 님과 저는 그 짧았던 시간의 만남을,

    또 어느 삶의 모롱이에서 이웃들한테, 겨우내  양지 쪽에서, 합죽이가 되어서, 한숨쉬며 이야기할 것 같네요. 그게 바로 '전설'이에요.

    그래서 이 수필가는 미리 무척 슬퍼하는 거에요.

     "무슨 소리? 그때 어느 70대 할머니가 60대였던 나를, 얼굴도 모르는 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슬퍼서 도망쳤다구!"

      아니지요. 그 70대 할머니가 이웃들한테 한숨지으며 얘기했죠.

     "거,모르는 소리 하지말게나. 어느 개구쟁이 60대 수필가 나부랭이가 당시 70대였던 이 할망구한테 사랑한다느니 뽀뽀하고 싶다느니 하면서 연애편지를 자꾸 적어 오길래, '앗,뜨거!' 하며 절교를 선언했다구! 다들 알기나 해? 그때만 해도 나는 꽤 잘나갔다고!"

    영감, 다시 돋보기를 들고 놀다 2015.04.28

    모쪼록 행복하게 지내세요.

    저는 앓는 척 하지만,

    또 새로운 파트너 구할 테지요. 

    실연의 경험이 많은 저는, 이내 새 사람 구하거든요.

    그 빈 공간 채우기 위해서라도요.

    저도 벌써 나이 육십 하나에요.

    그리고 명색이 예술가에요.

    이런저런 경험 왜 없었겠어요?

    그 빈 공간 채우기 위해서

    구인광고는 내었으나,

    조건(50세 이하, 남성만)이 까다로워서인지 여태 입질(?) 없네요.

    광고매체를 더 다각화해야겠어요.

    제가 이렇게 애쓰고 있으니, 새로운 파트너는 분명 생기겠지요.

    전설의 주인공, 님은 바보에요. 정말 바보에요. 저를 용서도 않고 붙들지도 않으니까요. 아무나 예술가인  줄 아세요? 아무나 예술가가 되는 줄 아세요?

    제1신)

    아내와 함께 성당에 가서 '성모님 승천 대축일' 미사에 참례했어요.

    님을 위해서도 묵묵히 기도 드렸어요.

    '든(들어온) 사람은 몰라도 난(나간) 사람은 안다.'지 않던가요?

    지금 제 가슴 온통 비어 있어요.

    모두 제 불찰이에요. 제 잘못이에요.

    소중한 분들을 하나하나 다 잃고 말았으니까요.

    어디 그뿐이겠어요?

    님의 경우, 그렇게 잘 자라나는 싹에다 진한 질소비료를

    발치에다 뿌린 격이 되었으니,

    굵은 소금을 확 뿌려버린 격이니... .

    이를 어쩌죠?

    앞으로 한 동안 자중자애하며 지낼 겁니다.

    대신, 너무 힘들고 외로워서 이런 광고를 내긴 했어요.

    Wanted(구인광고) 6분전

    지금은 농막이고요,

    내일은, 여름휴가를 하루 신청했기에, 홍고추 따며 하루 지낼 겁니다.

    그래도 제 마지막 위로자는 막걸리이니 연거푸 마실밖에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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